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⑨ 제조업의 변화 편

[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기와 시스템을 연결하고 스마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혁신의 전파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며, 파급력이 미치는 범위 역시 무궁무진하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형 제조업의 붕괴는 필연적”이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은 산업과 일자리, 생산 활동은 물론이고 인간의 정체성에 관해서도 복잡한 문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4차 산업혁명에서의 제조업

수렵과 채집에 이어 농경생활을 해 오던 인류는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의 길에 들어섰다. 즉,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1760~1840년)은 철도와 증기기관의 발명이, 2차 산업혁명(19세기 말~20세기 초)은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전기와 생산 조립라인의 출현이 원동력이었다. 1960년대에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PC, 인터넷이 주도한 디지털 혁명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기와 인간, 물리적 환경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작업용 3D 스마트 글래스를 시범 도입했다<사진_폭스바겐 홈페이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2011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역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독일의 대응 전략이다. 인더스트리 4.0은 2013년부터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와 독일엔지니어링협회(VDMA) 같은 산업 단체가 추진해 왔으며,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접목을 통해 제조업 혁신을 이루겠다는 프로젝트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을 활용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고 작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공장의 기계, 산업 장비, 부품들은 서로 정보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주고받을 수 있으며, 기계마다 인공지능이 설치돼 모든 작업과정이 통제되고 사람 없이 수리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생산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줄어들고 창의적인 기술개발과 혁신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됨으로써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도전해오는 신흥국과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온라인 정보통신 기술이 오프라인 산업 현장에 적용되면서 일어난 혁신을 일컫는 말이다. 온라인으로 통제되는 공장은 개별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며,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항공기 엔진은 고장을 미리 예측해서 사고를 예방하고 운영 시간을 늘릴 수 있다. 과거의 증기 혁명, 조립 혁명, 정보 혁명처럼, 4차 산업혁명은 O2O가 불러온 생산성 혁명이다.

O2O를 배경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인터넷 기술을 근간으로 하지만, 그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기존 인터넷 혁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기존 인터넷 혁명은 전자상거래나 게임과 같은 소매업 및 소비자 서비스에 국한된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전체 산업계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일정 분야로 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매우 광범위하다.

◆ 4차산업을 대비한 제조업의 각국 대응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을 4차 산업혁명 개념의 기원으로 볼 수도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장 내외의 사물·서비스와 연계해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에코 사회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독일은 일찍부터 인터넷 기술의 진화가 오프라인 세상을 변화시킬 것임을 예측하고, O2O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12년 기존 제조업 기반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 공장을 탄생시켰다.

▲ 지멘스(Siemens)의 암베르크(Amberg) 스마트 공장에서는 각 부품 및 공정 마다 센서와 스캐너를 연결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생산라인의 기계끼리 서로 소통하고 모든 부품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밝히고 있다.<사진_지멘스 유튜브 영상 중에서>

예컨대, 지멘스(Siemens)의 암베르크(Amberg) 스마트 공장에서는 각 부품 및 공정 마다 센서와 스캐너를 연결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생산라인의 기계끼리 서로 소통하고 모든 부품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기존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스마트, 그린 및 도심형 생산으로 변화시키고, 인력교육과 전문성 개발도 기업별 개별 교육에서 공동 훈련 프로그램으로 변화시키는 등의 생산방식 및 정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기기 간 인터넷을 적용하기 위한 표준화 과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어 재추진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제조업의 결합을 핵심으로 하는 ‘제조업의 부활(reindustrialization)’ 어젠다를 제시했다. 또한 2013년 3월 독일의 글로벌 기업들이 인더스트리 4.0의 플랫폼을 설립하자 이에 자극받은 GE, IBM, T&T, 인텔, 시스코 시스템즈 등 미국의 제조업체 빅5는 2014년 3월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IIC)을 설립했다.

▲ 중국 최초의 완구 산업 단지 인 PA City에서는 모든 공급망 서비스를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통합하고 고객, 공급 업체 및 제조업체에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PA City는 전 세계 고객에게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한 포괄적 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전했다고 Shantou Daily가 보도했다.<사진_PA City 관련 영상 중에서>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internet+)’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첨단 인터넷 기술을 제조업에 적용해서 스마트 생산 강국이 되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중국은 2015년 5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한 ‘중국제조2025’를 발표해,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산업고도화를 추진하는 핵심 전략이다. ‘중국제조2025’에서는 향후 30년간 세 단계에 걸쳐 제조업 강국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밝혔다.

