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파머시 상표 출원과 약사단체들의 반발을 보며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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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PB 브랜드...


2015년 4월에 시작된 이마트의 PB 브랜드인 ‘노브랜드(No Brand)’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브랜드 이미지 등의 홍보에 사용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포함하는 이름이다.

위의 노브랜드와 유사한 맥락에서 출발한 햄버거 제조 및 판매업 브랜드가 있다. 바로 ‘노브랜드 버거(No Brand Burger)’다. 노브랜드 버거는 ‘더 낼 필요 있나요? 이걸로 충분한걸.’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운영된다.

이마트의 두 PB 브랜드 모두 ‘노 OO’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좋은 방향의 인지도를 얻었다. 이에 신세계 이마트 측에서 새로 시작하는 PB 브랜드에 그 인지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노파머시(No Pharmacy)...


기존 ‘노 OO’의 인지도에 새로운 상품을 더하고자 기획한 것이 건강기능식품 PB 브랜드 ‘노파머시(No Pharmacy)’다. 애초 올 상반기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만큼, 이미 상표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이 노파머시라는 브랜드명이 약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기도약사회, 대한약사회, 서울시약사회에 더해 약준모(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원들까지 노파머시가 ‘약국과 약사를 부정하는 명칭’이라며 입을 모았다.


파머시(Pharmacy), 약국, 약학...


파머시(Pharmacy)라는 단어는 이마트 측의 기획 단계에서 의도했을 ‘약국’이라는 뜻도 있지만, ‘약사’와 ‘약학’이라는 뜻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다. 그에 따라 위의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여러 약사단체에서는 해당 브랜드명이 보건의료의 한 축인 약국과 약학을 부정한다며 반대의 뜻을 전했다.

앞에 적은 것처럼 법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단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은 그 근거가 되는 약사법 20조를 일부 인용한 것이다.

1.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2. 약국을 개설하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개설등록을 하여야 한다. 등록된 사항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

(중략)

6. 제2항에 따라 개설등록한 약국이 아니면 약국의 명칭이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노파머시의 경우 약사 또는 한약사가 개설하지 않았으니 약국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Pharmacy’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에 더해 ‘건강기능식품 PB 브랜드라면 건강기능식품 영어명을 넣어 이름 짓지, 약국의 영어명을 넣어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전했다.


노(No)...


대한약사회는 이마트 측에 사과와 상표 출원 철회를 요구하며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 이마트(NO! emart)’ 포스터 게시와 불매운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때 대한약사회가 말하는 ‘No’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금지’의 뜻으로 쓰인 ‘No’다.

아마도 애초 이마트 측에서 기획한 노파머시의 ‘No’는 위의 ‘No’와는 다르게, 그간의 노브랜드, 노브랜드 버거 등에 쓰였던 ‘아니다’의 뜻을 가진 ‘No’였을 것이다. 이마트 측이 이 작명에서 간과한 것은 그 자체가 가진 규모와 힘이다.

기존 노브랜드의 영업 방식은 사실 납품 업체들의 브랜드를 잠식하며 대형 유통 업체의 횡포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런 배경을 알고 있는 약사라면 약국에 대한 부정적 의미로 읽힐 여지가 다분한 명칭이 달가울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마트 측은 명칭에 대한 고려가 더 필요했다고 보인다.


결과는...


특허청 측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약사법에 저촉 여지가 있더라도 상표법상 거절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상표 등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경우 논란을 피해 자발적으로 상표 출원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 분쟁의 결과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듯싶다.

결과와 별개로 이 사건이 대기업들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업계에 쉬이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큰 기업이라면, 브랜드의 상표명 등이 다른 집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려는 태도가 앞으로의 시장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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