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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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형제는 가족 소유 대기업 중 일부 유닛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다. 11년 후, 미국 하버드에서 교육을 받은 42세의 조카이자, 기업 간부인 그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며, 72세의 삼촌과 기업 지배권 전쟁을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외신은 드라마 속 줄거리처럼 들리는 이러한 일들이, 한국의 대기업 중 하나인 금호석유화학(대표; 박찬구, 문동준) 내 경영권 다툼으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주목하며, 한국 가족중심 재벌기업의 실태를 낱낱이 보도했다.


합성고무기업이 리조트를 왜 사?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은 18일(현지시각)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금호석화는 대내외부적으로 의료용 장갑에 사용되는 라텍스를 비롯, 세계 최대 합성 고무 제조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다.

금호석화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는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 조카다.

외신은 박철완 상무가 지난달 주주명단 알람 요청과 분쟁 상황에서의 공통 절차안을 제출한 후, 금호석화가 자신을 포함한 5명의 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박철완 상무가 경영권 행사 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한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가 주주 배당금을 늘리고 기업지배구조를 점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 석유화학사업과 리조트 사업이 시너지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며, 금호리조트를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외신은 박철완 상무의 이러한 요구가 사실상 매우 강력하고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관측했다. 합성고무와 골프코스는 누가 보더라도 연계될 수 없는 사업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와 자회사인 금호P&B케미칼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리조트를 2,554억원에 인수한 것에 대해, 이는 경쟁사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현 금호석화 경영진의 명백한 경영판단 실책이라는 주장이다. 리조트의 부채비율 역시 40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은 “금호석화는 리조트 구입을 포함한 의심스러운 실적으로인해, 타 경쟁 기업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금호석화는 예상 수입의 8배를 가져오는 것에 비해,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은 12배, LG화학의 배수는 거의 30배다”고 설명했다.


“금호석화 점검없는 경영진 행보, 투자자들 참을 수 없을 것”


이러한 가운데, 세계 2위 의결권자문사는 주주들에게 박철완 상무를 금호석화의 상임 이사로 선임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권자문업체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박철완 상무가 향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 재무 및 거버넌스 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박 상무의 행보가 이미 금호석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배당금 1,158억원을 제안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80% 증가한 수치로 분석됐다. 또한 박 상무는 최고 경영자와 의장 역할을 분리하고 ESG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주주들에게 금호석화측의 이사 후보자를 포함한 제안 안건 모두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와 완전히 다른 판단이다.

이에 박 상무는 “ISS의 권고는 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권고”라며 “ISS의 부적절한 권고는 현 경영진과 이사진이 제기하는 거버넌스의 위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성명서를 통해 지적했다.

최근 박 상무는 오는 26일 주주총회에 앞서 자신이 제시한 배당금 관련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금호석화측은 박 상무가 내놓은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고, 주총 2주 전까지 해당 내용을 주주들에게 알려야 한다.

외신은 박 상무가 개설한 ‘금호석유화학 Go Beyond, Go Beyond’라는 웹사이트에도 주목했다.

외신은 “웹사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경영진의 행보가 실질적인 점검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책임 결여는 국제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대기업들의 반복되는 뇌물수수, 약한 기업지배구조, 가족 중심의 부 축적, 경영권 계승을 위한 복잡한 주식 보유 계획으로 인해 기업들의 노력은 희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외신은 “의심스러운 기업지배구조는 부유한 경제 지표를 제공하는 MSCI에 의해 선진 시장으로 분류되는 것을 방해받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들이 순이익의 28% 미만을 배당금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에 비해, 일본은 38%, 중국의 30%, 호주의 3분의 2 이상을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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