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갑질에 작년 39억 과징금…쿠팡도 공정위 제재 물망
-공정거래위, 이마트에브리데이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행위 제재

유통업계 3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성장의 시대에 함께했고 지금은 공룡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굳건하게 유통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하지만 성장시대에 앓았던 성장통의 문화를 현재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어 갑질이라는 유통업계의 고질적 병패를 낳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유통업계 3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성장의 시대에 함께했고 지금은 공룡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굳건하게 유통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하지만 성장시대에 앓았던 성장통의 문화를 현재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어 갑질이라는 유통업계의 고질적 병패를 낳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대지위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과 나무 사이로 초록 잎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여전히 ‘갑질’이라는 혹한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팔고 남은 상품을 납품업체에 반품하고 업체 파견 종업원 계약서를 늦게 주는 등 대규모 유통업법을 위반하다가 적발됐다. 이에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8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2015년 1월~2018년 5월 중 15개 납품업자로부터 직매입거래 방식으로 납품받은 146개 품목 15만 6929개의 시즌상품을 부당하게 반품했다. 아이스박스·선크림·보온병 같은 계절상품은 계약서에 반품 조건을 명시해야 하는데 그런 조항은 없었다. 결국 납품업체는 철 지난 상품의 반품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런 상품의 재고는 계절을 넘기면 제값을 받고 팔기도 어렵다.

직매입거래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 재고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상품이 판매되지 않을 경우 반품을 하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하는 ‘특약매입 거래’와는 다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0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시즌상품에 대해 반품조건을 구체적으로 약정하고 그 약정 조건에 따라 반품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명백히 법을 위반한 ‘부당 반품행위’라고 못 박았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대규모 유통업자들이 자신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재고 비용 등을 납품업자에게 떠넘긴 불공정 행위”라고 밝혔다.

또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파견 종업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도 지적됐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15년 1월~2018년 3월 29개 신규 점포와 39개 리뉴얼 점포의 오픈을 위해 상품 진열업무에 19개 납품업자로부터 총 119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사전에 종업원 파견조건을 기재한 약정 서면을 납품업자에게 주지 않고, 종업원의 파견근무가 끝나고 최소 1일~최대 77일이 지난 후에야 서면을 교부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사용할 땐 파견조건에 대해 약정한 서면을 사전에 교부하도록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된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이미 개선해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SSM 1위 롯데마트 지난해 과징금 39억 부과


정부의 단속에도 대형 슈퍼마켓(SSM)의 부당 거래 관행이 계속 돼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 1위 롯데슈퍼의 납품업체 갑질 행위에 대해 지난해 10월 39억 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SM 업체 중에선 역대 최대 액수다. 롯데슈퍼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을 반품하거나 판촉행사 비용을 떠넘기고 별다른 약정 없이 100억원대 판매장려금을 부당하게 뜯어낸 혐의가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슈퍼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는 ▲계약서면 지연교부 ▲정당한 사유 없는 상품 반품 ▲사전 서면약정 없이 판촉비용 전가 ▲서면약정 없이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연간거래 기본계약서에 약정 없이 판매 장려금 수취 등이었다.

쿠팡은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기업이다. 유통업계 중간 마진을 없앴고 입점 기업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최저가 제품구매’, 빠른 배송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 물류·배송 노동자에 대한 착취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어 공정위가 주시하고 있다.

쿠팡도 올해 안에 공정위의 재제를 받을 것 이란 전망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협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쿠팡과 관련된 ‘납품업체 대상 갑질’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반복되는 ‘갑질’…공정위 ‘불공정거래행위 사각지대’ 없애야


무례한 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해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무반응에 용기를 얻어 다음에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이것은 이른바 ‘갑질’로 표현된다. 세상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운동계·연예계의 학폭 문제를 보더라도 과거의 ‘무례한 행위’가 지금 평가되고 있다. 이는 비단 사람뿐 아니라 기업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대형 유통업체가 팔다 남은 재고를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고질적인 불공정거래 행위다. 소비자인 우리는 ‘내 일이 아니다’고 뒷짐 지고 있지 말고 투자자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의 행태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도 고질화된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을 뿌리 뽑을 각오로 쉽게 넘어가면 안 된다. 적당히 넘어갔다가는 잘못된 행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통업계가 과거 성장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할 차례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건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100년 기업을 꿈꾼다면 생산·영업활동을 하면서 환경경영, 윤리경영, 노동자 등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기업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와의 ‘상생행보’를 위해 납품대금 지급을 열흘 앞당겼었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협력사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납품대금 조기 지급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이번 공정위의 지적이 충격적이다. 특히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갑질’은 법을 어긴 것이기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기업들 사이에 갑질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공정위 등 관련 기관에서는 관련 지침을 정하고 있지만 ‘불공정거래행위 사각지대’를 더 깊게 살펴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럴 때 실제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이 줄어들 것이다. 또 신세계그룹도 지난달에 언급 한 ‘동반성장’의 의미를 다시 새겨 소비자뿐 아니라 납품업체가 거래하기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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