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을 바라보며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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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LH돈LH산’?


인터넷 콘텐츠의 발달로 여러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거기서 ‘내 돈으로 내가 산 물건’이라는 뜻의 신조어 ‘내돈내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내돈내산’을 패러디한 ‘LH돈LH산’이 웃지 못할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위의 ‘LH돈LH산’ 속 LH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LH가 맞다. LH의 전·현직 직원이 광명·시흥신도시, 창릉신도시 조성 발표 전부터 해당 지구의 토지를 사들이고 묘목을 심는 등 투기 목적의 투자 의혹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LH를 이용한 멸칭이 만들어진 것이다.


의혹...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요지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과림동 등 10개 필지, 약 7천 평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지역 토지를 100억 원 가까이 매입한 것이 전부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신도시 예정지 근처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던 A씨의 인터뷰는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A씨는 논을 사더니 초여름에 흙을 채워 나무를 심은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진상을 파악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뒤였다. 묘목을 심는 등 농업 활동을 하면 보상 규모가 더 커진다는 것을, 투기를 주도한 LH 직원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해당 토지를 가까이서 보면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하게 심겨 있다. 목격자 일부는 ‘나무를 그렇게 심었다가는 말라서 죽는다.’, ‘묘목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투기 의혹에 힘을 실었다.

붙어 있는 4천㎡ 정도의 땅에 넷이서 투자한 일도 있다. 대토 보상이 나오는 기준이 1천㎡ 이상인 점, 나눈 네 조각의 땅 모두 도로와는 거리가 있어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점, 자른 듯이 깨끗한 토지 분배 등도 의혹에 박차를 가했다.


분노에 부채질...


커지는 의혹 속에 지난 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됐다. LH 직원의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란 법 있냐, 무조건 내부 정보 악용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에 더해 ‘LH 내 1만 명이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이 하나 없겠냐, 다른 공기업 직원 중 광명 쪽 땅을 산 사람이 하나도 없겠느냐’ 하는 글도 있었다.

이는 불붙은 분노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네티즌들은 ‘묘목을 정확하게 보상받을 만큼만 심어 놓은 것도 우연이냐’, ‘LH 직원이 투자할 수는 있지만 정보를 알고 있는 LH 직원의 투자는 범죄다’ 등의 글을 올리며 분노했다.

그에 더해 지난 3일 시작된 <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은 7일 기준 2만 명 가까이 청원에 동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예 3기 신도시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그 후...


LH 측에서는 의혹이 제기된 직원 14명 중 이미 퇴직한 2명을 제외하고 남은 12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런 대처에도 가라앉지 않는 여론에 문재인 대통령은 광명과 시흥을 비롯한 3기 신도시 전체에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의 관련 부서 직원 및 가족 등의 토지 거래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LH는 이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전수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 위법사항이 확인될 시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내돈내산’, ‘LH돈LH산’.


위의 사과문에는 재발 방지 대책의 시행을 알리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여론의 반응은 아직 차갑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기업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는 처참히 금이 갔다.

‘내돈내산’ 할 수 있는 가격의 집 한 채 찾기가 어려운 마당에 벌어진 ‘LH돈LH산’ 사태니까. 정보며 돈을 쥐고 있는 소수가 그를 지탱하는 다수보다 잘사는 나라는 절망적이고,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 ‘공기업’이라서. 아마 그래서 더 분노하고 실망했으리라.

LH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도, 앞으로는 ‘믿어도 좋을지 모를’ 나라를 만드는 사건엔 가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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