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대성 기자]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로 청문회에 나섰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2등 기업을 이끌어가는 수장의 모습보다는 병색이 완연한 여느 노인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일까 정몽구 회장의 활동은 확연히 줄어든 반면,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보폭을 한없이 넓혀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경제민주화 바람이 한층 뜨거워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발의돼 있는 경제민주화법과 정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조만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정 회장은 최 씨 측근 기업인 KD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의 부당지원 배경 등 총 8개의 질문을 받았고, 해당 질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지난해 12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순실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자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피곤한 듯 청문회장에서 졸고 있다.(사진_2016년 12월 7일 포커스뉴스)

사실 이날 청문회에서 정 회장이 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결심했고, 부당지원에 나섰는지 궁금해 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검찰 조사 직후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서면서 의문점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 회장에 대한 초점은 오히려 건강에 맞춰졌다. 현대차그룹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날 국회에 앰뷸런스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소재 대형병원과 비상연락 체계를 갖춘 사실이 당시 알려지면서 정 회장의 건강 상태에 관심이 증폭됐던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의 건강 상태는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문서답을 적잖이 한 가운데 청문회가 정회된 오후 7시경 국회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그룹 총수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바 있기 때문이다.

◆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없는 정의선 부회장의 광폭 행보… 정 부회장 시대 준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언론들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터키‧이스라엘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정 부회장은 14일 터키로 출국한 후 터키공장과 현지 시장을 둘러본 다음 날인 15일 이스라엘로 자리를 옮겨 모발아이 관계자들을 만났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 부회장의 광폭 현장경영 행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3월말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직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현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반대로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최순실사태 관련 청문회에서 병색이 완연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인 이후 공식행사 등의 자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언론 등에 의해 노출이 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아들 정 부회장의 시대를 현대차그룹이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나 정 부회장 모두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이 많지 않아 해외 자본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정 부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취약한 지분이 문제

정 회장은 지난 1분기 기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5.17%, 6.96%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 2.28%, 기아차 1.74%를 보유 중이다. 두 사람은 이 지분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 덕분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순환출자 해소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기아차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4조원이 넘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을 통해 지난 2015년 말까지 약 1조원의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11.72%)과 현대오토에버(19.5%)의 지분가치는 6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23.3%)과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지분(16.9%)을 맞교환(스와프)하는 방식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숙제인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고, 단순히 지분 맞교환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승인만 받으면 돼 의사결정 과정이 수월해 보인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경영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고령인 점과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차그룹도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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