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다예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었다. 승무원들에게 무차별적 폭언과 폭력을 일삼고 수 백 명의 승객들이 탄 항공기를 되돌아가게 만든 ‘금수저’ 부사장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동시에 갑질을 일삼는 소위 ‘진상승객’들마저 지나치리만큼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승무원의 감정노동 문제,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한국 승무원의 위상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에서는 주로 ‘진상승객’의 승무원에 대한 행패가 논란이 되는 것과 반대로 해외 항공사, 특히 미국 항공사들은 승객에 대한 안하무인식 갑질 횡포로 전 지구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승객의 피부색에 따라 들쑥날쑥 달라지는 ‘규정’과 최소한의 설명조차 생략해버리는 막무가내식 대처는 엄연한 차별이자 폭력이다. 미국 내의 시민단체들도 “미국 항공사의 인종차별을 혐오한다”며 정부와 항공사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편집자 주>

▲ 미국의 항공사들. 이들은 승객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을 자행하면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기전까지 사과한마디 없이 똑 같은 행태를 반복해 왔다. 사진은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호 실장 역의 유아인과 YTN보도 영상 일부 캡쳐이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 공공연한 ‘이슬람포비아’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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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의 ‘이슬람포비아’는 기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9.11 테러 직후인 지난 2002년 6월, 중동인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한 남성 5명이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컨티넨틀 및 노스웨스트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안상의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외양이 중동인으로 보이거나 중동 출신이기 때문에 탑승자에서 제외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 중 4명은 미국 시민권자였고 1명은 영주권자였다.

지난 2015년에는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여객기 승무원은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승객에게 “비행기에서 따지 않은 음료수 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줄 수 없다”며 궤변을 늘어놓은 일도 있었다. 해당 승무원은 무슬림이 아닌 승객에게는 따지 않은 맥주 캔을 주는가 하면 무슬림 여성 승객이 차별적 행위에 대해 항의하자 갑자기 맥주 캔을 딴 뒤 "이렇게 해야 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면전에서 다시 모욕을 주기도 했다.

아랍어를 쓴다는 이유로 항공기에서 쫓겨난 경우도 있었다. 2016년 12월, 런던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델타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예멘계 미국인 아담 살레는 기내에서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중 다른 승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항공기에서 내려야만 했다. 하기 조치 이후 살레는 수 시간의 추가적 보안검사를 마친 후에야 다른 항공편을 타고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폭력

죄의식 없이 자행되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저가항공사 스피리트 항공은 지난 2014년 한 흑인 남성이 프리미엄 좌석 항공권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발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좌석에 백인이 이미 앉아 있다는 이유로 흑인 승객을 비행기 뒷자리로 보냈는가 하면, 2015년 11월에는 이중 예약 때문에 자리를 옮겨야 했던 흑인 승객들이 불쾌감을 내비치자 ‘위협’으로 경찰에 신고해 내리도록 했고, 과잉 조치에 항의하는 다른 흑인 승객들까지 모두 쫓아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9일, 출발 예정이었던 유나이티드 항공사 여객기에서 벌어진 승객 강제퇴거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에 사는 베트남계 내과 의사인 데이비드 다오(69)가 피를 흘리며 강제로 끌어내려지는 영상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백악관까지 항공사의 조치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유나이티드 항공 보이콧 운동이 격화하면서 유나이티드항공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의 주가가 폭락했고, 유나이티드항공의 시총 약 2억5,500만달러(2,900억원)가 하루 사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뒤늦게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문제를 바로 잡기를 바란다”며 “깊은 사과(deepest apologies)”의 뜻을 표명했지만, 전 세계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해자인 다오 박사는 약 3개월이 흐른 지금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에게 심각한 상해까지 입히며 갑질 폭력을 자행한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지난 7월 6일에도 일본계 2살 아이의 좌석을 빼앗아 다른 승객이 앉도록 하고 아이는 비행시간 내내 쪼그려 앉아 이동하게 하는 등 기본적인 기내 안전수칙조차 내팽개친 모습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피해자인 아이의 엄마는 언론을 통해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손님 끌어내는 것을 봤기 때문”에 “더 따졌다가는 나와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할지 두려웠”다고 밝혔다.

인종차별의 피해는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6월, 델타항공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한인 일가족의 탑승을 거부했다. 단순한 탑승거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심한 모욕을 주며 행패를 부렸다. 먼저 체크인을 하고 탑승구 앞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던 60대 아버지에게 탑승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탑승권과 여권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고, 모든 가족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쫓아냈다. 이 가족은 결국 모든 여행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피해 가족 중 한 명은 언론을 통해 “우리가 그 줄의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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