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북한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5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가 최대 고각 발사체제로 진행됐고, 정점고도 2,802km까지 상승해 933km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탄도로켓을 짧은 기간에 우리 식으로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했다”고 밝혔다.

◆ 한・미・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한 것

북한이 이날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4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분명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비행거리가 930km라고 밝혔고 정부 소식통은 최고고도가 2,500km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 탄도미사일의 최고고도가 2,500km를 크게 넘었다고 밝혔다.

▲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의 탄두부의 대기권 진입과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가 최대 고각 발사체제로 진행됐고, 정점고도 2,802km까지 상승해 933km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노골적 불만의 표시라고 해석했다. 사진_구글 어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이번에 시험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규정했지만, 자유아시아방송(RFA)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민간단체인 ‘참여과학자연대’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박사는 미국 태평양사령부 등이 발표한 비행시간 37분과 비행거리 950km 등을 근거로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ICBM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박사는 RFA를 통해 “내가 컴퓨터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정상 각도로 발사된다면 최대 비행거리는 6,700km다. 이는 알래스카 전역과 하와이의 일부 섬에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다. 하지만, 하와이의 큰 섬들이나 알래스카 이남의 48개 주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ICBM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예상보다 빨리 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화성-14형’은 기존의 화성-12형의 파생형이라고 분석하면서, 화성-12형에 추진체를 장착한 것으로 보았다. 비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3단계 추진체를 장착하려면 추가요소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언젠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독일・러시아, 중거리 미사일 발사한 것

반면 독일 ST 어낼리틱스(ST Analytics)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하고 6,700km를 비행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러 박사는 화성-14형이 핵탄두 1t 가량을 탑재할 경우 최대 비행거리가 5,000km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화성-14형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념을 파악한 단계’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실러 박사는 또 “러시아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첫 비행성공 이후 작전 능력을 확보하고 배치하는 데 9년이나 걸렸다. 중국이나 미국 등도 5년에서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러박사는 아직 확실한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논평을 내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성격과 관련해 “탄도체 비행 궤도 자료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전술기술 특성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이 5,500km 이상의 ICBM이 아니라 1천~5,500km 사이의 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또 러시아 국방부는 “4일 3시 36분(모스크바 시간, 한국 시간 9시 46분) 북한 훈련장에서 이루어진 탄도미사일 발사를 러시아 미사일공격경보기시스템이 포착해 추적했다”면서 “미사일이 535km 고도까지 올라갔으며 약 510km를 비행한 뒤 동해 중심부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 北,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노골적 불만 드러낸 것

북한이 4일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가 북을 최대한 압박하는데 초점을 맞춘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기존 정책과 변함이 없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은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앞세워 북・미 대화 및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주장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 미국, 강경하게 북한 제재에 나설 듯

북한의 주장과 각국 정부의 실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ICBM이 미 북서부 본토를 타격하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본격적인 현실로 다가온 만큼 미국 정부의 대응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미국이 대북 독자 제재 움직임을 활발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인데, 중국을 압박하는 다목적 포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는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북한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발표 하루 전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의 태도에 달려

따라서 무엇보다 중국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필요성을 제기해왔지만 중국은 “아직 ICBM 기술을 확보하거나 핵실험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버텨왔다. 또한 지난 3일 시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대화・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취했다. 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도 반대한다는데도 합의를 했다.

그러나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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