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원전건설 추진에 관한 의혹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강경한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북한의 원전건설 추진에 관한 의혹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강경한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남북정세]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강경한 대응에 나서며 야당과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해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에도 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아봤지만 이건 터무니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도 국민의힘 의혹 제기에 적극적인 차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이례적으로 주말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 입장 발표 이어 6쪽 문건 전문 공개…이인영 통일장관도 적극 의혹 차단


산업부는 “문서는 서문(序文)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으며, 결문(結文)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기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도 같은 날 입장 자료를 배포하고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구상’에는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전체의 신경제 구상 관련 논의를 총괄하는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장관은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해 40여쪽 되는 자료를 긴급하게 검토했지만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한 뒤 “장관이 아닌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야당이) 선거 때문에 그러나’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장관은 “실제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풍’이라든가 ‘좌파’, ‘좌익’ 등 표현들을 종종 쓰면서 공세를 야당 쪽에서 강화했었기 때문에 이게 좀 정략적으로 이뤄지는 측면들도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원전 게이트’ 공세가 지속되자 산업부는 1일 북한 원전 건설 문건 자료 전문을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총 6쪽 분량의 문건에는 추진 방안을 위한 건설 계획 등이 포함됐다. 1안은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APR 건설’, 2안은 ‘DMZ에 APR+ 건설’, 3안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 후 북한으로 송전’으로 구성됐다.

산업부는 별도의 입장 자료를 통해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자료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된 것에 대하여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靑, 김종인 의혹 제기 시점 두고 “선 넘은 정치공세고 색깔론”


청와대도 김종인 위원장의 의혹 제기 시점을 두고 선거를 앞둔 ‘색깔론’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 넘은 정치공세고 색깔론”이라며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없는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해당 논란이 지속되면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건넸던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마저 이 사안에 휘말릴 조짐이 감지되면서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운영 성과에까지 생채기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산업부의 문건 공개 직후 구두 논평을 통해 “아직 (북한 원전 관련) 문건 17개를 모두 공개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산업부가 문건 17개를 모두 공개한 것도, (이날 공개한 문건이) 일부만 공개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중에 공개하기 민감한 외교 문건이 있다면 국정조사를 비공개로 돌리고 확인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부가 일부 문건을 공개와 관련해 “스스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의구심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 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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