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달라진 여행취향…경치 좋은 곳, 불법행위 극성
-지자체, 쓰레기‧주차난으로 ‘몸살’…양심·시민의식 되새겨야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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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30대 김 씨는 날이 따뜻해지자 가족과 함께 갈 인적이 드문 여행지를 검색한다. 예년 같았으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테마파크나 호텔을 찾았겠지만 이제는 타인과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 이 가족의 여행명소가 됐다.

사정은 일반인들도 마찬가지. 해외여행을 못 가고 국내 여행에서 숙소를 잡는 것도 조심스러워 지면서 캠핑·차박이 여행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차박은 자가로 원하는 곳까지 자유롭게 갈 수 있고 해안도로 앞에서는 마음대로 멈출 수 있다.

이런 매력 때문일까. 한국관광공사의 지난 17일 공개한 관광특화 빅데이터 플랫폼 ‘한국관광 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방문자수는 2019년도 대비 평균 18% 감소했지만 이런 와중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대면 자연관광지와 캠핑장, 공원 등에는 오히려 방문자들이 늘었다.

2020년에는 내비게이션 검색순위도 공원, 바다와 같은 자연관광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내비게이션 데이터(T map) 기반 관광지 유형별 검색건수를 보면 자동차극장(144%), 캠핑장(54%), 낚시(42%), 해수욕장(39%), 골프장(30%) 등이 많이 검색됐다. 반면 카지노(-62%), 놀이시설(-59%), 경마장(-58%), 과학관(-56%) 등은 검색건수가 크게 줄었다. 특히 2019년까지 검색건수 상위에 있었던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를 제치고 2020년에는 자연관광지인 여의도 한강공원, 을왕리 해수욕장이 T map 관광지 검색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차박 명소로 떠오른 곳은 고민이 깊다. 차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족(族)들이 해안가나 섬 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면서 쓰레기 불법투기와 소음, 주차난 등이 골칫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치 좋고 인적 드문 곳…부산 기장 차박족 불법 행위 347건


차만 댈 수 있으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 차박. 텐트나 캠핑 장비가 없어도 되니 간편하고 내 차 안에서 숙식이 가능하다. 또 해변 앞에 세워두면 해안가와 햇살을 만끽할 수 있고, 산림에 있으면 그림 같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차박 캠핑은 가능 지역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일부 여행객들은 자동차 진입 불가 지역이나 공영주차장, 불법주차까지 일삼고 있다. 공원주차장에 불법으로 차를 장기간 세워두고 야영을 하기도 하고,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려 지자체는 이를 처치하느라 곤란을 겪고 있다.

강원도 강릉의 안반데기 주민들은 차박족들이 몰래 고랭지 채소를 뽑아가고 쓰레기는 남겨놓고 가기도 해서 경찰을 부르는 일도 있었을 정도다. 주민들은 본인 차에서 잠자고 별을 보는 건 좋지만 농경지에 주차를 하다 보니 농사에 지장을 줘서 ‘야영과 취사는 물론 주정차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세웠다. 경기 여주 강천섬도 환경보호를 위해 오는 6월부터 낚시나 취사를 포함한 캠핑, 야영을 금지할 방침이다.

참다못한 지자체 중에는 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둔 곳들까지 나타났다. 부산 기장군이 대표적이다. 한때 기장군은 ‘해안가 차박의 성지’라는 명성이 자자했던 곳. 하지만 반복되는 쓰레기 불법투기와 주차난, 밤새 이어지는 고성방가에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지난달13일 부터 ‘지역 해안가에서 차박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기장군에 따르면 행정명령이 발효된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불법 캠핑 및 차박 347건이 단속됐다. 현재까지 고발조치나 실제 벌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 처벌보다는 계도가 목적이다 보니 차박을 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여행객들의 차박 자체를 막을 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결국은 여행객의 양심에 호소해야 하는 실정이다.


차박족, 스스로 만든 쓰레기 처리하고 매너 지켜야


따스한 기운과 함께 피어나는 봄꽃, 여름의 신록과 찌는 햇볕에 활기찬 바다, 가을의 깊은 단풍, 언제 지났는지 모르는 한겨울 설경은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차박·야영객들의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행동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소에 다녀왔으면 본인의 흔적은 남기지 않아야 한다.

캠핑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4131대에 불과했던 캠핑카는 지난해 2만4869대로 증가했다. 차박·캠핑에 대한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는 가운데 일부의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과 이기주의가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유원지나 공원 쓰레기는 공공근로에 투입된 분들이 치우고 있다. 요즘에는 일반 쓰레기봉투로 모자라서 마대에 여행객이 남긴 쓰레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차박을 즐겼으면 쓰레기는 해당 지역 쓰레기봉투에 담에서 지정된 장소에 버리자. 버릴 곳이 없으면 집으로 가지고 와서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야영객들은 CCTV 사각지대에 쓰레기 불법투기를 일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여행객들이 본인의 차에서 쉬는 것만을 두고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단속기준이 모호해 지자체들은 계도 단계에 그치다 보니 지역주민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무허가 캠핑·차박족이 합법적으로 행동하고 지자체가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차박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캠핑문화는 아직 시민의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준법의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되새겨야 한다. 스스로 체면을 차리고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염치’가 그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Manner makes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다. 매너란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대변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의 태도와 행동이 일관될 수는 없다. 하지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말은 어린이들도 아는 무언의 규칙이다. 스스로 매너를 지킬 때 지자체의 고민이 줄고, 건강한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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