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⑥나노기술(nano-technology) 편

[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현대 과학은 극도로 작은 요소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정확한 이해를 통해 얼마나 잘 응용하느냐 하는 경쟁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소자들이 고집적ㆍ고밀도로 발전하는 것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나 필름 등의 기록 매체도 더욱 미세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20세기가 미크론(1㎛=0.001㎜)기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나노미터(1㎚=0.001㎛) 기술의 시대라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나노기술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져 사회의 질적변화를 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4차산업혁명에서 이뤄지는 나노기술은 생명과학분야, 스포츠분야 등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분양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뻗치고 있다. 사진은 아식스에서 내놓은 나노기술을 적용한 운동화로 지난 2016년 10월 출시했다.

◆ 나노 기술은 어떻게 생겼났고 발전했는가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우리는 아주 얇은 것을 보면 머리카락보다 가늘다고 표현한다.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가 0.1mm인데, 사람 머리카락의 굵기가 보통 0.07~0.08m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대략 원자 3~4개의 크기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1m와 1나노미터의 차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새끼손가락 길이의 차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노”의 어원 역시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을 만큼 ‘작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토록 작은 물질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그 해답은 현미경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현미경은 광학현미경, 전자현미경을 거쳐 원자현미경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노 크기의 물질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현미경이 발달할수록 더 작은 세계를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세계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나노기술이라는 개념은 1959년 미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처음 제시했는데, 파인만은 브리태니커 사전 24권에 들어 있는 모든 내용을 하나의 핀 머리에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로선 꿈만 같은 이야기였으나, 현재 우리는 64기가 낸드 플시메모리 칩 안에 일간신문 800년치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나노기술의 활용<정리_신지영 기자>

파인만은 원자 설계도에 따라 원자를 하나하나 쌓아 가면서 조립하면 모든 물체와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히고는, 동료 학자들에게 원자의 수준에서 물질을 통제해 보라는 과제를 냈다.

이후 1981년, 로러(Heinrich Rohrer, 1933~)와 비니히(Gerd Binnig, 1947~)는 매우 작은 크기의 원자를 관찰할 수 있는 ‘주사 터널링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을 개발하게 된다. 주사 터널링 현미경은 개별 원자들이 분명하게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도체나 반도체 표면의 상을 보여 주며, 더 나아가 원자를 1개씩 집어서 원하는 위치에 옮겨 놓는 작업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마이크로의 세계보다 1,000배 더 작은 초미세 구조 물질인 나노 기술의 시작을 의미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두 사람은 198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 나노 기술, 물질을 잘게 자르다보면 기존의 성질과 전혀 다른 물질 탄생해

나노 기술(NT, nano technology)은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가공하거나 조립해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뜻하는데, 이것은 단순한 소형화나 미세화와는 다르다. 물질을 나노 크기에 이를 정도로 계속 작게 깎아 나가다 보면 기존의 물질과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란색 금을 계속 잘라 수십 나노미터 크기까지 자르면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이 한 예이다.

외형적인 색깔과 형태뿐만 아니라 열전도율이나 강도, 탄성 등과 같은 본질 자체가 변화하는데, 우선 크기가 작아질수록 물질의 강도는 증가한다. 원래의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입체적으로 연결된 다이아몬드는 매우 단단한 구조이고, 육각형의 판 모양으로 연결되어 차곡차곡 쌓아올린 흑연은 물러서 우리가 글씨를 쓸 수 있다. 그런데 흑연을 나노 단위로 나눈 다음 재구성한 탄소나노튜브는 강철의 100배에 달하는 세기를 가지며, 구리만큼 전기를 잘 통하고, 탄성도 높다.

또한 아주 작은 물체는 표면적이 커지면서 화학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살균력이 뛰어난 은나노 세탁기, 주름살을 없애 준다는 나노 화장품 등이 예이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나노 분말로 약품을 만들 경우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 약효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나노 기술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극미세 세계에 대한 탐구를 가능하게 하고, DNA 구조를 이용한 동식물의 복제, 강철섬유 등과 같은 새로운 물질의 제조를 가능하게 한다. 즉 물리·재료·전자 등 기존의 분야들을 횡적으로 연결하고, 다양한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기존의 인적 자원과 학문 분야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노기술은 전자공학 분야 중에서도 초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대규모 집적회로(LSI)와 같은 제조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며, 재료의 크기와 소비 에너지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여 국가적으로 나노기술의 육성 및 발전을 꾀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나노기술이란, 물질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조작·분석하고 이를 제어함으로써 새롭거나 개선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소재·소자(素子) 또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기술과, 소재 등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미세하게 가공하는 과학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 슈바프 회장, 나노기술의 발전이 사회의 질적 변화를 이룩할 것

세계 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그의 책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꼽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에 생명과학기술 및 나노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 더해져 사회의 질적 변화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미 오래 전 파인먼 박사는 원자와 분자들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연필심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탄소원자(C)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배열만 다르므로, 만일 나노 수준에서 연필심의 배열을 조절한다면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즉, 나노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물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노 기술은 앞으로 정보 통신·생명 공학·의료·환경·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더욱 넓은 범위에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나노 기술은 물리학·화학·생물학·공학에 이르기까지여러 학문이 연계되어 개발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향후 4차 산업혁명의 밑바탕이 되는 동시에 가장 크게 발전하는 분야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손쉽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서로의 연구 성과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편 나노 기술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예컨대 다이너마이트는 공사장에서 폭파작업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살상 무기이기도 하다. 또한 자기복제를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하려는 나노기계가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무서운 상상이 실현될 수도 있고, 탄소나노튜브가 폐 속에 들어갈 경우 높은 독성 때문에 질식사에 이르게 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노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과 그에 따른 경제적인 이득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과학 기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반드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국내동향, 포스텍-성균관대 공동연구팀, 나노미터까지 관찰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 개발

POSTECH(포항공대, 총장 김도연)은 창의IT융합공학과 김철홍 교수ㆍ성균관대학교 김윤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초고해상도 가시영역 광활성 원자간력 현미경(pAFM)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 <글 싣는 순서>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소재 분야나, 암을 이겨낼 신약 분야에는 머리카락 10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에 대한 연구가 이미 필수적이지만, 실험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은 회절한계 때문에 여기에 활용되지 못했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혀낸 것 역시 광학현미경이 아닌 전자를 이용한 전자현미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4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이었던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의 경우, 해상도를 수십 나노미터(nm)까지 끌어올렸지만 특정한 형광 물질에 국한되거나 생체시료에 적절치 않은 형광 조영제를 사용해야 했다. 또, 수 나노미터(nm)의 해상도를 가진 전자 현미경은 진공 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시료의 특수 처리도 번거롭고 비용이 비싸 실험에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현미경들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물질의 표면 높이를 측정하는데 사용하는 원자간력 현미경에 레이저 시스템을 결합, 빛의 특성을 이용해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김철홍 교수는 “이 현미경을 이용하면 금 나노 입자, 나노선, 흑색종 세포, 애기장대 세포 등의 이미지를 나노미터 크기의 해상도로 얻을 수 있다”며 “향후 소형 반도체, 신약 개발 등 신소재, 생물학, 화학 분야 연구에 활발하게 활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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