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內 이적행위로 볼 만한 내용 찾기 어려워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산업통상자원부 6쪽 분량의 관련 문서 전문 공개


지난 2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SBS’와 야권이 제기한 의혹 ‘북한지역 원전건설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전면 공개했다.

산업부는 동 사안이 현재 재판중인 사안임에도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하여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붙임과 같이 자료 원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언급은 산업부가 문건을 공개한 것에 절차와 실체적인 위법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발표에서 산업부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 없이 그대로 종결되었고,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전했다. 이에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을 중심으로 이적행위에 해당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내부 문건임을 분명히 하고 의사결정 기구를 외국과 공동 구성하는 등 공개추진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 중 1P 내용 인용부분

공개한 문건 1P의 서두에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 이라는 문구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산업부가 주장한 것처럼 해당 자료가 공식 의제로 결정되어 상부에 보고되고 구체적으로 추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문건의 1. 고려사항에는 “의사결정 기구는 美日 등 외국과 공동 구성”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으로 몰래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려 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는 외국과 공동으로 구성한다고 천명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문서에 분명히 명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원전과 비핵화조치의 연계 여부”를 문서에 명시하면서 한국이 단순히 북한을 원조하기 위해서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라는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도 있음을 공개된 문건에서 분명히 언급했다.

즉 문서 1P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몰래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도 국제사회와 공동처리를 분명히 함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 중 2P 내용 인용부분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에는 원전을 북한지역에 건설할 경우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일단 문서는 북한 내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할 경우 “IAEA 감시”를 전제하고 있으며 “미국이 플로토늄 추출 가능성이 있는 사용후 핵연료도 북한 밖 저장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즉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에서는 북한지역에 원전을 건설하여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할 경우 IAEA 등의 국제기구 감시를 전제하고 있으며 미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한국이나 프랑스를 포함한 제3국으로의 반출도 검토하고 있었다.

문서 그 어디에도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북한의 무제한적인 처분권을 인정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를 활용하여 핵무기의 연료로 전용할 수 있는 플로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문건 해석을 통해서 근거가 없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문건 자체가 정상적인 문건이므로 지시나 검토가 있어도 위법성 없을 듯


문건 분석을 통해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은 국제사회의 규제를 회피하거나 한국이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북한에 원전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이 아님은 입증된 셈이다. 따라서 단순히 삭제되었다고 해서 해당 문건을 이적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산업부를 포함한 한국 정부는 문건에 대한 지시나 검토가 없다고 부정하지만, 지시나 검토가 있다고 해도 이적행위를 지시하거나 검토한 것이 아니므로 이적행위는 아닐 것이다.

이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상황 하에서 문건을 작성한 것이므로 이적행위를 구성하지 않으며, 그 결과 설사 문건의 검토와 지시가 이뤄졌다고 해도 이적행위의 교사범이나 공동정범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아래 실제로 문서를 복구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지방검찰청’도 문건을 삭제한 공무원을 이적행위로 기소하지 않았으며,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서도 이적행위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수사기관인 대전지방검찰청도 공개된 문서만으로 이적행위를 적용하는 것은 극히 어려웠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지난 2월 5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버전 2 문건도 산업부 컴퓨터에 남아 있으며 내용 또한 버전 1과 동일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아래에서 삭제된 문건 중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거나 지시 혹은 검토한 행위를 이적행위로 판단하는 것은 그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의 유권해석이 내려지기 전까지 단언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기소기관인 대전지검이 이적행위로 기소한 바 없으며 공개된 문건의 분석을 통해 문건 자체에 이적행위성이 인정되기 어려움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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