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15일 서울을 비롯해 광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남측위)에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세터 국제회의장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17주년 기념식을 갖고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기념식 참석이다. 당초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으로 행사가 기획됐다가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로 승격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북한 문제를 남북 주도 대회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국내와 북한, 미국 등에 전달하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6・15 기념식 축사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 정상선언 등 과거 남북 간에 이뤄진 주요 합의를 거론한 뒤 “당면한 남북문제와 한반도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사진_청와대, 알리바바닷컴 등, 그래픽_진우현 기자>

◆ 문 대통령, “한반도 문제, 그간의 남북간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 정상선언 등 과거 남북 간에 이뤄진 주요 합의를 거론한 뒤 “당면한 남북문제와 한반도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 시켰다. 그리고 “남북 당국 간의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서 남북 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역대 정권에서 추진한 남북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돼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를 남북이 함께 되돌아가야 할 원칙으로 대할 것이다. 또한 당면한 남북문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10・4 선언에 남북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을 위한 긴밀한 협력, 종전 선언 추진을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약속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의 해법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

‘종전 선언’은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 핵 폐기와 남북 평화 협정 논의를 동시에 하는 계기로 고려했던 부분이다.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이 쉽지 않은 만큼, 평화협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당사국들이 남북 간 전쟁이 끝났다는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각국이 종전 선언을 포함한 남북 합의 사항에 의회의 비준을 받도록 하는 구상이 담겨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관계의 기본 노선을 제도화 하자는 취지이다.

◆ 문 대통령 “북한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 중단하면 조건 없는 대화” 천명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를 하겠다는 방침 하에 당국 간 대화를 최소화 했다. 특히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에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전까지는 어떠한 대화도 할 수 없으며.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후 북한이 미사일(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대북제재안을 발표하며 개성공단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5차 핵실험까지 감행했으며,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에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목표로 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6.15 축사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며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 그리고 북미 관계의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호응을 촉구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따른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와 동상이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북한은 6.15공동선언 17주년 전날인 지난 14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핵 무력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 의지를 밝히면서 ‘화성-12’형과 ‘북극성-2’형 등 액체・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ICBM을 우선 완성하는 것이 협상국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 북한 전문가들, “문 대통령의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 참석 매우 상징적” 평가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조평통 성명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요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북한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요구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도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원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부는) 과감하게 군사회담을, (남북이) 군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이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자체가 매우 상징적”이라며 “앞으로 통일부를 중심으로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재개”와 실무회담 제안 준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북한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남북대회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면 올해라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고립주의적 대외정책을 볼 때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즉각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한국 정부는 더욱 큰 인내심을 가지고 굳게 닫힌 북한의 문을 앞으로도 여러 차례 계속 두드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남북대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북한은 과연 어떻게 화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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