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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창간9주년_남북정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또 한번 ‘말폭탄’을 던지면서 대남 비난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문 대통령에 대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지난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에 대해 우려의 언급을 한 것을 놓고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여정, 수위 높은 말폭탄…“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돌아봤으면”


김 부부장은 “나는 분계선 너머 남녘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에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남조선 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언급하면서 “당당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때에 어려움을 주고 장애를 조성했다”며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최첨단 전략 무기들을 살펴보면서 언급했던 발언을 상기하며 “며칠 전의 기념사와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을 비롯해 북한 측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인사 발언등 자신들의 인권·탄도미사일 발사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잇단 담화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겨냥한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까지 민감하게 대응하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연설이 미국의 주장과 같다는 점을 들며 한미 양측에 적대감을 표출했다는 반응이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며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북한의 담화 ‘말 폭탄’과 관련해 추가적인 대응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측면에선 다양한 대남 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이번 담화에 대해 강한 유감…최소한 예법 지켜져야”


정부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하기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의 담화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남북 주무부처로서 불필요한 대응으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의 경우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비난하고 다소 표현이 저속했다는 점 등이 고려돼 통일부 차원에서 유감 표명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30일(현지시간) 북한의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가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RFA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기 회의가 끝난 후, 북한 문제가 ‘기타 안건’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였기 때문에 미국 대표부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유엔 주재 노르웨이 대표부 관계자도 RFA에 이번 북한 관련 안보리 비공개 회의와 관련해 따로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후 1시30분께 회의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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