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다예 기자]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다수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낳은 결과들이다. 특히 불평등의 극단으로 치달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탐욕과 횡포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생명이 이미 여럿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넘어서 서민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는 대기업의 ‘갑질’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 해당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봄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갑의 횡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 [갑질의 민낯]② MCM 편: 재벌집 딸 자수성가 신화, 실상은 ‘갑오브갑’ 불공정 기업<사진 출처_MCM 관련 쇼핑몰, 김성주 회장 사진출처_전경련 / 그래픽_진우현 기자>

김성주 회장, 공정위 조사 앞두고 MCM 대표이사직 돌연 사임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패션잡화 브랜드 MCM 생산 및 판매법인인 성주디앤디의 대표이사직에서 지난 6월 1일자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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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디앤디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당했다는 하청업체들의 신고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접수된 상황이다. 하청업체들은 성주디앤디의 부당한 단가 적용 방식과 부당 반품 등의 불공정행위를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정불성립으로 결론이 나면서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공정위는 하청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성주디앤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대표이사인 김 회장을 27일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김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윤명상 대표만 조사에 참석했다.

“공정위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 사퇴가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성주디앤디 측은 언론 등을 통해 미래 산업변화에 대한 대응과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략에 집중하고자 사임했다며 김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은 글로벌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문 경영화 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 사건일지 - MCM, 탄생부터 ‘갑질’ 혐의 공정위 조사까지 / 정리 김다예 기자

한편 김성주 회장은 임기를 4개월 남겨둔 대한적십자사 회장 자리에도 지난 26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오는 30일에 이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 김성주, 그는 누구? ① 재벌집 딸, 자수성가 MCM 성공신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딸로 태어났지만, 집안의 도움 없이 자수성가한 ‘김성주 신화’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독일 패션브랜드 MCM을 인수해 2006년 베를린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2009년 뉴욕 플라자·삭스 핍스 애비뉴 등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후 중국 상하이(2010년)·홍콩 엔터테인먼트 빌딩(2011년)등 아시아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면서 ‘패션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다.

MCM은 현재 전 세계 35개국에 수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김 회장은 미주지역 한인들의 모임인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경영인’에 꼽혔으며,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MCM 가방 마진 적용 방식 및 가격 비교 / 정리 김다예 기자

그러나 최근 들어 MCM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6년 뒤 매출 2조가 목표”라며 “MCM을 루이비통처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만, 2007년 1,219억 원에서 2012년 3,700억 원, 2013년 4,500억 원, 2014년 5,899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던 MCM의 실적은 2015년 5,645억 원으로 떨어졌고, 2016년에도 5,791억 원에 그쳤다.

실적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더욱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금융감독원 및 성주그룹 등에 따르면 성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성주디앤디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2년 601억원·454억원, 2013년 각각 824억원·638억원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4년에는 772억원·477억원, 2015년에는 683억원·380억원 등 연거푸 하락세를 거듭했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성주 회장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김성주 회장 1인 기업이나 다름없는 성주그룹의 MCM 역시 부진의 늪에서 쉽게 헤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김성주, 그는 누구? ② ‘박근혜의 여자’, 공공기관 수장에까지

MCM의 성공으로 사업가로서의 입지를 넓혀가던 김성주 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약하며 ‘친박인사’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김 회장은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3월 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끝이 아름다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정부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라를 봐서는 (내가)장사를 하는 게 낫다”고 답한 바 있지만, 2014년 10월 8일, 3년 임기인 대한적십자사 수장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임명과 동시에 자질 논란이 터져 나오며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적십자사 업무와 관련성이 전혀 없는 패션기업인 출신인데다, 특히 5년간 적십자 회비를 한 번도 낸 적 없는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특별 회비 100만 원을 내기도 했다. 게다가 취임 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국으로 출국해 ‘도피성 출장’ 논란을 일으키며 ‘무개념 피감기관장’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대한적십자사 운영 부실 문제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적십자회비 모금 관련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2015년 적십자 회비 모금액은 479억 원으로, 목표금액 518억 대비 달성율 92.6%에 그쳐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총재 취임 이후 대한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경영평가에서 2015년 69.364점을 받아 전년 대비 10점 이상 낮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김 총재는 패션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적십자사 운영에 있어서는 ‘마이너스의 손’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적십자회비 모금액 감소와 적십자사 관련 평가의 하향화, 징계 건수 증가 등 소위 총체적 난국으로 국민의 신뢰가 필요한 적십자사를 이끌 능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 MCM의 ‘갑질’ - ① 145만원에 파는 백팩, 하청업체 마진은 1만2,100원

“MCM을 전개하는 성주디앤디와 거래하는데 12년 동안 정률제로 받아야 하는 마진을 정액제(최고 1만3800원)로 받아 납품을 해왔다. 샘플비는 12년간 한 푼도 못 받았다. 올해 초 공정위 고소하는 과정에서 3년치를 받았다. 부당하게 청구된 클레임 제기도 많았다. 우리는 백화점 판매가의 1.1배 만큼 물어줬다. 성주디앤디에 1년 이상 거래 개선을 요구했으나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회사와 거래하다 문 닫은 곳이 지난 3년 동안 4곳이 넘는다.” (SJY코리아 김서원 대표/한국섬유신문 인터뷰 내용)

지난 3월, MCM의 하청업체였던 4개사(맨콜렉션·신한인비테이션·SJY코리아·원진콜렉션)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성주디앤디를 신고하면서부터 MCM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두 차례 이들 업체와 면담을 추진했으나 지난 6월 2일,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정절차가 종료되어 해당 사건은 공정위로 이관되었다. 공정위는 성주디앤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김성주 회장이 6월 1일자로 성주디앤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지난 27일 윤명상 대표만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발표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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