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시장 경쟁 치열하자 4개사 담합…최대 피해는 ‘소비자’
-공정거래위 “담합 감시 강화·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 대응”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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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12년 동안 담합해 온 부품업체 4곳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가 실시한 자동차부품 입찰에서 담합한 4개 부품 제조사 화승, DRB동일, 아이아, 유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24억3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 업체는 2007년~2018년 현대차와 기아가 실시한 총 99건의 ‘글래스런 및 웨더스트립’ 부품 구매입찰에서 담합했다. 이들 4개 업체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99.3%로 시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업자가 담합한 셈이다.

담합은 사업 집단의 부당한 공동행위이다. 이 같은 행위는 기업 간 경쟁을 막아 실제로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보다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인상시켜 경쟁 사업자에 불이익을 준다.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게 돼 문제가 된다.

4개 업체들은 입찰이 붙을 때마다 ‘몰아주기’와 ‘나눠먹기’를 했다. 가격 경쟁을 피하고,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낙찰회사와 가격·할인율 등을 정한 뒤 그대로 입찰에 참가한 것.

해당 부품은 글래스런 및 웨더스트립으로 차량 문 둘레를 따라 붙어있는 검은색 고무다. 이는 자동차의 외부 소음, 빗물 등의 차내 유입을 차단하는 제품으로 글래스런은 유리창, 웨더스트립은 차문 및 차체에 각각 장착된다.

이들은 현대·기아차가 기존 차종의 새 모델을 개발하며 입찰을 진행하면 원칙적으로 기존 모델에 부품을 대던 업체가 입찰을 따내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가 ‘그랜저 IG’ 모델을 새로 개발하면 기존 ‘그랜저 HG’에 납품하던 업체가, 기아차가 ‘K-5 JF’ 모델을 선보이면 기존 ‘K-5 TF’에 부품을 대던 업체가 낙찰예정자가 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공정위는 DRB동일(423억9900만원), 화승(315억5700만원), 아이아(45억6200만원), 유일(39억2100만원)에 과징금을 내렸다.


자동차 부품시장 경쟁 치열해진 2007년부터 ‘담합’


공정위에 따르면 당초 1위 사업자인 화승이 2005년까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입찰 시장에서 54.8%에 달하는 점유율을 올렸다. 하지만 2006년에는 화승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2위인 동일은 올라가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화승은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제안했고 동일이 이를 수락하며 2007년부터 담합을 시작했다. 2010년 이후에는 업계 3위, 4위였던 아이아, 유일의 저가 투찰로 인해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자 화승·동일은 2001년 5월 유일, 2012년 8월 아이아를 담합에 가담시켰다.

4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가 기존 차종의 새 모델을 개발해 입찰하는 경우 기존 모델에 부품을 대던 업체가 입찰을 따내기로 합의하는 등 99건 중 81건의 입찰에서 담합한 대로 입찰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경쟁사의 저가 투찰이나 단순 실수를 제외하곤 4개사가 입찰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체는 낙찰예정자가 실제로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개당 납품단가와 납품 개시 이후 가격 할인비율까지 미리 정해놓았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자동차 부품 4개 사는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 했고, 장기간에 걸쳐 담합이 발생해 과징금액이 높게 나왔다”며 “1차 피해자는 현대기아차지만 결국 담합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중간재 시장에서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 대응할 계획이다.


‘경제 범죄’ 담합행위 반복돼…소비자들만 ‘골탕’


카르텔(cartel)은 동일 업종의 기업 간 형성되는 담합형태를 말한다. 경쟁 완화와 이윤 확보를 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물량·거래조건 등을 놓고 기업 간 입을 맞추는 행위다. 담합행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경제범죄로 불인다. 시장의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결정된 가격보다 제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카르텔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등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설명대로 이번 담합의 1차 피해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다. 하지만 결국 독과점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 ‘담함 업체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최대 피해자다. 가격 담합을 한 자동차 부품 4개 사는 과징금을 물지만 정착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 불황에 한 푼이라도 아껴 써야 하는 소비자들은 손해를 본 돈을 돌려받을 방도가 없다.

충격적인건 자동차 부품업계의 담합이 한 두 번이 아니라 12년간 은밀하게 지속됐다는 것. 업계를 불문하고 오래 전부터 담합에 대한 뉴스는 반복되고 있다. 혹시 우리나라 산업계에 ‘담합 불감증’이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각 사의 홈페이지 대문에 걸려 있는 ‘기업윤리’는 잊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겉으로는 고객 만족을 외치면서 뒤에선 가격을 조작하는 기업의 이중적 행태가 드러날 때마다 국민들은 ‘누굴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담합은 소비자 호주머니를 터는 범죄다. 선진국에서는 반칙이자 대표적 불공정행위인 담합에 대한 처벌이 중대하게 다뤄지고 있다. 미국에선 독과점 관련 담합 사례가 있으면 법무부 반독점국에서 검사들이 직접 수사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본다. 담합은 가격결정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에 철폐돼야 할 관행이다.

지난 2017년 공정위는 담합 과징금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올린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려면 불법행위로 기대되는 이익보다 적발 시 제재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커야 한다”며 과징금 인상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가 과징금뿐만 아니라 수위 높은 수사와 처벌을 가해 생태계 교란을 막아 국민이 안심하는 사회와 소비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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