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사취부터 국정농단까지 검찰조사로 얼룩진 호텔롯데 상장

[뉴스워커_조범준 기자] 최근 롯데그룹이 올 10월을 목표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본격화 하면서 재계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더욱 미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의 보복으로 인한 실적부진이 주 이유이다. 이에 따라 호텔 롯데의 상장으로 말미암아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사실상 분리하겠다는 신동빈회장의 계획 또한 미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롯데그룹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으면서 주요 사업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고위임원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한국 지주사 설립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힘없이 사라져 버렸다. 혐의는 총수일가의 사취에서부터 면세점 비리, 전 정부의 국정농단까지 다양한 부분에 연루되어 있어 진정에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한국과 일본롯데의 교두보 ‘호텔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당시 최대주주인 L투자연합의 지분을 구주 매출하여, 신동주 전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로부터 시작하는 롯데홀딩스의 지분이 줄어드는 효과를 노렸었다.

(뉴스워커_6월 20일자 기사)

구주매출은 L4투자회사의 15.7%와 L6, L5, L2 투자회사의 전량 9.9%에 해당했다. 현재 호텔롯데의 주주는 롯데홀딩스 19.1%를 비롯해 L4 15.7%, L9 10.4%, L7 9.4%, L1 8.6%, L8 5.8%, 광윤사 5.5%, L10 4.4%, L12 4.2%, L6 4.0%, L5 3.6%, L11 3.3%, L2 3.3%, 패미리 2.1%, 자사주 0.2%, 부산롯데호텔 0.6% 로 구성돼있다.

▲ 한국 롯데 주요계열사(출처 : 각사) / 정리 조범준 기자

호텔롯데는 일본과 한국을 연결해주는 큰 축으로 롯데쇼핑, 제과, 푸드, 칠성음료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당초 롯데는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다른 계열사들도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되면서 덩달아 연기된바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올 10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 투자회사의 합병으로 롯데홀딩스가 세워지면,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롯데홀딩스에 현물출자해 호텔롯데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롯데홀딩스 영향력에 둘 예정이다.

▲ 한국으로 이어지는 일본 롯데계열사의 관계도<자료정리: 조범준 기자>

◆ 2019년 호텔롯데 재상장을 위한 신동빈 회장의 투자

4조 원규모 대형 IPO의 실패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의 해외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호텔롯데 재상장을 위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실제 얼마 전 신회장은 19년까지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해외 호텔법인 중 미국 뉴욕과 괌, 베트남 하노이 등 3곳 호텔의 손실은 450억 원으로 전년대비 80%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에만 일본과 러시아, 미얀마 3개국에 호텔을 새로 연다. 롯데면세점도 베트남 현지기업과 합작법인 푸칸 면세점으로 베트남에 신규 진출했다. 서울에서의 시내면세점은 9곳에서 13곳으로 사업이 확장될 전망이며, 해외는 인도네시아 2곳, 미국 괌, 일본 2곳의 시내면세점에서 약 491억 원의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 호텔롯데 재상장은 결국 발버둥만 남나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관광객에 집중된 사업구조로 인한 불안정성으로 나빠진 수익성에 기인한다. 더욱이 기대했던 IPO를 통한 현금 유입 없이,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차입이 필요한 수준이다. 회사의 재정 건정성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워킹캐피탈(일상적 기업 운전자본)의 악화는 오히려 IPO가능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작년IPO시도 당시 치열해지는 면세점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4조 원이라는 규모도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덩치였다. 하지만 이같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신 성장동력이 없어 보이는 회사로는 기존과 같은 규모의 상장을 지금 말하기에는 조금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