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전 세계는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있다. 아무 뜻 없이 호기심에 사 모았던 비트코인이 어느날 수십억의 가치를 가지는 사이버 가상 화폐로 둔갑하면서 세계인들은 더욱 비트코인 채굴에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워커는 4차산업과 금융 4화 ‘가상화폐’의 그 두 번째 ‘비트코인의 특별함’에 대한 얘기를 전개한다.

비트코인의 작동방식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중앙 기관이 없으면,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화폐의 생명은 유통인데, 그 결제와 지급에 대한 신뢰는 과연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며, 비트코인에 사용된 수많은 기술 중 가장 주목해야 하는 핵심이다.

2017년 1월 9일, 세계 최대 금융거래정보저장소인 DTCC(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는 파생상품의 거래정보 모두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저장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DTCC가 관리하는 금융 상품의 총액은 무려 11조 원에 달한다. 또한 미국 장외 주식거래소인 나스닥(NASDAQ)은 이미 비상장 회사의 주식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도대체 블록체인 기술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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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TCC홈페이지 캡쳐

비트코인은 화폐의 발행과 이용자들의 거래 내역이 전체 네트워크로 공개되어 모니터링되며, 거래 기록 또한 전체 네트워크 상에서 승인이 이뤄진다. 새로 발생하는 기록의 묶음이 바로 블록(block)이고, 개별 블록들이 연결(chain)되어 형성되는 이제까지의 모든 거래 기록을 일컬어 블록체인(blockchain)이라고 한다.

각 데이터는 모두 연결되어 상호 유효성을 증명하는데, 잘못 적히거나 누락된 장부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가진 올바른 장부를 복사해 온다. 여기서 올바른 장부란 전체 비트코인 이용자 가운데 과반수가 갖고 있는 데이터와 일치하는 장부를 뜻한다. 즉,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만들어진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 참여한 사용자 모두에게 나누어 공개된 일종의 거래원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공공 거래 장부(public led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일 사용자 A가 사용자 B에게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거래를 한다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중인 기기들이 이를 검증한다. 검증에 통과해야만 사용자 B는 비트코인을 얻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분산 시스템을 통해 수행되기 때문에 위조, 변조, 해킹의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예를 들어, 해킹을 하려면 수많은 사용자의 기기를 한꺼번에 공격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분산된 장부들을 서로 대조하기 때문에 장부 조작이 극히 어려워 강력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비트코인의 작동 방식은 지금까지의 통념을 뒤짚는 혁신적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금융 거래 정보는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 왔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모두의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상호 간의 유효성을 검증받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장부가 모든 참가자에게 분산돼 있다 보니 안전성이 뛰어나고 관리비용도 적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을 통해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상통화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라는 화폐의 성공과 별개로, 블록체인을 통한 분산 시스템 기술은 그 탁월한 효용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산탄데르(Santander)은행 소속 연구 기관인 이노벤처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은행이 절약할 수 있는 인프라 비용이 2022년까지 150억~2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관련된 투자 역시 활발한데,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Barclays) 등 거대 금융기관들도 자사 시스템 및 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정리/ 신지영 기자

◆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와 전망

◇ 장점= 비트코인의 최대 강점은 중앙 집중을 탈피한 분산 네트워크에서 비롯된 신속성이다.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고, 이용자끼리 직접 연결되어 거래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송금이나 소액 결제에 유용하다. 송금은 즉각적으로 이뤄지며, 정부나 기업의 통제는 영향이 없다. 지난 2010년 비자카드와 페이팔이 미 정부의 비밀문서를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송금을 거부했을 때에도 후원자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비트코인을 통해 3만 2,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었다. 또한 비트코인은 인터넷에 최적화되어 있어 간편하고 효율적인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비트코인 지갑인 코인베이스(coinbase.com)의 공동설립자 프레드 어섬은 신용카드 거래는 사라질 것이며, 배너 광고와 문자, 스팸 메일 등 현재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자행하는 지저분한 짓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통화량이 정해져 있고, 단일 운영 주체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불안할 때는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지급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앙은행이나 국가가 보장해 주는 신용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재정 위기를 겪은 키프로스나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기도 했다.

◇ 한계= 우선 어렵다. 비트코인의 작동방식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만 10분 이상 걸리는데, 기존의 실물 화폐나 신용카드의 직관적인 이용 방법을 생각하면 과연 모든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암호키의 보관을 부주의하게 함으로써 암호키가 저장된 하드디스크가 파괴되거나 포맷될 경우 비트코인도 사라진다. 채굴된 비트코인의 25%가 좀비 코인, 암호키가 없는 비트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체 분산 네트워크의 보안은 훌륭하지만, 개인이 지닌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전자지갑이 거래소에 접속하는 방식은 해킹 위험에 취약한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내부 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에서 전체 거래량의 5%에 해당되는 65만 비트코인(당시 시세로 약 1200억 원)이 부당 인출되어 폐쇄되었는데, 당초 해킹에 의한 피해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 회사 시스템의 잔액 데이터 조작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화폐의 생명인 신뢰와 가치 보장의 면에서 치명적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악용한 마약, 무기 등의 불법 거래나 돈세탁, 탈세 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을 키운 것도 온라인 마약거래소 ‘실크로드’였고,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랜섬웨어 범죄조직들도 몸값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한다. FBI는 지난해에만 랜섬웨어 피해자들이 지불한 몸값이 1,8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 전망=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와의 소송으로 유명한 벤처투자자 윙클보스 형제는 암호화 화폐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2012년에 거액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반면, 2013년 4월 폴 크루그먼(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교수는 ‘화폐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돈으로 쓰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이미 유럽과 북미, 중국 등에서 현금처럼 쓰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상위 3개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 코빗, 코인원 기준 월평균 거래금액은 2015년 470억원에서 2016년 11월 94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비트코인컴퍼니는 비트코인으로 충전하고 비트코인으로 사는 선불카드를 만들었고, 오픈소스 블로그 서비스인 ‘워드프레스’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지원하며, 위키리크스는 기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은 초창기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험과 투자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우리 나라는 지금…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심이 높아지자 당시 한국은행도 비트코인 연구에 착수했다.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한국은행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가까운 미래에 기존 통화를 대체할 지급 결제수단이 되긴 어렵다”며 급격한 가격 변동, 보안 문제 등을 지적했고,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투자 과열 속에 한때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 속에서도 디지털 통화는 급속히 퍼져 나갔고, 한국은행은 2016년 초 지급결제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결제 기술의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기존 금융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고 재조명했다.

핀테크 열풍 속에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비트코인 거래 업체인 코인플러그에 투자했고, NH농협은행은 코빗과 손잡았다. 블록체인을 통한 송금 등이 유망 서비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비트코인 거래의 대부분은 투기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설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가 연간 1조 원 규모에 달하는데 관련 법규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제자리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금융 시장과 화폐 질서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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