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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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창간9주년_남북정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비난을 퍼부은지 이틀만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침묵을 깨고 등장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쉽사리 나서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1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오면서 우리와의 접촉을 요청하였으며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라며 미국과의 접촉 막전막후를 공개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희, 북미간 대화 조건으로 ‘동등한 분위기’ 조성 요구


최 제1부상은 북미간 대화의 조건으로 ‘동등한 분위기’ 조성을 언급했다. 최 제1부상은 “대화 그 자체가 이루어지자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 앉아 말을 주고받을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 나온 소리는 광기 어린 ‘북조선 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떠드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지난주 개시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비난한 후 미국을 향해 “한사코 우리를 헐뜯고 걸고드는 버릇 또한 고치지 못한것 같다”며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해서도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을 저해한다는 매우 몰상식한 궤변을 뱉어놓았다”라고 비난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에 대한 조건을 걸고, 향후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최 제1부상의 메시지도 연이어 발표되면서 북한의 의도는 보다 분명해진 모양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이같은 요구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낼지는 알 수 없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권위주의적인 북한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이 민감해 하고 있는 인권 문제를 직접 겨냥했다.


정부 ‘중재’ 역할에 험로 예고…잇단 담화로 정부 역할론 요구한 듯


전문가들은 북미간 이뤄지고 있는 기싸움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기에 정부가 북미관계를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부 출입기자단에게 “북한이 연초 어느 정도 내부결속을 마무리하고 3월 이후 본격적으로 대외관계에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담화 내용이나 발표된 시점을 보면 우리정부가 미국 대북정책이 강경 기조로 나가지 않도록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각에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남북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내포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최 제1부상의 담화에서도 우리 측의 조율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던 북한이 잇단 담화로 ‘조건부’ 대화 수용 의지를 시사하면서 북미간 팽팽한 기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출입기자단에 “북한은 큰 틀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이은 최선희 제1부상 담화로 대화와 협상에 대한 의욕이나 기대감이 한 단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접촉 제안 사실을 밝히고 이에 대해 북한이 잇따라 담화를 낸 것은

북미 양측이 이미 장외 협상 국면에 들어서서 기싸움을 벌이는 중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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