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기획취재팀_신지영 기자] 이제까지 금융기관의 ‘자산 관리 서비스’는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소수 ‘VIP 고객’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거래 수수료가 높은데다가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도 적지 않고, 재무상담사가 관리할 수 있는 고객 수의 한계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그들만의 리그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금융계에도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만남은 자산관리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을 통해 운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개인 투자자의 금융 자산 관리를 돕는다.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퓨처어드바이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우리나라 증권사들도 앞다퉈 유사 상품을 내놓고 있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로보어드바이저 ‘프라이빗 뱅커의 대중화’…운용, 자문,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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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객이 입력한 수입, 투자 목적, 위험 회피 성향 등의 정보를 토대로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인간 프라이빗 뱅커(PB)와의 대면 상담을 생략하고, 온라인 상에서 투자자의 위험 성향 파악, 투자 가능 상품 선별, 위험 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 매칭, 사후 관리 등의 단계를 거쳐 고객들에게 자동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자동화 정도와 사람의 개입 여부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세가지는 운용형(Fully-Automated Platform)과 자문형(Self-Executed Trade) 그리고 하이브리드형(Advisor-Executed Trade)이 그것으로 운용형은 사람의 판단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유형으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가 모든 자산 관리를 수행한다. 어느 정도 사람의 개입을 인정하는 자문형은 알고리즘이 고객의 특성에 따라 자산 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거래는 고객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형은 알고리즘이 제안한 자산 관리 포트폴리오를 전문가가 재검증하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사람의 판단도 자산 관리에 활용하는 유형이다.

◆ 로보어드바이저 시대…PB, 더 이상 거액 자산가 전유물 아냐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와 달리 포트폴리오 관리를 알고리즘 기반으로 자동화해 운영하기 때문에 인간의 판단과 개입이 최소화된다. 이는 특히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입어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또한 직접 사람을 마주하고 상담하지 않고도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주기 때문에 투자금의 하한선이 낮으며, 수수료도 저렴하다. 거액 자산가들만 받았던 프라이빗뱅킹(PB)서비스를 낮은 수수료만 내고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미국 월가 대형 금융회사에서 자문을 받으려면 1년에 최소 1%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할 땐 통상 운용 자산의 0.5%만 지불하면 된다. 특히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투자 금액을 무기로 큰 성공을 거둔 웰스프론트(Wealth Front)의 경우, 최소 투자 기준은 5000달러, 1만 달러 이상의 자산에 대해서 0.2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합리적이고 수익률에 민감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긴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서비스에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 2016년 3월 KDB대우증권이 로보어드바이저 마켓을 오픈했다. 로보어드바이저 마켓은 총 4개 자문사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디셈버앤컴퍼니, 쿼터백, 벨류시스템 투자자문, 써미트 투자자문)와의 투자일임계약을 통해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대우증권 측은 당시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신한증권, 우리은행, NH농협 등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포트폴리오 개념을 제공한다는 것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이다. 개인별 투자성향을 파악해 자산을 이에 맞게 배분해준다는 얘기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용자들이 온라인에 입력한 자신의 수입, 목표 수익률, 위험 회피 정도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분석하여 위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 금융특집, 글 싣는 순서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 글로벌 투자상품에 자산을 배분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 못하는 투자자에게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 나와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대부분이 국내외 ETF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지향하는 바는 중위험·중수익이다. 상품 설계자들은 코스피지수, S&P지수, 다우존스지수 등 각종 투자지표 1년 수익률을 초과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단기에 고수익을 내려는 이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연평균 수익률은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으로 알려졌으며,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상품의 수익률을 웃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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