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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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남북정세]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위인전을 발간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북미정상회담 등을 대표적인 치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세 차례나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8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공개했다. 해당 도서는 사실상 ‘김정은 위인전’으로, 평양출판사가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했다. 총 620여쪽, 7개 분야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간 각 분야 성과를 담았다.

책은 대외관계 성과를 언급하면서 첫 부분에 북·미 관계를 놓고 사상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에만 15쪽을 할애했다. 책에서는 해당 부분들에 대해 지대한 업적을 세웠다고 밝혔다. 다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른바 ‘하노이 노딜’ 관련 내용은 빠졌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장 66시간에 걸쳐 기차를 타고 베트남을 찾은 김 위원장이 빈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책은 판문점 회동 당시 처음으로 마주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판문점 수뇌상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의식했는지 의도적인 편집으로 성과만 부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에 대해서도 다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평양 남북정상회담 내용은 ‘9월 평양공동선언’이라고 소개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국내 정치인 중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은 언급돼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극적으로 만난 회동도 기술됐지만, 책에서는 문 대통령을 제외한 채 “전세계가 주목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판문각을 나서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분리선 앞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시였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한 친분관계가 있었기에 단 하루만에 극적인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서술했다.

문 대통령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내용은 책에 실렸다. 책은 “김 전 대통령과 그 일가에게 돌려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뜨거운 사랑과 은정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만사람을 울려주는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행으로 참석한 김홍걸 무소속 의원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됐다. 책에서 김 의원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당시 직함)을 알아본 김 위원장은 어머니(이희호 여사)의 건강에 대해 물어보시며 3년 전에 어머니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를 감회 깊이 기억하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안부를 물은 이가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리희호녀사였다”라고 언급했다.

책에서는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서술됐다. 책은 “군사적 긴장 상태의 지속을 끝장내는 것이야말로 북남관계의 개선과 조선(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 러시아, 쿠바 등과의 관계도 언급됐다. 중국과 관련해선 “조중친선 관계는 공동의 위업을 위한 성스러운 투쟁 속에서 피로써 맺어진 관계”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과 2019년 총 4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 집권 ‘10년’ 맞아 꾸준한 우상화 작업 나서는 北


김정은 위원장의 위인전은 올해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아 발간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그동안 꾸준히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 나서왔다.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공화국 원수 복장’이 공개돼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노동당 대회가 개최된 4·25문화회관 1층에는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비롯해 하얀색 군 원수복장을 입은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이 걸려있었다.

북한이 당 대회 장소에 군 원수 복장을 입은 최고지도자의 대형 사진을 전시해 놓은 것은 그동안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우상화 수위를 높여왔던 행적과 동일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의 업적을 소재로 하는 첫 장편소설을 내놓으며 “원수님의 (교육혁명) 업적을 실재한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감동 깊게 형상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조선중앙TV에서는 북한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돼 있는 김 위원장의 반신동상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 동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방북 당시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방송은 “(시 주석이)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에게 특별과업을 주어 마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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