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메이플세미컨덕터 현금흐름표만 살폈어도 쉽게 판단할 수 있었던 사항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이사 등 2명 구속

[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지난 7월 18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업해 불량 웨이퍼(집적회로나 트랜지스터에 쓰이는 실리콘 기판)을 정상품으로 속여 수출한 것처럼 속이고, 부당대출, 재산국외도피, 밀수출입 등을 저질러 온 중소기업 업체 ‘메이플세미컨덕터’의 대표이사 박모씨 외 2명을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을 했다고 밝혔다.

▲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4월 당시, 고부가가치 제품군인 실리콘카바이드(SiC)전력반도체의 성장가능성을 주목하면서,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전환상환우선주 54,540주를 30억 원이 인수를 하며,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는 허술하게 이뤄진 투자였던 것으로 뉴스워커 분석 결과 나왔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메이플세미컨덕터 지난 1월 법정관리 신청, 대표이사는 자금 빼돌려

이들은 불량웨이퍼를 정상 웨이퍼로 속여 수출가격을 1매당 0.5달러에 불과한 불량 웨이퍼를 매당 250달러에서 800달러로 부풀리는 수법으로 2011년부터 총 294회에 걸쳐 수출을 허위 신고했다.

이런 식으로 저지른 범죄 금액은 무역금융 부당대출 1천370억 원, 재산국외도피 23억 원, 밀수출입 270억 원, 해외불법예금 1천426억 원, 수출입 물품가격 허위신고 960억 원 등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이사 외 2명이 저지른 무역금융범죄 규모는 무려 4천49억 원에 달한다.

▲ 자료: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 / 조사: 뉴스워커

무역금융 부당대출 1천370억 원에 대해서는, 홍콩 소재 페이퍼 컴퍼니로 해당 물품을 발송한 후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 채권을 매각하여 1천370억 원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게 되면, 다시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의 뺑뺑이 무역을 반복 하던 대표이사 박용포 씨는 결국 파산에 이르러 올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대표이사 박씨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 홍콩페이퍼컴퍼니에 둔 회사 자금 23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메이플세미컨덕터’는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할 것이라는 허위사실을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왔으며, 국내 11개 시중은행이 이 회사에 빌려준 돈만 277억 원이다. 그 중 기업은행은 주거래은행으로 투자 규모가 가장 컸고 역시 피해 또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 / 조사: 뉴스워커

◆ 기업은행, 2015년 중소기업 ‘메이플세미컨덕터’에 30억 원 지분투자로 시작

기업은행(은행장: 김도진)은 지난 2015년 4월 당시, 고부가가치 제품군인 실리콘카바이드(SiC)전력반도체의 성장가능성을 주목하면서,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전환상환우선주 54,540주를 30억 원이 인수를 하며,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뉴스워커가 조사한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지난 5개년의 매출액 성장률을 살펴보면, 2012년 yoy(Year on Year, 전년대비 증감율) +38%, 2013년 yoy 49%, 2014년 yoy 36%, 2015년 yoy 38%, 2016년 21% 성장을 기록 했다. 이는 매해 30~40%의 꾸준히 매출성장을 이룬 것으로 재무제표를 통해 파악되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조금씩 등락이 존재한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 / 조사: 뉴스워커

하지만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의 수치를 좋게 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현금흐름표의 조작은 쉽지 않아, 기업의 실제 운영에 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표를 꼭 같이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뉴스워커가 조사 분석한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재무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깊게 살펴보지 않아도 금방 이상한 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좋은 기업의 현금흐름표는 영업활동 (+), 투자활동 (-), 재무활동 (-)이다. 이는 기업의 본업 (제조 및 서비스 제공)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이 (+)플러스여야 하며, 지속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 현금이 지출이 되어야하므로 투자활동은 (-) 마이너스, 그리고 회사의 부채가 있다면 점차 부채를 갚아나가는 회사가 안정적이고 정상이므로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 마이너스인 모습의 기업이 가장 안정적이고 기본이라는 점은 투자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항이다. 즉 기업은행 외 11개 시중은행이 메이플세미컨덕터의 현금흐름만 잘 살폈어도 이 같은 사기 대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뉴스워커의 판단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현금흐름은 영업활동, 2012년, 2013년, 2016년 (-) 마이너스를 기록하였고, 잠깐 2014년, 2015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플러스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손익계산서에 있는 매출액 대비 실제 현금으로 들어온 금액이 10% 내외라, 대부분 현금 대신 매출채권 형식으로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일단 기업의 본업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망가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 / 조사: 뉴스워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메이플세미컨덕터가 제조업에 속하므로, 공장을 짓거나 R&D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맞지만, 매해 지난 5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큰 금액이 지속적으로 투자명목으로 지출되고 있음을 검토했었어야 한다.

그리고 재무활동도 가장 큰 문제인데,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계속 차입을 꾸준히 해왔다. 2012년 74억 원, 2013년 84억 원, 2014년 96억 원, 2015년 226억 원, 2016년 172억 원을 꾸준히 자금을 대출해 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회사가 운영이 되면, 현금을 벌어들인 족족 이자상환으로 다 나가게 되고, 점차 재무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어 근시일 내 에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게 됨이 뻔하다.

이렇게 장부를 조금만 더 살펴봤다면 금세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 및 기술에 대한 성장성과 앞으로 상장을 통한 차익만을 보고 자금을 대여해주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관투자자 및 금융기관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또한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의 투자를 믿고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그대로 피해를 입게 됐다.

◆ 시중은행의 피해금액은 277억 원, 그 중 기업은행이 가장 커, 금감원 실태조사 할 것

그 동안 총 11개의 시중은행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빌려준 돈은 277억 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기업은행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주거래 은행으로 운영자금 대출 및 무역금융을 제공하는 것으로 금액이 200억 원이 넘는다. 또한 2015년 4월 지분 투자 30억 원까지 합치면 23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이번 메이플세미컨덕터 4,000억 원대 무역금융범죄에 관해, 이 기업에 대출을 해줘 피해를 입은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는 과거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재발방지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어, 시중은행의 수출금융 실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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