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까지 쓴 비용의 3배 이주이후 발생해

관리처분까지 쓴 비용의 3배 이주이후 발생해
젊은층이 나이드신분 회유, 이주 못 가게 막아
상가세입자와 주택조합원 등이 이주 준비 늦장

[일간 리웍스리포트] 서울 관악의 한 재개발 조합,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가도록 조합원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합원 이주는 개시일로부터 지급되고 이주비 금융비 역시 이때부터 발생한다. 이곳 조합원 1000여 명이 이주하는데 계획기간을 6개월로 잡았다. 하지만 그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이주완료가 되지 않아 조합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조합은 이주를 하지 않는 조합원과 세입자에 대해 명도소송을 준비했다. 이들에게 문서로 지정기일까지 이주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명도소송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도 이주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곳 조합장의 말이다. 이주비 금융비는 날로 높아져 간다. 이곳 조합원에게는 2억 원 내외의 이주비가 지급됐으며, 1000여명의 조합원에게 총 2000억 원의 이주비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주 지연으로 이주비 금융비는 날로 쌓이고 있다.

이곳 조합의 1년 이주기간으로 추가 발생한 금융비는 십 수억 원이다. 여기에 이주지연에 따른 공사비 인상 문제(물가상승률 적용), 명도소송에 따른 분쟁해소비용 까지 합치게 되면, 이 비용은 조합의 큰 부담으로 전가며, 이 또한 고스란히 조합원이 부담해야하는 문제다. 결국 조합원의 추가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편집자 주--

“재건축·재개발조합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발생하는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주기간”이라고 답하는 조합이 많다. 그 만큼 많은 비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지급되며 이에 따른 금융이자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동지역 고덕시영(이주진행 중)을 비롯하여, 고덕주공아파트 등이 사업시행인가를 줄줄이 받으면서 이곳 전세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곳은 6000가구의 둔촌주공아파트를 필두로, 고덕2단지, 3단지, 4단지, 6단지, 7단지 등 총 1만 가구가 넘는 조합원이 이주를 하게 된다.
이곳에 지급되는 이주비는 평균 2억 원 안팎. 1만 가구의 이주로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금융권으로부터 풀린다. 이 때 이주지연으로 발생하는 금융비는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시공사는 공사 지연으로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게 되고, 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소요되는 소송비 또한 만만치 않다.

조합원은 이주 이후 착공에 들어가 곧 입주를 하게 될 것이라는 달콤한 꿈에 젖지만 조합원 이주는 그리 녹록치 않다.

‘일간 리웍스리포트’가 현재 이주를 완료하고 공사에 들어간 재건축·재개발 조합 15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주기간은 통상 3~6개월을 계획하지만 실제 이주기간은 그 후로부터 1년여가 더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주를 하지 않는 조합원이나 세입자들에게 문서상으로 이주를 종용하고, 일정기간 내에 이주하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엄포를 해보기도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주는 결국 명도소송으로 집달관이 오기까지12개월 안팎이 소요된다.

경기 부천의 한 재건축 조합은 현재 아파트 공사 46% 정도가 진행됐다. 총 1500여 명 조합원의 이주기간은 4개월로 잡혔다. 이곳 조합장에 따르면 4개월여 동안 조합원 85%가 이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주하지 않은 15%다.

▲ 이주지연은 조합사업에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지연 금융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공사비 인상문제까지 대두될 수 있어 결국 조합원의 추가부담금 발생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조합이 이주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문서로서 이주를 종용하는 것 밖에 없었다. 직접 전화를 해 이주해야한다고 하면 같은 말만 되풀이되고, 큰 소리가 오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돈 없어 못 간다는데 어쩔 거야”라는 말을 하면 조합은 할 말이 없어진다고 한다.

결국 명도소송을 법원에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 법원에 이 문제가 제기되면 기일 잡는데도 오래 걸리고 자칫 소송에서 지기라도 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조합이 이주 안하는 조합원에게 추가로 더 줄 수 있는 혜택은 없다. 과거에는 시공사나 철거업체에서 뒷돈을 쥐어주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이주지연의 책임은 전적으로 조합에게 있다. 시공사는 뒷짐이다. 이주가 지연되면 물가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니 조합은 좌불안석에 노심초사하는 형편이다.

마포의 한 재개발조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아파트 골조가 2층까지 올라가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10년 10월에 관리처분을 인가받고 이듬해인 2011년 7월에야 착공에 들어가게 됐다.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로 총 대지면적 2만8438㎡에 조합원은 280명 남짓이며 건립세대수는 544세대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280명을 이주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이곳 조합 관계자는 “이주기간 내에 조합원은 80%까지 이주를 했지만 나머지 20%를 이주시키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주하는데 이주비가 모자라거나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곳은 사정이 달랐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의 경우 실제 이주를 할 수 없어 이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며 “과거의 생각으로 이주 않고 버티면 얼마를 더 준다는 생각으로 일종의 알박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은 조합원의 돈으로 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 더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3~4차례에 걸쳐 문서로 이주를 종용하고 그래도 이주하지 않으면 명도소송으로 진행하여 이주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은 기본적으로 소요된다”고 이곳 재개발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 은평의 한 재개발 조합장 K씨의 증언도 위 사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곳은 조합원 460여명에 건립세대수 588세대다. 더블역세권인 지하철역 인근이며 은평구의 블루칩 아파트인 힐스테이트와 더불어 가치가 상승할 수 있고, 이곳 일대에 진행 중인 7개 재개발구역 중에서 지하철역에 가장 근접한 단지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우수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K씨에 따르면 이주문제는 별개라는 것이다. 조합원 및 세입자가 이주하는데 총 1년여가 소요됐으며, 마지막까지 속을 앓았던 곳은 상가세입자와 주택 조합원이었다.

상가세입자들은 영업보상비문제로 이주를 하지 않고, 주택을 가진 조합원들은 얼마라도 더 챙겨서 나가려는 심산인 듯 보였다고 했다.

조합원 중 이주를 하지 않은 층은 젊은 층과 노인층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젊은 사람이 주도하여 노인까지 이사를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주 않고 버티면 얼마라도 더 받아 갈 수 있다”고 노인층을 현혹했다 한다.

재개발·재건축의 조합원 이주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주한다. 이로 인해 전세가 상승 유발을 이유로 사회적 지탄을 받기 일쑤다. 반면 이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은 정작 조합원들이다. 선의의 목적으로 조합의 계획대로 이주를 하지만 10~20% 남짓 되는 조합원의 이주지연으로 받게 되는 정신적·경제적 피해는 어느 누구보다도 심각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주 지연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정부나 서울시는 세입자 대책에 대해 그 책임을 조합에만 전가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실제 막대한 피해를 당하는 조합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기사 후기
일간 리웍스리포트는 ‘조합원 이주실태’라는 기획을 진행하기 위해 2009년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서울·수도권 재개발 재건축사업지 15곳의 이주실태를 조사했다. 이 중 대부분이 유사한 문제로 조합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조합원의 이주지연은 어느 현장이나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고, 그 이주 지연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조합원 추가부담이 ‘발생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 조합장의 말이 귓가를 울린다. “조합에서 사용되는 사업비는 이주 때 발생하는 금융비의 1/4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다. 결국 이주를 얼마나 신속하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성공은 나뉜다.”는 말이./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