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양극화 현상’ 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5배 차이
교실 문 열어 학습격차 줄여야…美, 교사 백신 우선접종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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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맞벌이를 하며 안양에 거주 중인 40대 A씨는 작년부터 컴퓨터 앞에서 사는 초등 5학년 자녀 때문에 시름이 깊다.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니 공식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아이 방에 갈 때마다 게임을 하거나 수업 창 옆으로 채팅 창이 같이 띄워져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자기학습주도성이 좋은 학생들은 온라인수업도 잘 따라 간다. 하지만 성적이 중·하위권인 경우는 선생님이 화면 속에 존재하기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원격수업의 부작용으로 학습공백이 생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제대로 학교에 갈 수 없어 학생도 학부모도 고통을 겪었다. 대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학년 아이들일수록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실제 부산교육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두터웠던 성적 중위권이 지난해엔 무너지고 상위권과 하위권이 크게 늘면서 성적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교육 양극화 현상’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저소득층일수록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 것. 통계에 따르면 소득 월 800만원 이상의 가구는 학생 1인당 월 50만4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구간인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9만9000원)보다 5.1배 많았다.

코로나19로 전체 사교육비는 이례적으로 감소해지만 고교는 오히려 늘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9조 2849억원으로 전년(10조 5283억원)대비 11%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학원 휴업 명령과 불안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초·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준 반면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전년동기대비 5.9% 늘었다. 특히 고등학생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2019년 주당 5.7시간에서 지난해 5.9시간으로 늘었다. 대입을 앞둔 고교생들이 공교육 공백을 사교육에서 채우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 진단·평가체제 구축 필요…“학습손실 피해 3337억원”


새 학기 들어 등교 수업이 재개되긴 했지만 여전히 수업의 일부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난해 생긴 학습공백이 쉽게 채워지긴 힘들어 보인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은 학습결손 현황을 알 수 있도록 정확한 기초학력 진단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등교를 했다고 바로 진도를 나갈 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파악하고 부족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와 비대면 수업으로 학력저하가 심화되는데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깜깜이’ 상황이다”며 “기초학력 부진은 학교 부적응과 학업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진단·평가체제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은 이전에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과정이기에 이전에 학습결손이 생기면 새로운 내용을 숙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교육청은 ‘1수업 2교사제 선도학교’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초등 1~2학년 수업에 협력 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강원교육청은 학습결손 해소를 위해 등교수업을 확대하고 시기별 진단 및 지원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기교육청도 배움교실을 운영해 학습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침들도 좋지만 학교 수업을 대신하기엔 역부족이다. 등교를 안했을 때 잃는 것이 많다는 연구도 있듯 원격수업보다는 대면수업이 학생들에게는 더 교육 효과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손실이 지난해에만 3337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OECD는 ‘학습손실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1년 중 2/3 학습결손 시 3조 달러(약 3337조 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등굣길 열어 돌봄·공교육 공백 없애야…교사 백신 우선접종 고려할 만”


우리는 코로나 시국을 지내면서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특히 학교는 선택의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나이가 되면 ‘모두 가는 곳’이었다. 우리에게 학교는 보편적인 공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해 교실 문이 닫히면서 지금 아이들에겐 공교육의 공백이 생겼다.

학교에서 멀어질수록 학생들의 학력격차는 현실화됐다. 맞벌이 등으로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는 학습 부족뿐 아니라 돌봄 방치, 사회성 결핍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로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57.6%는 온라인 학교 수업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87.2%는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심해졌다고 체감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교사’들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학습동기가 부족한 학생이라도 교사의 애정 어린 한마디에 해당 교과목 성적이 오르기도 한다.

다행히 원격수업이 어려운 초등 저학년과 고3 학생들은 매일 등교가 허락됐다. 다만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기에 학교와 학부모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등교가 확대되면서 교사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이 먼저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안전한 등교 수업을 위해서는 교직원의 우선 접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학생들과 대면 접촉이 많은 교사가 백신을 먼저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 따르면 교사는 빨라야 오는 7월부터 접종할 계획이다.

미국과 독일은 의료진, 고령자와 더불어 학교 교사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우리 정부도 참고할 만하다. 올해 신학기는 개학 연기는 없었지만 여전히 온라인 수업도 진행 중이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교실 문을 열어 아이들의 돌봄 공백을 채우고, 학습격차 간극을 줄여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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