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후발주자이지만 적극적인 기술 개발 나서야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스페이스X도 클러스터링 기술로 대형로켓 제작


‘엘론 머스크’가 2002년에 설립한 미국의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X(SPACEX)’사도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하여 대형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이란 추력이 작은 소형 엔진을 여러 개 묶어 추력이 큰 중대형 엔진으로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따로 중대형의 로켓 엔진을 개발할 필요가 없으므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검증된 소형 엔진을 활용하기 때문에 신뢰성도 비교적 확보된다.

출처: SPACEX사

그러나 단순히 소형 엔진을 여러 개 묶는다고 원하는 추력을 얻을 수 없으며 다수의 소형 엔진들의 출력을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클러스터링 기술의 확보는 그리 용이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우주항공기술 강국으로 평가받았던 소련(현 러시아)의 ‘N-1’ 로켓조차도 30개의 소형 엔진을 클러스터링 하였지만, 이후 시도된 4차례의 발사에서 모두 실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클러스터링 기술의 난이도는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클러스터링 기술을 확보할 경우 로켓 엔진의 경제성, 효율성, 신뢰성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실패가 있었지만 관련 연구개발은 지속되어 왔다.

미국의 민간 항공우주기업인 스페이스X 또한 자사가 개발한 해수면 추력이 86톤, 진공 추력이 100톤에 달하는 ‘멀린 엔진’을 클러스터링 하여 대형 로켓을 제작하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먼저 멀린 엔진을 9개 클러스터링 하여 제작한 ‘팰컨9’ 로켓의 1단은 해수면 추력이 776톤, 진공 추력이 839톤에 이를 정도로 추력이 강력하다.

이와 같은 강한 추력을 바탕으로 팰컨9 로켓은 지구저궤도(LEO)에 22.9톤, 정지천이궤도(GTO)에 8.3톤까지 중량이 나가는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한편 팰컨헤비 로켓은 멀린 엔진을 9개씩 클러스터링한 팰컨9 로켓을 다시 3개 묶은 것으로 합계 27개의 멀린 엔진이 사용되는데, 팰컨헤비 로켓 1단의 해수면 추력은 2328톤이며 진공 추력은 2517톤에 달할 정도로 강력하다.

팰컨헤비 로켓은 지구저궤도(LEO)에 63.8톤, 정지천이궤도(GTO)에 26.7톤까지 중량이 나가는 화물을 적재한 상태로 로켓의 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을 2020년 한 해에만 26회나 발사하는 것에 성공했으며 2020년 기준 합계 100회 발사 시도 기록을 수립할 정도로, 클러스터링 기술을 포함한 로켓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도 75톤급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하여 300톤급 엔진 제작 시도


지난 2월 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누리호’ 1단의 300톤급 엔진을 제작하기 위해 75톤급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 하여 조립하는 현장을 공개했다.

항우연은 누리호 1단에 적용될 클러스터링 기술의 핵심이 다수의 엔진으로 하여금 하나의 엔진처럼 동일한 추력을 내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연료와 산화제를 동일 조건에서 공급해야하고 온도, 압력,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엔진 각 구성품의 신뢰도가 높을 필요가 있으며 다수의 엔진이 동시에 점화되는 동안 각 엔진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엔진 수평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항우연은 지난 1월 28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1단에 적재된 300톤 급 엔진의 연소시험을 30초간 실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시험은 1단 추진제 탱크에서 엔진으로 연료와 산화제가 정상 공급되는지 여부와 자동 발사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 등의 항목을 포함했는데, 시험 결과 모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직경 2.6m에 엔진 1기가 탑재된 ‘시험발사체’와 달리, 누리호 1단에는 직경 3.5m에 엔진 4기를 결합시켜야 하는 것에 더해 배관과 밸브 등 부가적인 장치를 설치해야 하므로 조립 난이도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클러스터링 기술을 확보하면 개발된 소형 엔진을 기반으로 중대형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우연은 한국항공우주기술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비좁은 작업 공간 등 불리한 개발여건을 극복하면서 관련 기술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란 의지를 내보였다.


한국 2021년 누리호 발사 성공 위해 적극 지원


지난 2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16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된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 올해 10월 발사예정인 누리호 발사를 적극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2021년도 우주개발진흥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 기술 자립을 위한 전략으로 누리호 비행모델 제작과 누리호용 신규 발사대 구축 및 발사운용 준비 등을 위해 1897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발사체 개발단계는 ‘체계개발모델(EM)’, ‘인증모델(QM)’, ‘비행모델(FM)’ 순으로 규정되는데, 75톤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한 누리호 1단 인증모델의 연소시험을 상반기에 실시하고 비행모델 제작을 완료한 후 2021년 10월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과기부는 비행모델 제작 지원과 함께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범정부적인 지원조직을 구축할 것이며, 누리호용 신규 발사대 구축을 완료함과 동시에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누리호 발사에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표명했다.

누리호 1단의 엔진 추력은 300톤 급으로 스페이스X가 보유한 펠컨헤비 1단 추력인 2517톤의 11.9%에 불과하며, 펠컨9 1단 추력인 839톤과 비교해도 35.8%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한다고 해도 스페이스X를 포함한 우주항공 선두주자들과 한국의 기술적 수준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러스터링 기술을 확보하면 자력으로 중대형 로켓 엔진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등 한국의 우주항공기술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주도하는 대항해시대가 열렸으나, 후발주자였던 영국은 선도국에 대한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항해술과 조선술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결과 해가 저물지 않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에 성공했다.

따라서 한국도 우주항공분야에서 후발주자라고 하여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우주대항해시대를 대비하여 좀 더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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