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대성 기자]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로 청문회에 나섰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2등 기업을 이끌어가는 수장의 모습보다는 병색이 완연한 여느 노인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일까 정몽구 회장의 활동은 확연히 줄어든 반면,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보폭을 한없이 넓혀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경제민주화 바람이 한층 뜨거워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발의돼 있는 경제민주화법과 정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조만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정 회장은 최 씨 측근 기업인 KD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의 부당지원 배경 등 총 8개의 질문을 받았고, 해당 질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날 청문회에서 정 회장이 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결심했고, 부당지원에 나섰는지 궁금해 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검찰 조사 직후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서면서 의문점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 회장에 대한 초점은 오히려 건강에 맞춰졌다. 현대차그룹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날 국회에 앰뷸런스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소재 대형병원과 비상연락 체계를 갖춘 사실이 당시 알려지면서 정 회장의 건강 상태에 관심이 증폭됐던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의 건강 상태는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문서답을 적잖이 한 가운데 청문회가 정회된 오후 7시경 국회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그룹 총수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바 있기 때문이다.
◆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없는 정의선 부회장의 광폭 행보… 정 부회장 시대 준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언론들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터키‧이스라엘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정 부회장은 14일 터키로 출국한 후 터키공장과 현지 시장을 둘러본 다음 날인 15일 이스라엘로 자리를 옮겨 모발아이 관계자들을 만났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 부회장의 광폭 현장경영 행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3월말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직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현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최순실사태 관련 청문회에서 병색이 완연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인 이후 공식행사 등의 자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언론 등에 의해 노출이 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아들 정 부회장의 시대를 현대차그룹이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나 정 부회장 모두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이 많지 않아 해외 자본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정 부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취약한 지분이 문제
정 회장은 지난 1분기 기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5.17%, 6.96%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 2.28%, 기아차 1.74%를 보유 중이다. 두 사람은 이 지분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순환출자 해소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기아차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4조원이 넘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을 통해 지난 2015년 말까지 약 1조원의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11.72%)과 현대오토에버(19.5%)의 지분가치는 6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23.3%)과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지분(16.9%)을 맞교환(스와프)하는 방식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숙제인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고, 단순히 지분 맞교환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승인만 받으면 돼 의사결정 과정이 수월해 보인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경영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고령인 점과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차그룹도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