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기획취재팀_신지영 기자] ‘디지털은행’의 저자 크리스 스키너는 “은행은 더 이상 완제품 금융상품을 제공하지 않고, 고객이 그들의 니즈에 따라 조립하는 앱 기반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스스로 홈페이지에서 직접 금융상품을 검색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셀프서비스 시스템이며, P2P 대출 역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수 있도록 즉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는 금융의 주도권이 금융사에서 소비자에게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은행이 제시하는 서비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즉시 제공되는 금융서비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빌 게이츠가 말한 것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은행이 아니라 은행 서비스이며, 은행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4차산업혁명의 금융은 이제 더이상 금융의 주도권이 은행에 있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였지만 앞으로 금융은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디자인하고 그 상품을 금융사가 취급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물(캐리커쳐)사진출처_ 크리스 스키너 블로그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 ‘물리적 점포 사라지는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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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은 물리적인 점포가 없거나 매우 적은 영업점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사업을 벌이는 은행을 말한다. 업무의 대부분은 금융자동화기기(ATM)나 인터넷,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과 같은 전자매체를 통해 이뤄진다. 설립 초기에는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소수의 점포를 보완적으로 영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바일 채널의 등장과 함께 Digital bank로 불리기도 하는데, 은행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영업방식을 지칭하는 인터넷 뱅킹(Internet Banking)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은행과 비교하여 인터넷 전문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오프라인 점포 운영비(인건비, 임차료, 수도광열비, 종이 등 재료비)를 절감하여 유리한 예대금리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 즉 예금금리는 높게, 대출 금리는 낮게 책정함으로써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으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물리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다. 고객은 직접 지점을 찾아갈 필요도, 대기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으며,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PC/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손쉽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의 정부는 금융 산업의 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전문 은행을 도입해 왔다. 초창기에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 예대마진 위주의 사업 모델 등으로 고객 확보에 실패한 곳이 많았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인터넷 뱅킹 이용률 증가와 차별화 전략으로 규모와 수익성이 모두 향상되기 시작했다.

특징적인 것은, 이제까지 성공한 인터넷 전문 은행은 대부분 비은행 금융기관과 비금융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10대 인터넷 전문 은행의 대부분은 증권사, 보험회사, 자동차 회사가 설립한 곳이며, 일본도 증권사, 통신회사, 인터넷 회사, 유통 업체들이 설립한 곳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회사와 시너지 모델 구축을 통해 기존 은행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미국의 찰스슈왑뱅크(Charles Schwab Bank), 이트레이드뱅크(E*Trade Bank), 일본의 스미신SBI넷은행(SBI Sumishin Net Bank), 다이와넥스트은행(Daiwa Next Bank)은 증권사 기반 은행이다. 이들은 유가증권, 채권 투자를 통한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데, 은행을 통해 증권사 상품을 교차 판매하고 고객에 맞는 제안을 해 주며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 지엠(GM)이 세운 앨리뱅크(Ally Bank)는 자동차 할부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일본의 통신회사 KDDI가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함께 세운 지분은행(Jibun Bank)은 휴대전화만으로 계좌 계설, 이체, 대출 등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접근으로 성공한 사례로는 독일에서 설립된 피도르은행(Fidor Bank)이 있다. 회사의 모토는 ‘친구와 뱅킹(Banking with friends)’이며, 고객 소통을 통한 신뢰를 중시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에 따라 이자율이 증가하는 상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친구에게 페이스북 페이지를 추천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경우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 1호 K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예금과 대출 모두 6천억 원을 넘기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고, 이달 중 영업을 시작하는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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