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든 시국에 ‘수신료 인상’ 시기상조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에 무보직자 1500명…시청자 납득시켜야

KBS의 수신료 인상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에서 KBS는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KBS의 수신료 인상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에서 KBS는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KBS의 계획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단 수신료 인상이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가운데 인상안이 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BS가 지난달 27일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1980년 이후 41년째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화’해 막대한 적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은 이르다는 여론이 크다. 더욱이 KBS의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매월 꼬박꼬박 내야하는 것”이라서 인상안이 가결되면 국민들은 선택권 없이 무조건 따라야하는 구조다.

KBS가 수신료로 거둬들이는 돈은 2019년 기준 6705억원으로 전체 재원의 약 46%를 차지한다. 이중 인건비로 나간 돈은 5200억원. 수신료가 3840원으로 오르면 약 3594억원 늘어나 연간 1조원을 넘어선다.

KBS는 지속적인 영업적자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759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KBS는 그동안의 물가 인상률과 방송 장비 디지털화를 고려할 때 41년째 동결된 수신료는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신료는 1981년 컬러TV로 송출하면서 2500원으로 인상한 뒤 41년째 같은 금액으로 유지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는 ‘국가 재난방송 중추 역할 확립’·‘UHD방송 선도’·‘디지털 콘텐츠 확대 및 개방’·‘고품격 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 등 총 12대 과제, 57개 사업을 추진해 2025년까지 총 1조8145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수신료의 3%(약 180억원)를 지원하고 있는 EBS 지원을 수신료의 5%(약 500억원)로 인상 ▲24시간 라이브 재난방송을 제공 ▲광고 수익 30%를 ‘미디어 상생 기금’으로 출연해 군소 미디어 업체 지원방안 등을 제시했다

수신료 인상안 발표 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KBS의 억대 연봉자가 60% 이며 직원 중 무보직자가 2053명이다”라고 지적하자 KBS는 “2020년 기준 1억원 이상 고액연봉자는 전체 직원의 46.4%이고 무보직자는 1500명 수준”이라고 했다. KBS의 해명에도 여론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무보직 인력이 1500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적자의 원인이 과도한 유휴인력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많은 시청자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앞서 무보직자‧공정성 논란 등의 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 광고수입 줄었다”…콘텐츠 부족 아닌지 성찰 먼저


KBS 양승동 사장은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광고수익이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줄었다”며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재정 위기를 넘어 공영성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KBS가 광고수입이 줄었다는 것에 대해 미디어 환경을 탓하기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콘텐츠가 부족했다고 반성하는 게 먼저 아닐까 싶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공영방송인만큼 가치와 의미가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 수신료를 인상해야한다면 필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KBS도 시청률에 휘둘리지 않고 공영방송의 중심을 잡으려면 광고 비중이 줄어야 하고 부족분은 수신료 인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졌을 때 KBS가 내세운 공약은 ▲2016년 ‘장영실’ 이후 중단된 대하드라마 부활 ▲추석특집으로 선보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와 같은 대형 기획프로그램 편성 ▲‘차마고도’ 와 같은 고품격 다큐멘터리 제작 등이다.

그런데 지난달 31일엔 온라인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여론이)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 평균 연봉 1억이고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다”며 “제발 밖에서 욕하지 말고 능력 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 되세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블라인드는 소속 회사의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해서 실제 직원이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다. 이 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국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KBS는 지난 1일 “KBS 구성원의 상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불쾌감을 드려 유감스럽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덕목 지켜져야…“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회사마다 나름의 임금테이블이 있고 KBS는 취준생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만큼 임금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일각에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옳지 않다고 본다.

다만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무보직자 1500명’에 대한 설명은 필요해 보인다. 또 흥미위주의 상업방송에는 없는 고품질 콘텐츠와 공공 서비스, 다양성 존중, 소수자 보호, 지역문화 활성화 등 공영방송의 덕목을 잘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KBS 수입 중 수신료 비중(46%)은 영국 BBC(75%)나, 일본 NHK(98%), 독일 ADF(87%) 등 다른 나라 공영방송에 비해 모자란 것은 맞는 얘기다. 2014년 방통위에 따르면 단순 물가인상률만 반영해도 2012년에 이미 9025원 수준이어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공영방송 수신료는 시청자 의사와 별개로 의무적으로 징수되는 성격이 있어서 여론의 호응 없인 추진하기 쉽지 않다.

시청자들의 수신료 인상 반대의 저변에는 KBS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이 부족하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이 정파를 초월해 공영방송 KBS를 응원했다면 수신료 인상 문제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퍼지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침체로 힘듦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을 들고 나온 건 시기상조로 보인다.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고 나서 온라인상에서는 지난해 가수 나훈아가 “정말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KBS를 향한 발언이 다시 화제되고 있다. 위 말처럼 국민·세대·남녀·소수자를 아우르는 공영방송이 코로나19로 우울을 넘어서 생사기로에 선 국민들을 생각했다면 코로나가 종결된 후 수신료 인상안을 제시했어야 하지 않나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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