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기획취재팀_신지영 기자] 예금, 대출, 자산 관리, 결제, 송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IT,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넓은 의미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해당하는 모든 서비스를 핀테크 서비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관련된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과 의사 결정, 위험관리, 포트폴리오 재구성, 성과 관리, 시스템 통합 등 금융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기술도 핀테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 애플페이, 페이팔, 삼성페이 등 지급 결제의 변화

지급 결제 서비스는 편리함을 제공해 사용자를 모으고, 그 사용자를 결제 서비스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일반 금융소비자가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분야이며, 그만큼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핀테크 회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이팔도 지급 결제 회사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같은 하드웨어 기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부터 ‘카카오페이’와 ‘라인페이’ 같은 앱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다. 비바리퍼블리카나 한국NFC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도 편리한 서비스를 무기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는 중이다.

▲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비주얼DNA.

이미 신용카드를 대체, 보완할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향후 더욱 중요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O2O(Online to Offline) 때문이다. 결제는 온라인에서, 이용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식의 소비는 이미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예컨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지역 맛집의 할인 이용권을 사고, 현장에 가서 이용권 번호만 보여 주면 식사를 할 수 있다. 굳이 지갑을 꺼낼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결제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자사의 다른 서비스와 연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금융기관들이 독점하고 있던 이 영역에 제조사, 통신사, 유통사, 인터넷서비스업체 등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 핀테크 미래 선도 분야 ‘대출’

현재까지 핀테크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분야는 지급 결제지만,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핀테크의 미래를 선도할 분야는 대출과 자산 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틈새를 스타트업들이 공략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신용 등급을 중심으로 고객을 평가하고,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을 산정한다. 문제는 신용 등급이라는 기준과 실제 대출 상환 능력 간의 차이가 큰 고객 집단이 존재하며, 이 중에 대출 서비스가 절실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금융거래 내역이나 급여 명세서 등 서류로 증명할 수 있는 수치만으로 평가되는 신용등급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기준을 낮춰 채무 불이행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 SNS활동내역을 통한 대출서비스 온덱(OnDeck)

핀테크 기업들은 ‘빅데이터’란 무기를 가지고 은행을 대체해 가고 있다. 기존 신용 등급을 구성하는 기준 외에 지역 상권의 분위기, 고객들의 평판 등 수치화하기 쉽지 않지만 해당 비즈니스의 전망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분석 대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대출 상환 능력과 신용 등급 사이의 틈새를 좁히게 된 것이다.

“비주얼 DNA”라는 회사에서는 금융 거래 내역이 없어도 몇 가지 설문조사에만 답하면 신용도를 평가받을 수 있다. “무슨 색을 좋아하나요?”, “비 오는 날은 파전을 먹나요, 부추전을 먹나요?”라는 식으로 사용자 취향과 심리 상태를 물어본다. 얼핏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사회심리학과 통계학을 바탕에 둔 치밀한 평가 방법이다. 마스터카드는 2014년 비주얼DNA 신용도 평가 데이터를 대출 업무에 도입해 부도율을 기존보다 23% 낮췄다.

소액대출회사 “온덱(OnDeck)”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인터넷 활동 내역을 바탕으로 대출 이자율을 계산해 금융 거래 내역이 없는 소상공인에게 돈을 빌려준다. 점포 하나도 없는 온라인 대출회사 온덱은 지난해 말 기업 가치를 1조6천억원으로 평가받으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P2P(Peer to Peer) 대출 역시 핀테크 붐을 타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P2P 대출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에 필요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약속한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대출 서비스로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개념이다. 먼저 대출업체가 대출 신청을 받은 후 적정 금리를 결정하여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투자하는 방식이다. 대출업체는 대출자로부터 매달 원금, 이자를 받아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저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자금 공급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위험도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 웰스프론트(Wealthfront) 홈페이지 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P2P 대출 업체인 렌딩클럽(Lending Club)은 2014년 12월에 상장, 2015년 6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를 돌파했다. 대출 금액도 2013년에 6억800만 달러(약 8376억 원)에서 2014년에 14억1500만 달러(약 1조6980억 원)로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렌딩클럽은 개인 대출을 넘어 자산 운용, 대출 채권, 기업 대출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투자 자문 회사인 LC어드바이저(LC Advisor)를 설립하고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자산 운용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대출 자산을 유동화해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중소 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대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투자자들의 80% 이상이 기관 투자자일 정도로 금융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 핀테크 통한 체계적 관리 ‘자산 관리’

금융 시장에는 대출이 필요한 자금 수요자가 있는 반면, 여유 자금을 불리고 싶은 자금 공급자도 있다. 이들은 예금을 하거나 전문 투자자들에게 자산 관리를 맡긴다. 문제는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자산 관리는 투자 과정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여유 자금을 관리받기는 쉽지 않다.

핀테크 기업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비해 수수료가 싸다. 둘째는 이용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고객을 유치하고 자금을 관리하는 한계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이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져 또다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금융 데이터 분석이다. 기존의 금융기관이나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 주고, 편의성 증대, 비용 절감, 리스크 분산, 기대 수익 증가 등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 금융특집-글 싣는 순서

“민트닷컴(Mint.com)”과 같은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은행 계좌의 입출금 관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과 연결되어 개인의 소비와 지출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출 항목을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이용자의 소비 패턴과 추이를 분석해 주고, 전체 이용자의 평균과도 비교할 수 있다. 신용카드 대금 결제나 대출금 상환 등을 잊지 않게 알려 주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미래의 가계 운영에 대해 빈틈없이 조언까지 해 준다. 소비나 지출뿐 아니라 세무, 투자, 대출 등의 금융 정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방향까지 제시해 주는 것이다.

또한 여유 자금이 있다면 “웰스프론트(Wealthfront)”와 같은 자산 운용 회사에 자금을 맡기면 된다. 온라인상에서 투자 목적, 연령, 소득 등 조건을 입력하면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제공된다. 0.25% 내외의 훨씬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투자 금액으로 금융 회사의 PB(Private Banking) 서비스와 비슷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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