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내일(28일) 미국으로 출국해 29·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은 향후 4~5년 동안 한미관계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중요한 회담으로, 북핵문제와 사드(THAAD)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정 등을 논의할 중요한 자리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착수한다면, 그 형태는 재협상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 ‘현대화’(업데이트) 또는 ‘개정 협상’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코트라(KOTRA) 워싱턴 무역관은 밝혔다.

▲ 한국과 미국의 정상들의 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한미FTA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발효 후 5년

한미 FTA의 역사는 참여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2월에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공식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를 두고 ‘제 2의 IMF’, ‘미국의 속국’, ‘북미자유무역협장(NAFTA)로 망한 멕시코 꼴’ 등의 평가가 나오면서 반(FTA) 여론이 급격히 퍼졌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도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여론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고 2007년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이 공은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게 됐고, 이때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반대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최종적으로 한미 FTA는 2012년 3월 15일 반쪽짜리로 공식 발효되었고, 추가 협의를 통해 한미 FTA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무역 교역액은 2011년 1,292달러에서 2016년 1,453 달러로 12.5% 상승했다. 경제동맹 부분에서 상호 의존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한미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 중국 등과의 FTA를 체결해 통상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도 한미 FTA로 우리 국민의 선택권이 넓어져 국민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으며,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한미 FTA 5년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양쪽 모두 소득과 소비자 후생, 일자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재협상 요구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그런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 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우리는 앞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가겠다”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철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21~22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원회와 세입위원회 공청회에서 2018회계연도 USTR 예산과 통상정책 어젠다로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FTA로 인안 미국의 무역적자는 우려되나 현재 한미 FTA를 철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0억~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한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값싼 중국산을 원료로 한 한국산 철강제품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데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면서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 한다”며 “특히 한국이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을 수입해 제조한 유정용 강관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 한미 FTA, 전면 재협상 아닌 업데이트 될 듯

워싱턴무역관은 26일(현지시간) ‘미 통상정책 현황과 한미FTA 재협상 전망보고서’에서 “한미 FTA도 북미자유무역협정(NFTA) 재협상 추진 방향과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틀에서 업데이트 되거나 개정협상 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한미FTA가 종료되면 미국이 더 손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한미FTA 재협상과 우리의 대응 방향’ 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양국 간 관세가 대부분 철폐돼 한미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제조업의 가중평균 관세율은 모두 0.1% 수준이다. 만약 한미FTA가 종료되면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럴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에 수출할 때 물어야 하는 관세율은 평균 1.6%, 미국 기업이 한국 수출 시 매겨질 관세율은 4% 수준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한미FTA 종료 시 수출 감소 규모도 미국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2015년 산업별 수출입 구조를 가정하면 FTA 종료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억2000만 달러,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은 15억8000만 달러 감소한다고 산업연구원은 추산했다.

산업연구원 한 관계자는 “한미 FTA의 폐기는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향후 재협상은 한미FTA 이행의무 준수, 추가개방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다. 그래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철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KOTRA) 워싱턴 무역관도 “전면적 개정보다는 일부 미흡한 이행과 디지털 교역과 환율조작 금지 등 신규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 피터슨연구소의 제프리 쇼트 연구원은 자동차(원산지, 유해가스, 배출기준), 쌀을 포함한 농산물, 금융(국경간 데이터 이전 금지) 부분에서 미국 측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관은 “우리도 미국 측에 요구해야 할 미이행 또는 신규조항을 공론화하면서 ‘한미FTA 2.0’ 방안을 선제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협정문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개정협상’이라면 우리에게도 나쁠 것 없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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