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브라질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로 정국이 혼란스럽다.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법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 관련해 뇌물로 수백만 헤알(BRL)을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브라질 라우자네이루에서 테메르 대통령 반대 시위가 21일(현지시간) 벌어졌으며,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은 현재 상황을 사실상의 권력 공백 상태로 보고 개헌을 통해 대선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형 육류 수출업체 JBS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 의원에게 입막음용 금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고, 이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대선 불법자금 의혹을 둘러싼 재판도 테메르 대통령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 미셰우 테메르 (Michel Temer)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위기를 맞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Dilma Rousseff)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책임이 무겁다던 테메르 대통령이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탄핵 물살은 거세게 일고 있다.(사진_YTN캡쳐, 편집_진우현 기자)

2014년 대선에서 연립여당의 정・부통령 좌파 노동자당(PT) 소속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M) 소속 테메르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2014년 대선 당시 연립 캠프에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가 자금을 제공한 것이 밝혀지면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테메르 대통령이 1년 전 취임한 것이다.

취임 9개월 만에 탄핵위기에 놓인 테메르 대통령은 21일 현지 폴하 데 상파울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원한다면 나를 내쫒아라. 하지만 내가 사임한다면, 유죄는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고 말하면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또 테메르 정부의 주요 파트너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지지가 얼마나 오래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내년 12월 31일 임기 종료 때까지”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메테르 대통령 탄핵 가능성 높아

브라질의 정국 혼란이 이어지자 지우마르 멘지스 연방선거법원장은 다음 달 6일부터 시작해 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언급했다.

연방선거법원의 7인 재판부가 2014년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리면 테메르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연방의회가 30일 안에 새 대통령 대행을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연방대법원이 개헌을 통한 조기 대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데메트 정권을 지탱해주던 여당연합도 균열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사회당(PSB)은 지난 20일 연정을 이탈하고 사퇴 압박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고, PSDB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연정 이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브라질 변호사협회도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하원에 제출하고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S&P의 브라질에 대한 경고

브라질의 혼란스러운 정국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브라질의 38개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9개월 만에 또 다시 탄핵 위기에 몰린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격적 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만이다. 22일(현지시간) S&P는 “미셰우 메테르 대통령의 정치적인 이행 능력과 과도기적 과정의 장기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신용 등급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3일(현지시간) S&P는 브라질의 38개 은행들에 대한 신용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최근 정치 상황으로 경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져 브라질에서 운영되는 금융기관위 신용 펀더멘털에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불안한 브라질 금융시장, 일부 증권사 수십억 평가 손실

S&P의 경고처럼 브라질 경제 상황은 상당부분 불안하다 할 수 있다. 메테르 대통령이 최측근의 뇌물수수 연루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대국민 연설을 한 18일 브라질 증시는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고 보베스파 지수는 6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으며 헤알화 가치는 7.5% 가량 폭락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일부 증권사들의 평가손실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테메르 스캔들’ 때문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자 남미지역 최대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이 브라질에서 벌어진 정국 혼란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상회의를 소집했다고 브라질 언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미국가연합 관계자는 브라질 일간지 폴하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에서 정치・경제적 혼란이 계속 되면서 인접국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브라질 정국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P의 위협으로 브라질 정부가 부패 청산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스티븐 베일리-스미스 글로벌에볼루션 투자 전략가는 “장기적으로 더 좋은 일”이라며 “개혁의 끝이 아니라 합리적 개혁 의지의 좀 더 깨끗한 리더가 나타나면 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브라질이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혼란스러운 정국이 빠르게 정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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