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⑩ 노동의 미래 편

[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기계가 원단을 자르고, 발 모양의 틀에 올려진 원단은 순식간에 신발 모양으로 바뀐다. 분명 신발은 만들어지고 있는데, 기계를 가동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의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공장의 모습이다.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만드는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명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향후 5년간 514만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독일 아디다스 공장은 그 상징과도 같은 사례다. 네덜란드의 필립스사 역시 상품의 질을 보증하는 고작 9명의 노동자와 128개의 로봇이 전기면도기를 생산하고 있다.

▲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의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공장의 모습. 이곳은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만들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단 10명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_weloveadidas.com/ 뉴스워커 일부 편집

◆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오는 생산성 향상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무인(無人) 공장이 보여 주듯 로봇과 기계가 대체하는 인간의 노동력을 생각했을 때, 단순히 축복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사람의 힘이 필요 없는 자동화 기술은 인터넷 확산과 더불어 우리 삶 속으로 거침없이 밀려오고 있다. 맥도날드는 주문받는 직원을 대체할 무인 판매대(키오스크)를 도입 중이고,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완전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에 대한 위협을 받는 이들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특히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타격이 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7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 임금근로자의 56%에 이르는 규모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공장을 유치하고, 이렇게 쌓인 자본을 투자해 경제 규모를 키웠다. 뒤늦게 산업화에 뛰어든 한국, 대만, 중국 등이 그렇게 성장했다. 무인 공장이 확산되면 이런 성장 공식이 작동하기 힘들다.

▲ 무인 제품 주문기인 키오스크

전문직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인공지능(AI) 발달, 기계화로 2020년까지 사무·행정 직군에서 화이트칼라 일자리 475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 업무, 회계 업무, 공무원의 행정 업무 대부분이 진화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로 대체할 수 있으며, 영국의 오스본과 프로이의 연구는 2013년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에 기초해서 사무직 노동의 약 50%가 20년 안에 대체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인간과의 체스 경기, 퀴즈 경기에서 빼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왓슨은 현재 세계적인 암 전문 병원 MD앤더슨센터에서 암 진단을 위한 실습 과정을 밟고 있다.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짧은 순간에 읽어 내고, 그중 상호 관계가 있는 것을 분석하여 최적의 답을 추론한다. 이런 기술은 비단 의료산업 뿐만 아니라 특정 고객의 금융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 상황도 읽어 내야 하는 금융업, 다양한 문의가 폭주하는 고객 서비스 콜센터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직이나 전문직은 그동안 자동화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분야이므로 충격이 더 크다. 이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기계-인간 협업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아마존 무인 매장<사진출처_amazon.com>

◆ 독일의 노동 4.0 등 세계 각국의 대응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가장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라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의 출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업 4.0(Industrie 4.0)’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노동 4.0(Arbeit 4.0)’을 추진함으로써, 노동자 참여를 통한 혁신과 디지털화된 새로운 노동환경 속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4월 ‘노동 4.0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에서 개최된 한·독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던 독일 튀빙겐대 다니엘 부어(Daniel Buhr) 교수는 산업 4.0과 노동 4.0은 새의 양쪽 날개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동력자로서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역시 정부와 노조와 사용자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디지털 성장전략’을 마련했고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의회가 ‘산업 4.0 계획’을 의결했다. 이 논의는 의회 상임위 주도로 노사정은 물론이고 전문가들까지 참여해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정부도 다양한 노동계, 사용자 단체와 함께 2015년 7월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협약 수준까지 확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덴마크도 지난해 6월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산업 4.0 위원회를 설립했고 조만간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이 달갑지 만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10년 안에 18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일자리를 위협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산업현장에서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놀랍게도 한국이다.

2015년 기준 전세계 로봇 밀도의 평균은 제조업 직원 1만명당 69대다. 다음으로 싱가포르, 일본, 독일 순이다.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531대의 로봇이 설치돼있으며, 산업용 로봇 설치가 많은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자리 관련 현실적인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절반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80%는 현재 자신이 하는 업무의 4분의 1 이상이 대체 될 것으로 예상했고, 응답자의 40%만 4차 산업혁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줄이고 자신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도 있다.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최고경영자는 “인간은 늘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해 왔지만 그것을 이겨냈다. 인공지능은 사람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업무를 돕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지능적인 기계들이 개발되고, 노동 현장에 투입되어 왔다. 기술은 고비용의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 왔으며, 이미 자동차 공장에는 인간보다 기계와 로봇이 많다. 과거 1·2·3차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경고는 항상 나왔다. 하지만 사라진 일자리보다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논란이 사라진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역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진화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는 오히려 사람이 부족하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을 보다 잘 활용하는 인간이 필요할 것이며, 방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보다 더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래 유망 신산업의 시장 및 인력 수요전망'에서도 2020년까지 신산업 분야에서 총 21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평균 고용인원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2020년까지 35.1%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용 무인기(30.9%)와 에너지저장시스템(28.1%) 분야 역시 일자리 창출 핵심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노동시장의 격변과 일자리 감소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그에 따른 부가적인 서비스나 관련 산업 역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로봇이 대체하는 분야라 하더라도 그 로봇을 관리하고 교육시키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뿐만 아니라 단순하게 패턴화하기 힘든 업무, 창의성 및 감성이 요구되는 업무, 현재의 로봇제어기술로는 아직 어렵거나 경제성이 없는 업무,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상호작용과 교감이 필요한 업무 등 인간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향후 더욱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 변화하는 일자리를 위한 준비 

결국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혁신과 산업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성격이 바뀌고, 일자리 수요가 바뀌며, 일하는 방식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진화하는 일자리에 적합한 인재 육성, 즉 교육의 변화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으로 획득한 능력은 대부분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이제는 정서적 공감 능력, 창의력과 도전정신 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한다.

▲ 글 싣는 순서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상황맥락지능, 정서지능, 영감지능, 신체지능을 꼽는다. 상황맥락지능이란 인지한 것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말하고, 정서지능은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결합하여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영감지능은 변화를 이끌고 공동의 이익을 꾀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의 목적, 신뢰성 등 여러 덕목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신체지능은 개인에게 다가올 변화와 구조적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자기 주변의 건강과 행복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이며, 앞의 세 가지 지능을 뒷받침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핵심역량은 암기식 교육에 치우쳐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를 하나 더 맞추는 것은 절대 인간이 로봇을 뛰어넘을 수 없는 만큼,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열린 교육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준비하는 핵심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