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이 아니라 은행 서비스다(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의 이 말에서 우리에게 ‘과연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은행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은행은 필수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찾아온 핀테크 시대에, 정부의 허가 아래 거대한 조직과 복잡한 시스템으로 금융업을 독점했던 은행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은행을 찾지 않고도 더 합리적 비용으로,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은행 서비스의 해체와 플랫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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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디지털 기술은 이미 금융기관 서비스의 많은 부분을 대체해 왔다. 전통적 핀테크는 고객이 굳이 오프라인 점포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업무가 가능하도록, 서비스의 자동화 측면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잔액 조회나 계좌 이체는 물론, 계좌 개설부터 해지까지 인터넷 뱅킹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지점의 규모는 작아지고 창구 직원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증권사 역시, 고객들이 점점 영업점을 통하지 않고 HTS(Home Trading System)나 MTS(Mobile Trading System) 등을 통해 직접 주식을 거래하게 되면서 주요 수익원이었던 거래 수수료가 급감하게 되었다.

▲ 사진_ 머니볼 저자 마이클 루이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는 금융과 IT의 만남이 가져올 앞으로의 혁신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변화가 은행을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보조적 차원이었다면, 앞으로는 그동안 은행이 제공하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하며 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외부적 혁신이기 때문이다.

이미 송금, 결제, P2P 대출 등 은행 업무 중 일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 본격적으로 은행 서비스가 해체되기 시작한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금융업의 주체가 은행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머니볼’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금융 회사들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미 사형을 기다리는 상태다”라고까지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은행들도 생존을 위한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거래 내역이나 고객 프로필 등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기도 한다. 보다 적극적인 방식은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인큐베이팅을 하는 것이다. 바클레이즈(Barclays), 씨티(Citi), HSBC, 산탄데르(Santander), UBS 등 대형 금융그룹들은 이미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은행 점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씨티은행이 90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하는 등 은행권 점포 줄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애초 101개 영업점을 폐점할 계획이었던 씨티은행은 노조의 반발에 부딪치며 전체 70% 수준인 90개 지점 폐쇄로 변경했다. 씨티은행 외에도, 재작년 7천개가 넘었던 국내 14개 은행 영업점포의 수는 올해 6천800개로 2년새 300개나 줄었다. 당연히 직원 수도 줄었다.

이처럼 은행 점포는 지금보다 축소될 것이지만, 그래도 지점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앞으로의 은행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예컨대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편의점을 활용한 영업계획을 발표했고, 신한은행은 편의점 CU의 서울대서연점에 예금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디지털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는 대신 특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객 스스로 간단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고액자산가를 위한 VIP라운지, 외국인 대상 인터내셔널 PB센터 등 타겟별 맞춤형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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