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미술품 상속과 물납제 도입 논의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산을 상속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은 고 이 회장의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소장 미술품 등을 통한 물납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연일 화제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산을 상속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은 고 이 회장의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소장 미술품 등을 통한 물납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연일 화제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상속세


지난해 10월 삼성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 분 상속세는 약 11조 4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상속세의 주식 분만 따져도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그런 만큼 상속인들이 이를 어떻게 납부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현행법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클 시 상속 재산을 세무서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향후 5년간 세금을 나눠 납부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주식 배당금과 금융권 대출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5년간 분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배당금과 대출금으로 상속세를 전액 납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상속세 규모가 크기도 하거니와, 배당금 세율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건희 컬렉션


위와 같은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가 측에서 주식과 일부 미술픔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미술품’, 즉 ‘이건희 컬렉션’이 매각될 수 있다는 소식은 미술계를 발칵 뒤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희 컬렉션에는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마르크 샤갈, 오귀스트 로댕, 프랜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등 서양의 유명 작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등은 법적으로 해외 반출이 금지되지만, 이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를 3조 원 이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 작품들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뤘다.


미술품 물납제


‘미술품 물납제’가 처음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그간의 재정난 해소와 상속세 납부를 위해 국가 보물로 지정된 금동 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놓았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전 이사장이었던 故 간송 전형필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될 뻔했던 문화재를 사비로 수집해 일군 것이 간송미술문화재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당시 그 두 불상이 유찰됐다는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에서 해당 불상을 구입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지만, 역시 세금을 미술품으로 대납하는 미술품 물납제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여론을 형성하기에는 충분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술품 물납제, 여론


기존에 없던 제도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만큼, 반대 여론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5일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기존에 시행되어 왔던 물납제의 주식 및 부동산과는 다르게 미술품과 문화재는 그 가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실제로 일부 여론은 미술품 물납제가 도입될 경우 ‘이건희 특별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추후 미술품 물납제가 도입되더라도 당장 삼성가의 상속세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주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시행되기 어렵거니와 앞으로 시행될지 알 수 없는 미술품 물납제를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나서 이건희 컬렉션을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두드러진다. 이건희 컬렉션의 추정가가 한국 미술관 전체의 연간 작품 구매비 총액의 60배를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기회에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미술품 물납제든, 대물변제의 방식이든 필요한 것은 역시 투명성 확보다. 작품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공공의 것으로 돌려 국민 문화 향유권을 향상하려면 해당 작품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 지나치게 고평가되지는 않는지 면밀한 검토와 확실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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