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 4차산업과 금융 ④가상화폐…上. 금융의 원리를 바꾸다
[금융특집] 4차산업과 금융 ④가상화폐…上. 금융의 원리를 바꾸다
  • 신지영 기자
  • 승인 2017.07.26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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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별 생각 없이 사놓았던 십만 원어치의 비트코인이 몇 년 사이 수백억이 됐다더라는 식의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펴져나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가상 화폐는 화제의 중심에 있는데, 일본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에 대한 법률을 입안하고 사실상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독일 역시 기업이 비트코인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을 얻게 하는 등 금액을 계산하는 단위로 비트코인을 인정했고, 미국은 비트코인을 이용한 사기 행위에 사기죄를 적용함으로써 가상 화폐를 유가증권으로 인정한 판례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해외 거래소나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를 통해 구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도 가상화폐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상화폐 시장을 규율하는 규정 자체가 없는데다 논의도 부진하고, 화폐 가치의 변동성이 너무 높아서 일반인이 선뜻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위험이 크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또 이렇게까지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분석한 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 디지털 금광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또 하나의 화폐전쟁을 예고하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전자화폐, 가상화폐, 비트코인

전자화폐는 기존의 지폐나 주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의 통화로, IC카드 또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에 금전을 전자적 방법으로 이전해 물품 또는 용역 구매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지급결제수단이다. 컴퓨터에 의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캐시(digital cash), 사이버 캐시(cyber cash), E-캐시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화폐적 가치가 어떻게 저장되었는가에 따라서 집적회로(IC)칩이 내장된 플라스틱카드형과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있는 네트워크형으로 나뉜다.

IC카드형은 IC카드에 전자적 방법으로 은행예금의 일부를 옮겨 단말기 등으로 현금처럼 지급하는 것으로, 전자지갑형 전자화폐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IC카드형 전자화폐는 네트워크형과 호환되지 않으면 전자상거래에서는 쓸 수 없다.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를 가리키며, 최근 급부상한 비트코인 역시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가상은행이나 인터넷과 연결된 고객의 컴퓨터에 예치·저장하였다가 필요시 공중통신망을 통하여 대금결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다시 현금형, 신용카드형, 수표형으로 세분될 수 있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다. 실물 화폐를 발행할 필요가 없으므로 생산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이체비용 등 거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관비용도 들지 않는다. 또한 도난ㆍ분실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도 뛰어나다. 그러나 반면 거래의 비밀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마약 거래나 도박, 비자금 조성을 위한 돈세탁, 탈세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실 가상화폐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만들었고, 네이버는 ‘네이버 캐쉬’,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크레딧’, 카카오는 ‘초코’라는 이름으로 가상화폐를 내놓았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곳에서 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고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자기만의 가상화폐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특별하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기존의 가상화폐들과 차별화되는 작동방식 때문이다.

◆ ‘비트코인’ 지금까지의 가상화폐와 조금 다른 작동방식

비트코인(Bit Coin)은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일본어: 中本哲史 なかもとさとし, 영어: 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내세운 정체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든 디지털 통화로, 지폐나 동전과 같은 물리적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사람 이름인지, 집단의 이름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어느 정부가 만든 것일 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심지어 두 명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비트코인의 개발자가 누구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탄생 배경은 비교적 명확하다. 개발자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공급량을 조절하는 등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로 비트코인을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국가 화폐의 역사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로 충만하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탄생한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떠한 권력의 개입 없이 이용자들끼리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화폐들과 완전히 다르다. 특히 2009년은 Fed(미국 중앙은행)가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 완화가 시작된 해로,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통화는 발행하는 주체가 있고, 그곳에서 화폐로 통용되기 위한 가치와 지급을 보장하며, 발행량과 유통량을 조절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싸이월드 도토리나 네이버 캐시와 같은 다양한 가상화폐들 역시 발행 및 운영 주체인 기업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이들의 서비스 내에서만 통용된다. 이처럼 결정권을 가진 발행처가 별도로 존재하는 시스템 속에서 이용자들은 중앙에서 구축한 지급 결제 인프라를 통해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 주요 가상화폐들<자료취합_신지영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그런데 비트코인에는 돈을 찍어내는 발행처가 없다. 사용처는 있으나 통화를 발행하고 통제하는 중앙기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핵심은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발행하고 거래를 조절하는 중앙 집권적 통제를 배제하고, 이용자들끼리 수평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P2P(Peer to Peer) 기반 분산시스템에 의해 거래가 이뤄지고 검증된다는 점이다. 즉, 비트코인은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폐다.

사용자들은 비트코인의 계좌인 ‘지갑’을 통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데, 지갑을 만들 수 있는 별도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써야 한다. 지갑에는 일종의 계좌번호처럼 숫자와 영어 알파벳 소문자, 대문자를 조합한 약 30자 정도의 고유한 번호가 부여되며, 한 사람은 제한 없이 여러 개의 지갑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발행할 수 있을까. 누구나 성능 좋은 컴퓨터로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시간과 컴퓨터의 프로세싱 능력을 요하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면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되어 가질 수 있고, 이를 광산업에 빗대어 ‘채굴한다’, ‘캔다’(mining)라고 부른다. 수학 문제를 푸는 광부, 마이너(miner)는 곧 비트코인 조폐공사인 셈이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는 채굴량이 늘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지금은 일반 PC 1대로 5년이 걸려야 풀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비트코인은 발행량이나 유통량을 조절하는 중앙 기관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체 통화량이 정해져 있다. 이는 임의로 통화량 조절을 하지 못한 장치로, 처음 설계 당시 2145년까지 총 21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현재 10분마다 25개의 새 비트코인이 시스템에 추가되지만 21만개가 발행될 때마다 반감돼 앞으로 10분당 추가되는 비트코인은 12.5개, 6.25개로 줄다가 0으로 수렴한다. 광부가 비트코인을 더 캐려고 해도 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발행 및 거래 내역은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이용자들의 컴퓨터로 구성된 네트워크에 존재한다.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하는 사람 모두가 비트코인의 발행주이며 운영진이다.

<금융특집 4편 ‘가상화폐’는 상․중․하로 이어지며, 다음 호에는 비트코인의 특별함 ‘블록체인’에 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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