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IFRS17’ 2021년부터 적용확정, 계속 지연됐던, IFRS17기준서가 지난 5월18일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드디어 확정 발표 됐다. 이로써 보험사들의 준비기간은 3년 6개월 정도가 남게 된 셈이다.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

따라서, 부채를 시가 평가함에 따라, 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되기 때문에 보험연구원은 가용자본(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 포괄손익 누계 액)이 현재 68조원에서 23조원으로 60.3% 감소, 즉 35조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용자본이 축소됨에 따라 RBC비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게 됐다. 지급여력비율이라고도 하는 RBC(risk based capital) 비율이란 (가용자본/요구자본*100)인데, 감독당국은 RBC비율의 경우 100% 미만은 경영개선 조치를 하며, 일정기간 내 회복하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기준을 갖고 있다. 따라서 관행적으로 150%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몇몇의 보험사들은 RBC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수익비용인식에 변화로 앞으로의 경영성과 또한 보수적으로 측정될 것으로 보인다.

▲ IFRS17 도입에 따른 국내 보험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사진 및 그래픽_진우현 기자)

현재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을 살펴보면<표 참조>, 2016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200%미만인 보험사들이 상당부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국제회계기준변경으로 인한 RBC비율 감소를 감안하면, 200%미만의 보험사들은 앞으로 추가 자본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MG손해보험,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KDB생명보험의 RCB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RBC비율 하락에 따른 추가 자본금 여력이 없는 중소 생명보험사들이 줄줄이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외국자본 보험사는 걱정 ‘無’

또 하나 눈의 띄는 것은, 생명보험사들 중에 외국자본 계 기업들이다. 현재 2016년 기준에서도 외국자본 계 생명보험사들은 RBC비율이 대부분 우수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해, 외국자본 계 생명보험사들은 이번 기회가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 이유는, 외국에 본사들 둔 라이나, ING생명의 경우, 이미 외국 기준에 맞춰 재무관리에 노력해 왔으며,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 관계자에 따르면 “ING생명의 경우 IFRS17이 도입되면 RBC비율이 500%대로 올라서게 돼 업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나 생명 역시 기자회견에서 ‘현재 재무상태가 양호하고 예전부터 IFRS17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표> 국내 손해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회사명 2016년12월 2015년12월
농협손해보험주식회사 188.81 213.39
동부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173.16 210.91
롯데손해보험주식회사 150.12 144.44
메리츠화재해상보험 188 199.33
삼성화재해상보험 333.31 350.38
엠지손해보험주식회사 133.59 163.34
주식회사KB손해보험 168.69 170.18
한화손해보험주식회사 153.11 165.03
현대해상화재보험 158.29 171.15
흥국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154.87 150.86
더케이손해보험주식회사 204.62 197.38
서울보증보험주식회사 421.11 458.42
코리안리재보험주식회사 222.24 236.9

◆ 발등에 불떨어진 국내 보험사들

외국계 보험사의 이런 사정과는 달리 국내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떨어진 모습이다. IFRS17의 도입으로 국내 보험사들은 신규로 자본을 확충하거나, 보험사간의 인수합병,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 또는 변액보험 수요의 증액, 장기채권 수요 증대를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자본 확충(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유상증자) 측면에서 보면 한화생명은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해외에서 5억 달러(5600억 원) 규모의 신종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5월 25일 7년물 1500억 원, 10년물 1500억 원, 5년 콜 옵션 10년 만기 1000억원 등 후순위채 총 4000억 원을 발행해 RBC 우려 해소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은 5월 26일 7년물 1000억 원, 10년물 1000억 원, 콜 옵션 10년물 1000억 원 등 총 3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를 조달했으며, NH농협생명은 3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를 상반기 안에 발행할 계획이다.

또 KDB생명은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이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대주주(안방보험)으로 부터 각각 5283억 원, 21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보험사가 RBC 우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동종사간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5월 현재 PCA인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PCA생명의 인수로 미래에셋생명의 질적성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RBC 비율 감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표> 생명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회사명 2016년12월 2015년12월
DGB생명보험주식회사 164.11 202.24
ING생명보험주식회사 319.2 324.88
KB생명보험주식회사 199.14 244.63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주식회사 2468.09 5138.67
교보생명보험주식회사 233.85 259.85
농협생명보험주식회사 186.46 207.36
동부생명보험 179.52 182.36
미래에셋생명보험주식회사 219.47 261.29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 302.14 336.51
신한생명보험주식회사 178.28 204.19
아이비케이연금보험 주식회사 229.54 254.87
케이디비생명보험주식회사 125.68 178.49
하나생명보험주식회사 160.19 218.11
한화생명보험주식회사 198.68 276.95
현대라이프생명 159.8 189.84
흥국생명보험주식회사 145.39 183.15
PCA생명보험주식회사 352.87 391.92
동양생명보험주식회사 182.02 239.18
라이나생명보험주식회사 316.03 347.84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 167.2 237.82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주식회사 334.58 309.87
알리안츠생명보험 210.83 183.57
에이아이에이인터내셔널리미티드한국지점 217.79 253.88
처브라이프생명보험주식회사 193.6 313.37
푸르덴셜생명보험주식회사 275.69 280.87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PCA생명의 인수가 IFRS17도입에 따른 준비단계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타 생명보험사 보다 Fee-biz(수수료기반사업)에 특화되어 있다. 이러한 Fee-biz사업은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 특수계정에 들어간 상품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말한다. 이러한 Fee-biz사업은 대부분 특별계정에 속해 있어 향후 예정된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변화로 재무건전성 위기로부터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기회에 Fee-biz사업을 강화시키고 단숨에 업계 순위권 상승을 노리고자 PCA생명을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PCA생명 또한, 미래에셋생명의 사업구조와 비슷하고 특별계정 자산이 대부분이어서 향후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세 번째 RBC비율을 올리기 위한 보험사들의 자구책은 보험상품에 있어 저축성보험은 큰 폭으로 줄이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의 비중을 지금보다 더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저축성보험을 팔면 팔수록, 새로운 회계기준에서 모두 부채로 잡히며, 부채가 늘고 자본 부담이 커져, 재무구조가 악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2016년 말부터 저축성 보험 비율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지난 4월 고객의 입장에서는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 또한 줄어들게 되면서, 저축성보험이 보험업계 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게 되었다.

하지만, 보장성보험의 경우 저축성보험 상품에 비해 이자도 적고, 변액보험은 Fee-biz사업의 하나 일뿐 아니라, 금리변동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 시킬 수 있어, 보험사들이 앞으로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중심의 영업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험사들의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채 투자수요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지금까지 국내 보험사들은 채권투자에서 장기채 비중이 적어 자산 듀레이션, 대게 만기가 긴 부채보다 짧아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금리 변동으로 인한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오고 있다.

게다가 이번 IFRS17 도입에 따른 부채평가가 시가로 평가가 됨에 따라, 더욱더 금리변동에 대한 위험성이 가중돼, 국내 보험사들이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추고, 금리변동 위험을 낮추고자 보험사들의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는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IFRS17도입에 따른 보험업계 준비금만 40조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은 물론, IFRS17에 맞는 상품구성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보험사들의 업계 순위 변동은 물론, 다양한 방면으로 한동안 보험사들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어떠한 보험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변화에 잘 적응하여 살아남을지 이미 변화의 큰 파고는 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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