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②]롯데, 거인의 퇴장 앞에선 두 형제
[이슈진단②]롯데, 거인의 퇴장 앞에선 두 형제
  • 조범준 기자
  • 승인 2017.06.2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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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신격호 총괄회장

[뉴스워커_조범준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비록 주총이 끝나야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이번 이사회에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신 총괄회장의 임기연장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6월말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의 퇴임이 결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신 총괄회장은 2016년 롯데제과와 호텔 롯데의 이사직을 물러났으며, 올해에는 연속적으로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등의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에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까지 물러나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롯데알미늄 역시 8월말을 끝으로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협의 경영자’로 불리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1921년 울산에서 태어나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껌사업으로 시작해 유통업으로 1968년 일본의 10대 재벌이 되었다. 1966년부터는 한국에 진출해 롯데알루미늄,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였다. 이후 호텔, 기공, 상사, 음료, 건설, 쇼핑 등을 설립하고, 짝수 달은 일본에 홀수 달은 한국에 머물며 경영을 해왔다.

▲ 자료정리: 조범준 기자

◆ 대를 이은 형제간의 다툼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을 ‘비운의 빅 브라더’로 부를 정도로 롯데家는 유난히 형제간의 다툼이 잦았기도 심하기도 했다. 1966년 둘째 동생 신철호 전 롯데제과 사장이 롯데 화학공사를 설립하기 위해 형 신격호의 도장을 위조하고, 회사공금 4억 2천여만원을 횡령해 구속되었다. 1973년에는 농심 신춘호 회장과 1996년에는 막내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법적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형제간의 다툼이 대를 이어 오고 있다. 최근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이사직 복귀를 이달 말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제출했다고 한다. 2015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에 벌어진 일명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벌써 4번째 표 대결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롯데는 일본사업 보다 규모가 더 큰 한국사업을 호텔롯데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다. 즉, 롯데홀딩스의 키를 잡으면 한국 롯데그룹을 손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 한국으로 이어지는 일본 롯데계열사의 관계도<자료정리: 조범준 기자>

2003년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역임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신동주 회장에게 표 대결에서 지고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 본인의 이름을 딴 SDJ코퍼를 세우고, 본인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앞세워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를 위해 물 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신동주 회장이 보여준 경영능력에 주주들은 모두 신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 전 회장은 2016년 서미경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기라고 제안했지만, 서씨 모녀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해당 지분을 신 회장에게 넘기려 했으나 서씨 모녀에 대한 세금 관련 검찰 수사로 무산되었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신 전회장은 롯데홀딩스 제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를 인당 2억5000만엔(약 26억원)을 보상해줄 것을 약속하며 지지를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 시대의 거인을 위한 형제들의 결속이 필요한 때

더욱이 이 같은 과정에서 신 전 회장은 그간 베일에 가려온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 롯데의 지배구조를 언론과 검찰에 공개하며 지속적으로 경영권 관련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욱이 이번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횡령, 배임과 최순실 게이트의 뇌물공여 기소 등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의 입장은 강경하다. 신 회장은 약 10년 만에 유통, 제과에 이어 화학과 금융까지 영역을 확장해 재계 5위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또한 호텔 롯데의 상장을 통한 일본의 지배력을 지우는 일은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한국 롯데홀딩스 설립으로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제 ‘롯데가 형제의 난’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실추된 신격호 회장과 롯데그룹의 실추된 명성을 어떻게 다시 쌓아 올리는가’다. 패전국 일본으로 넘어가 성공신화를 쓴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 성공을 기반으로 한국에 투자해 지금과 같은 거대 그룹을 만들었다. 일본과 관련한 노이즈들은 끊임 없었지만, 많은 투자와 고용으로 한국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업적이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시대의 거인인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형제간의 아름다운 결속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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