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⑦가상현실 편

[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2016년 세계가전박람회(CES, Consumer Electrics Show)와 세계통신박람회(MWC, Mobile World Congress)에서 모두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다.

세계의 자본은 지금 VR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는 2025년 VR 시장의 규모가 약 1100억 달러(약 12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세계 VR 기기 시장 규모가 2016년 1400만대에서 2020년 3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도 거의 없던 VR 기기 회사를 페이스북이 20억 달러나 들여 인수하고, 구글을 비롯한 MS, 소니, 삼성, 네이버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과 디즈니 등 콘텐츠 산업의 최강자까지 앞다투어 VR 산업을 준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 가상현실을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자강기업인 삼성전자와 소니전자의 활보가 눈에 띄고 있다. 사진은 삼성의 가상현실(상단)과 소니의 가상현실 기기 시연 모습(하단)과 3D 콘텐츠의 대표적 사례가 된 영화 아바타 등 합성(그래픽_진우현 기자)

◆ 가상현실, 허구와 실상의 중간 지점이자 상호작용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가상현실이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는 인간-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쉽게 말해 컴퓨터를 통해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최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현실(artificial reality), 사이버 공간(cyberspace), 가상세계(virtual worlds), 가상환경(virtual environment), 합성환경(synthetic environment), 인공환경(artificial environment) 등의 용어들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는 모든 것들을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조작하거나 실행할 수 있다. 즉, 3차원의 가상공간에서 사용자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통해 이동, 사물의 작동 등 실시간 제어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설계자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모습을 즉시 생산해낼 수 있어 빠른 수정과 정확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증강현실의 대표적 사례가 된 구글의 포켓몬 고 게임과 구글 글라스

◆ 실제 존재하는 홀로그램,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서로 비슷한 듯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상현실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가상 세계에 접속해서 실제 세계에서처럼 시각, 청각 등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데 비해, 증강현실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 공간에 홀로그램 등으로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 주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으로 예를 들면, 가상현실 격투 게임은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가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적과 대결하지만, 증강현실 격투 게임은 ‘현실의 내’가 ‘현실의 공간’에서 가상의 적과 대결을 벌이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증강현실이 가상현실에 비해 현실감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증강현실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하며, 현실 환경에 가상정보를 추가하거나 거꾸로 가상환경에 현실 정보를 추가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 서비스나,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Pokémon Go)>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상의 포켓몬 그래픽이 스마트폰을 통해 현실과 겹쳐지면서 마치 물체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포켓몬 고가 그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스마트폰의 보급, 인터넷의 대중화, 그래픽 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역시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스마트 기기다. 구글이 시범적으로 개발, 공개한 이 스마트안경 구글 글래스는 일반 안경처럼 눈에 착용하며, 스마트폰처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내장되어 안경을 통해 인터넷 검색이나 사진 촬영, 길 안내, SNS 사용 등이 가능하다. 구글 글래스는 기본적으로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며, 한쪽 렌즈에 화면 출력용 프리즘에 장착돼 있어 사용자 눈 앞으로 약 25인치 크기의 가상 화면이 나타난다.

▲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활용 분야(정리, 신지영 기자)

◆ 비약적 발전 이룬 가상현실·증강현실

가상현실의 역사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3D 기술이다. 10년 전 영화 <아바타(Avatar)>(2009)가 몰고 온 3D 열풍을 기억하는가. 당시 3D 영화와 3D TV는 기존 영화와 TV에서 느낄 수 없던 입체감을 주어 영상 매체의 미래로 주목을 끌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3D TV가 차세대 TV가 될 것으로 보고 ‘기존의 TV는 죽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콘텐츠의 부족으로 3D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고 곧 시들해진 것이 경험이 있다.

가상현실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1960년대부터 가상현실을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왔으나, 완전히 대중화되기 위한 제반 여건이 충족되지 못해 크게 확산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컴퓨터 기술, 통신 속도, 3D 센싱(sensing),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보편화되면서 굳이 한 장소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짐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현재 가상현실도 콘텐츠와 장비의 부족 등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이 3D와는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콘텐츠의 몰입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을 든다. 가상현실은 가상의 세계를 내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의 공간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의 높은 몰입도를 보여 준다. 포켓몬고의 열풍 역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 정도의 몰입도가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의 확장성도 높다. 3D 영상은 반드시 전문 제작사가 만들어야 하지만, 가상현실은 일반 이용자들도 360도 카메라를 이용하여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 스스로 주체적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은 과거 3D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14년 3월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인 오큘러스VR(Oculus VR)를 20억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하면서부터 가상현실은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오큘러스는 2012년에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설립됐으며, 가상현실 초기 시장을 선도해 왔다.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소니, 엡손 등의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투어 VR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소니는 가상현실 게임시장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데,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VR을 통해 게임 생태계를 공략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열풍을 이어갔던 <포켓몬고>게임은 시작에 불과하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현실보다 더 재미를 주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인간 경험의 폭을 크게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 가상·증강현실 기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 글 싣는 순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현실과 착각할 정도의 몰입감을 주며, 재미와 편리함을 선사하지만, 가상 세계에 완전히 빠져든 나머지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 온라인 게임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포켓몬 고에 집중해서 스마트폰 액정만 들여다보고 다니느라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뉴스는 가볍게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또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적용된 게임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현실에서도 게임을 모방한 범죄가 벌어진다거나 실제 사람을 게임 캐릭터와 착각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기술이 사용자에게 적용될 경우 개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강현실은 기본적으로 현실의 사물과 가상의 관련 정보, 또는 가상의 사물과 현실의 정보를 덧붙여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의적으로 흘린 가상의 정보에 현혹되거나 혹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개인 정보가 노출된다거나 하는 위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 대응 방안까지 다각도로 예측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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