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동성애를 바라보는 SBS의 시선에 관하여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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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펜트하우스


지난 1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 1이 종영했다.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 폭력성과 자극성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200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된 것은 그 반증이다.

여론은 1회 초반에 묘사되는 추락 사고, 트로피로 목을 긋는 장면을 회상하는 것 등으로 시작해 이어지는 불륜, 살인, 폭력 등의 묘사가 상당히 적나라하다고 평한다. 특히 논란이 심한 것은 2회인데, 스스로 ‘팬’이라고 자청하는 시청자조차 ‘2회 말고 3회처럼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지나친 폭력 요소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변하지 않는 문제...


그러나 방통위에 제기되는 민원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지나친 폭력성 등으로 인해 일부 회차는 심의 등급을 조정, 19세 이상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청소년의 집단 학교폭력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13회 등이 이미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됐으며,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에 재방송까지 이뤄졌다.

혹자는 ‘실제 청소년의 집단 괴롭힘은 이보다 더하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모방 범죄의 불씨가 될까 뉴스에서도 세세하게 다루지 않는 범행 방식을 자극적인 방식으로 방송한 것은 역시 ‘지나친 상업주의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버렸다’라는 방통위의 비판을 연상하게 한다.

시청률을 의식한 전개에 큰 이변은 없었다. 지난 19일 방영을 재개한 시즌 2는 시즌 1과 같은 비판을 받았다. 여전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몇몇 회차를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는 대응이 다다.


‘보기 불편’한...


‘보기 불편’할 정도로 폭력적이며 자극적인 드라마를 자연스레 방송하는 SBS를 보고 있자면 지난 13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설 연휴였던 13일 저녁 8시 30분, SBS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편성했다.

그룹 ‘퀸’의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그는 ‘Paki(파키스탄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욕을 들었고, 동성애자였으며, 에이즈를 앓았다. 해당 영화는 빛나는 뮤지션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였던 그를 보여줬다.

그러나 SBS의 시선은 달랐다. SBS 측에서는 프레디가 동성과 키스하는 장면 등을 삭제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에서는 이 같은 편집이 ‘차별’, ‘검열’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그런 차별과 검열은 프레디 머큐리뿐 아니라 성 소수자 모두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SBS 측에서는 동성애에 반대할 의도는 없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동성 간 키스를 ‘보기 불편’해하는 인식이 있다 보니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그에 더해 ‘해당 시간대는 가족 동반 시청률이 높아 신체 접촉 시간이 긴 장면은 편집했다’라고 했는데, 이성 간 키스신, 등장인물이 투어버스에서 여자들과 자는 장면, 노출 등의 다른 성적인 장면은 전부 편집하지 않은 것을 봤을 때 신빙성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무감해지는 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자주 보고 들으면 익숙해진다. 폭력적이고 잔혹한 영상들에도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지만, 익숙해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런 영상이 대중의 선호를 얻을 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약자를 지워내는 것에도 쉽게 익숙해진다. 이성 간의 성적인 장면은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동성 간의 성적인 장면은 보기 불편해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익숙해지고, 무감해진다. 영상과 방송이 끼치는 영향은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거대하기만 하다.

‘보기 불편’해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방송을 했는가.

아직 ‘방송의 공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매 순간 떠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청률에만 연연해 이미 약자에게 무감해진 이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는지.

아픔에 무감해지는 일을 앞장서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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