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자살폭탄테러로 의심되는 폭탄테러가 일어나 22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을 당한데 이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 3명이 숨지고 경찰과 민간인 11명이 다쳤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오후 9시쯤 자카르타 동부 버스정류장 옆 주차장에서 5분 간격으로 연쇄 폭발이 발생해 민간인과 퍼레이드를 경호하던 경찰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보도했다.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의 시신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이날 경찰청은 “IS와 관계가 있다”며 “이들의 가방에서 테러에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나사와 산탄, 압력밥솥, 지난 22일 밥솥을 구입한 내역이 담긴 영수증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또 경찰 당국은 “이들의 신원은 중부 술라웨시 주의 기숙학교 행정직원 솔리힌과 서부 자바주 반둥 출신의 34세 남성 이르완 누룰 살람으로 확인 됐다”며 “현재 용의자 가족들을 신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은 IS의 연루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으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테러 네트워크를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며 국제 테러 조직과의 연계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사실 경찰 당국은 이번 테러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의 대부분이 경찰관이었다는 점을 들어 경찰을 겨냥한 테러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정책분석연구소 시드니 존스 대변인도 “이번 테러는 테러 배후를 파헤치던 경찰에 대한 복수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 인도네시아, IS 신병모집 대상국

인도네시아에서의 테러발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S는 2002년 서구인을 겨냥해 발리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202명의 사상자를 냈고, 2009년에는 이슬람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자카르다 JW메리어트, 리츠칼튼을 공격했다. 또 올 1월 자카르타 도심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해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공격했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국가다. 종교자유국가지만 인구 2억5000만여 명 중 80%가 이슬람교이며 대부분이 온건 수니파에 속한다. 인도네시아는 스스로 이슬람을 가장 온건하게 받아들여 민주주의와 접합시킨 국가 모델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살고 있는 만큼 IS 신병모집의 주요 대상국이 되고 있다.

◆ 필리핀, 필리핀군과 IS 연계 무장단체 대립

필리핀에서는 IS를 추종하는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 ‘마우테’가 남부 민다나오섬의 도시 마라위를 점령해 폭동을 일으켰다.

이번 폭동은 지난 23일 필리핀 군이 마라위에 은신하던 테러 용의자이자 IS의 동남아 지역 총책임자인 이스니론 하피론의 거처를 급습하면서 발생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급습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했고, 마라위의 무장 반군들이 동맹단체인 마우테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 100여 명의 무장 세력이 마라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즉시 마라위 시가 있는 민다나오 섬에 60일 간의 계엄을 선포했다. 지난 24일에는 “북부 루손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이 거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러 활동이 진정으로 수그러들지 않으면 나라 전역에 계엄령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에드가르드 아레발로 필리핀 군 대변인은 “23일부터 시작된 전투에서 지금까지 정부군 11명, 경찰 2명, 무장세력 31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39명”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우테는 마라위 시민들을 인질로 삼고 최고 11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마라위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고, 20만 명에 달라는 시민들은 대거 피난길에 올랐다.

◆ 왜 필리핀인가?

필리핀에 36년 만에 계엄령을 선언하게 만든 인물은 이슬람국가(IS) 지도자는 ‘이스닐론 하필론(51)’이다. 하필론은 필리핀 내 이슬람 분리주의 단체 가운데 가장 과격한 ‘아부 사야프’의 지부를 끌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알카에다와 연계를 맺은 후 1993년 다바오시 성당 폭탄 테러, 1994년 바실란섬 버스 납치 사건, 2001년 팔라완섬 관광객 납치, 2004년 마닐라 여객선 폭탄 테러를 일으켜 왔다.

‘아부 사야프’의 목표는 기독교 국가인 필리핀 남부 섬 지역을 분리・독립 시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이다. 즉 중동에서 멀리 떨어진 동남아를 중심으로 또 다른 ‘칼리프(이슬람 제국 주권자의 칭호) 국가’를 세우려는 것으로, 필리핀 남부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섬 수백 개가 있고, 해상 교통의 요지이다. 이러한 환경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을 공략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데 안성맞춤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 IS 격전지 변모 가능성 이미 점쳐져

사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IS의 격전지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있어왔다. 지난해 4월에도 필리핀에서 두 명의 서구인 인질 참수가 있었고, 6월에는 말레이시아 나이트클럽 수류탄 테러, 7월에는 방글라데시 식당 테러, 인도네시아 도시 솔로에서의 자살 테러 등 끊임없이 테러가 발생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IS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IS가 원하는 것은 공포의 확산을 통한 존재감 과시”라며 “유럽발 테러가 빈번해지면서 아시아로 거점을 옮겨가리란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정치폭룍・테러연구 국제센터 소장인 로한 구나라트나 교수는 “필리핀, 말레시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IS 공세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 예측처럼 동남아 곳곳에서 IS의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 아시아도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