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울한 10년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하나….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2000년 8월,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유 씨(42)는 택시기사였고, 범인 김 씨(19)에게 흉기로 찔려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다방 커피 배달원이었던 목격자 최 씨(15)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살인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최 씨를 기소했다. 당연하게도 최 씨는 본인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최 씨는 국선변호인의 설득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받는 갈래를 잡게 됐다. 그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기존 형에서 5년 감형한 15년을 선고하게 되고, 최 씨의 대법원 상고 포기와 함께 형이 확정됐다.

누명으로 10년을 복역했으나, 최 씨를 기다리는 것은 또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최 씨에게 유 씨의 사망 보험금에 이자 1억 4천만 원을 구상권 청구한 것이다. 이에 최 씨는 재심을 신청했고, 2016년 11월이 되어서야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진범 김 씨가 긴급체포됐고, 2018년 3월 김 씨에게 15년형이 선고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당시 최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최 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경찰들은 최 씨를 체포하고 경찰서가 아닌 모텔로 향했다. 최 씨에게 전화번호부를 주면서 거기서 진범을 찾아내라고 강요했다고 하는데, 이는 최 씨의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난 강압 수사 방식이었다고 한다.

모텔에서도 최 씨를 폭행했던 경찰은 서에서 본격적인 폭행을 시작했다. 최 씨가 허위로 진술하기까지 이뤄진 경찰의 가혹행위는 사실상 고문에 가까웠다. 이는 최 씨의 어머니가 서에 방문했을 때도 지속 중이었다.


진실은 드러나고 있었다...


최 씨의 진술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어떤 과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흉기는 무엇이었는지, 그 흉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주요 부분이 수정된 조서가 그 흔적이다. 또, 흉기로 지목된 식칼과 택시의 문손잡이 등에서 최 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에 더해 해당 식칼에서는 혈흔 반응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건 발생 3년 후인 2003년, 군산 경찰서 측은 해당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 재수사 개시에 이른다. 이어 진범 김 씨와 김 씨의 도피를 도운 임 씨를 체포했다. 당시 김 씨는 사건에 관해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진술을 했으며,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법의학자의 부검 소견도 이와 일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 신청을 계속 반려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황상만 형사는 약 1년 동안 수사와 영장 청구를 이어갔지만, 돌아온 결과는 강력반 형사에서 지구대로의 좌천이었다. 무고한 시민을 살인범으로 만들어 수년간 징역을 살게 했다는 사실을, 검찰은 그대로 묻으려 했다.


죄책감...


김 씨는 그대로 풀려나 석방됐고,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에 이어 당시 심신미약으로 허위진술을 했다며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다. 그 후 개명한 김 씨는 2016년이 되도록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간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건 김 씨의 도주를 도왔던 임 씨였다. 임 씨는 2012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죄책감으로 삶을 마감한 이는 임 씨뿐이 아니었다. 해당 사건의 가혹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은 10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퇴직한 이가 많았다. 그러나 박 씨는 재심 당시 현역에 있었고, 증인으로 출석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박 씨는 재판 시작 후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배상 판결에 항소...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국가가 최 씨에게 13억 원, 최 씨의 모친에게 2억 5천만 원, 최 씨의 동생에게 5천만 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또한, 13억 원의 20%는 최 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 씨, 그리고 김 씨를 불기소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3일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최 씨의 재심을 담당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이 씨가 아직 최 씨를 진범으로 주장한다며, 선고 이후에라도 사과를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10년이 넘도록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일이다. 최소한,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사과가 변호인의 바람이 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배상 판결도 억울해 항소하는데, 최 씨의 10년 옥살이는 얼마나 억울했을 것인가.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