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플라스틱 배출량 ‘급증’ 전년대비 14.6% 상승해
-폐플라스틱 썩는데 500년… “환경 대하는 의식 높아져야”

코로나19의 습격으로 국민의 피폐한 삶이 이어지면서 환경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코로나19의 습격으로 국민의 피폐한 삶이 이어지면서 환경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코로나시대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마스크 생산량은 16억7463만장이다. 플라스틱류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는 만드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지만 썩는 데는 400년 넘게 걸린다. 또 음식 배달에 사용되는 음식 배달 플라스틱 용기는 땅에 묻어도 500년 동안 썩지 않는다.

일회용 마스크는 재활용이 안 된다. 여러 가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코 부분엔 얇은 철사가 들어 있다. 결국 이를 폐기해야 하는데 문제는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도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일상이 됐고, 음식 포장·배달이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 배달과 택배가 늘면서 지난해 폐플라스틱은 전년 대비 14.6%, 폐비닐은 11%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배달은 전년 동기대비 76.8% 늘었다. 택배 증가율도 20.2%나 된다.

플라스틱 배출량이 늘면서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폐플라스틱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으면 태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크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다. 배달음식을 포장하는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찌꺼기가 남아 있거나 혼합 플라스틱 재질이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늘고 있지만 매립할 곳은 부족하고, 폐기물 처리 단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 쓰레기를 비롯해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매년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환경을 오염시켜 왔는데, 폭증한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와 일회용 마스크까지 해양 오염을 가속하고 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회용 마스크와 플리스틱 용기가 재활용이 쉽지 않고 환경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면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지구는 우리가 잠시 머물 뿐 후손들과 공유해서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소비자 ‘NO플라스틱’ 선호…기업도 변신 중


요즘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케팅 기업 크리테오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약 52%는 친환경을 내세우며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맞는 브랜드나 제품을 더 소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CU는 이달부터 일회용 봉투를 발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100원을 내고 친환경 봉투를 구매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부터 CU의 자체 브랜드(PB) 생수의 포장지를 없앴다.

GS칼텍스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7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화장품류의 플라스틱 공병 100t을 GS칼텍스가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탄생시켜 이를 다시 화장품 용기에 사용할 계획이다.

같은 날 대한화장품협회는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제조사들은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없애고 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을 30% 줄일 방침이다. 판매한 용기를 회수하고 리필을 활성화해 성과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28일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 프리’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투명 페트병은 비닐 라벨을 제거한 뒤 일반 플라스틱과 별도로 분리배출 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번거로움을 없애고 재활용률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지난 1일 선보였다. 본점 지하 1층 슈퍼마켓 내에 자리한 ‘에코스토어 리필 스테이션’은 빈 용기를 가져오면 친환경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구매할 수 있다.


“환경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이 높아져야”


쓰레기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인류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건 당연한 결과다. 플라스틱 등이 일반쓰레기로 분류 되도 소각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 섬의 크기가 여느 국가보다 크고, 바다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 때문에 생명이 위태롭다는 뉴스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일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강과 바다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쌓인 모습이 뉴스로 보도된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는 지구 곳곳의 생명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버려진 쓰레기를 회수하고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규제를 마련하고 예방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분리배출 표시가 있어도 실제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들의 사례를 모아 분리배출표시제를 개선·홍보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의 지침과 더불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국민 한 사람이 환경과 맺는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은 편하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 버리면 끝이 아니라 자원 순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을 가져야한다. 쓰레기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 생활 속에서 찾고, 일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을 찾는 습관도 중요해 보인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2019년 4월부터 ‘일회용품 안 받을 게요’라는 옵션을 도입했다. 지난해만 1억 건이 넘는 옵션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는 지난달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류는 변해야만 한다”며 “팬데믹으로 인간이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자연·동물과 관계를 새로 맺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과 공생하지 않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지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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