[뉴스워커_조범준 기자] 직장인 황현희(32)씨는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지난 겨울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산 명품 코트는 한해 만에 유행이 지났다. 옷장에 옷은 많지만 이번주 소개팅에 입고 나갈 딱 좋은 옷은 없다. 하지만 올해 봄부터 알게 된 사이트로 영희씨의 고민은 사라졌다. 한달에 4번 원하는 옷을 골라서 입고 택배로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마치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고 소비 하듯 패션을 소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동하는 일명 O2O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O2O서비스의 성장으로 이제 대기업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적극 도입할 정도로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O2O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진은 SK플래닛(위쪽)의 O2O서비스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KT경제경영연구소의 O2O시장 규모 추정치다.

대표적인 패션스트리밍 서비스는 지난해 9월 런칭한 SK플래닛의 PROJECT ANNE을 들 수 있다. ANNE은 SK텔레콤의 100%자회사인 SK플래닛의 020(Online to Offline)신사업이다. ANNE의 이용자는 정액요금으로 원하는 옷을 받아볼 수 있다. 세탁할 필요도 없이 충분히 즐기고 새로운 옷이 배달된 택배에 입던 옷을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마치 듣고 싶은 노래를 듣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노래를 듣듯 패션을 소비하는 것이다.

유저들은 이제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사 후회할 필요도, 연말 파티를 위해 비싸고 화려한 옷을 살 필요도, 겨울 내내 한 두벌의 외투로 버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대대적인 광고 없이 프로젝트앤의 가입자는 3월 기준 약 9만5000명으로 이용권 구매 건수는 약 9400건을 재 이용률은 80%가 넘는다.

이러한 패션 O2O서비스는 비단 유저뿐만 아니라 제조사에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의류 제조사는 특정스타일이 소비되는 고객층이나 다음시즌을 위한 방향성을 전망할 수 있는 DATA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즌이 지난 옷이 팔리는 DATA로 가격 대비 구매 욕구에 대한 정보 도출도 가능하다. 또한 이는 새로운 시장 창출로도 이어진다. 연말 파티를 위해 화려한 옷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작년 12월 ANNE에서는 파티복들이 높은 이용 순위에 있었다. 소유가 아닌 스트리밍이므로 현재를 소비하다보니 기존에 없던 파티복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O2O기업은 새로운 유통질서를 확립하며 성장하지만 어느 순간 수익성이 한계로 다가온다. 해결점은 결국 마케팅이 아닌 제품이나 상품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하버드비지니스 리뷰는 이를 취향 유통(VIRAL PRODUCT)으로 정의한다. 취향 유통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SOCIAL CURRENCY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거나, 앞서간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갖춘 제품의 구매 의사가 높다. 둘째, EMOTIONAL IMPACT로 특별한 정서적 만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해당 제품을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셋째, VISIBILITY로 제품의 사용여부를 다른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하거나 정보로써 관심을 끌기 쉽다. 결국 O2O 비지니스는 유통의 형태는 바뀌어도 소비자의 본질을 저격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상거래 규모는 약 300조 원, 모바일 15조 원을 포함한 온라인 상거래 규모는 약 44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모바일과 IoT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교집합 부분이 늘어나면서 향후 300조 원 규모의 전체 오프라인 상거래 시장이 O2O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O2O 시장의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 모바일 결제 시장이다. 가트너는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42.2%씩 성장해 2016년에 거래액 6,169억 달러, 이용자 수는 4억479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특히 O2O 확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특히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O2O 활성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인 스마트폰의 보급률과 모바일 쇼핑 이용률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보유 차량이 한대도 없는 우버나 보유 객실이 없는 에어비엔비처럼 소비자의 본질에 더욱 접근하는 O2O의 시대가 생활 속으로 녹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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