중국의 또 다른 전략인 ‘인터넷 플러스’는 2018년까지 인터넷과 경제 · 사회 각 분야의 융합 발전을 통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인터넷 경제와 실물 경제의 융합 발전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인터넷을 전통적인 제조업에 활용해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로봇신전략’을 발표했다. 금융, 서비스, 유통, 간병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4월 “신산업구조비전: 제4차 산업혁명을 리드하는 일본의 전략”을 발표했고, 2016년 6월 “일본재흥전략2016: 제4차 산업혁명을 향해”를 잇따라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은 빅데이터, 인재 육성, 혁신 · 기술 개발 가속화, 금융 기능 강화, 산업구조 · 취업구조 전환 원활화, 4차 산업혁명의 중소기업 및 지역경제에의 파급,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경제사회 시스템 고도화 등 7개 세부 정책으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로봇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4년에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사물인터넷과 사이버물리시스템 등 ‘연결’ 기술을 제품 생산과 유통에 결합해 제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스마트공장에 초점을 맞추고, 2020년까지 1만 개 중소중견 기업을 스마트 공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준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의 UBS은행이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국가별 4차산업혁명 준비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준비 수준은 세계 25위에 머무른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에 높은 비중을 둔 산업구조와 대기업 위주의 수직적인 경영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2016년 10월 18일 한국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생산가능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잘 수용될 텐데, 한국은 노령인구가 많고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으니 그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2027년에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50%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고령화 및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낮은 노동 생산성으로 인해 장기불황에 시달릴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제조업의 미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제조업의 첫 번째 변화는 생산 공정의 스마트 플랫폼화다. 현재 오프라인 산업 생산 시설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해서 스마트 플랫폼 기반으로 바꾸는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GE는 자신의 모태인 가전 부문을 중국에 팔아버리고 나서 금융 부문까지 정리하더니 마침내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로 탈바꿈하는 놀라운 변신을 보여 주고 있다. GE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서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란 새로운 용어와 함께 산업인터넷컨소시엄(GE, 인텔, 애플, 시스코, 삼성전자, 지멘스, 화웨이, IBM)을 결성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인터넷은 항공기 엔진이나 발전소, 열차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O2O의 산업 버전이다.

▲ Predney Bowes가 산업 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내부 관찰모습이다. GE는 프레딕스를 항공기 엔진에 연결해 사용한 결과 중동처럼 모래가 많은 지역의 엔진이 다른 지역의 엔진보다 마모가 심한 것을 파악했고, 이에 대한 발빠른 대응으로 4차산업을 선점하고 있다.<사진_GE 리포트 중에서>

주목할 점은 GE의 ‘프레딕스(Predix)’다. 프레딕스는 애플의 iOS같이 산업계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다. GE는 클라우드 기반의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구글이나 애플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리를 선점하려고 한다. GE는 프레딕스를 항공기 엔진에 연결해 사용한 결과 중동처럼 모래가 많은 지역의 엔진이 다른 지역의 엔진보다 마모가 심한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국적항공사인 에어아시아(AirAsia)는 2014년 프레딕스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료비를 절감했으며, 캐나다 에너지 기업 트랜스캐나다(TransCanada)는 발전기를 프레딕스로 연결해서 출력을 5%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프레딕스 플랫폼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 대응을 통해 대부분의 산업계를 장악할 수 있는 무서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또 다른 변화는 이용자 맞춤형 생산 확대다. 기존에는 대량생산을 어떻게 최적화, 효율화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등이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바일과 인터넷의 발달로 상품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이용자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가, 점점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추세다. 따라서 ‘맞춤형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이 새로운 목표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온라인 신기술이 제조업 공장에 활용되면서 해결된다. 사이버 공간에 제작 프로세스를 가상으로 설계하면 오프라인 생산라인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CPS(Cyber-Physical System) 방식이 적용된 스마트 공장이 등장하면서, 수요에 따라 모든 생산라인을 자유롭게 바꿔 가면서 맞춤형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주방 가구 노빌리아(Nobilia)는 모든 생산 공정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도록 지능화 프로그래밍을 도입해 프로그램에 원하는 사이즈와 디자인을 입력하기만 하면 생산 라인이 이를 공장에서 찍어낸 듯 정밀하고 오차 없이 가공해 준다. 하나의 제품일지라도 높은 완성도로 공장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가치소비의 핵심은 사람 수만큼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며, 그 다양한 가치가 바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3~4개의 선택지를 던져놓고 소비자에게 이 중 고르라고 하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먼저 파악하고 그를 반영한 제품을, 그것도 다양하게 내놓아야 한다. 대규모 생산에만 익숙한 기존 공장들은 4차 산업혁명의 O2O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공장의 경쟁력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질 것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이미 장비 업체들을 중심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제품에 대한 데이터 축적을 통해 각 제품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예컨대, 독일 지멘스(SIEMENS)는 전 세계 28만 개의 장비에 센서를 탑재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가동률과 불량률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의 GE는 일찍이 스마트공장(Brilliant Factory) 비전을 수립해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비즈니스화했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항공기 엔진을 제작해, 판매하는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리스 ·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엔진을 사용하는 시간만큼 대여하고, 정비와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그리고 개인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며, 이는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널리 활용되면 전통적인 제조업 기술에만 의존하던 국가는 몰락하고, 모든 산업은 서로 융·복합됨으로써 연결된 산업(connected industry)으로 발전한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산업 기기와 생산 과정이 연결되고, 사람과 기기 혹은 기기와 기기가 상호 소통하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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