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픈데도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 만들기’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현재는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은 60% 수준으로 OECD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2년까지 70%까지 보장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에 대한 적용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_청와대 기자단>

◆ 비급여 진료항목은 단계적으로 보험급여를 받게 될 것

문 대통령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로봇수술, 2인실 등 그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했던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항목을 단계적으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미용, 성형과 같은 명백하게 보험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 부담이 큰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약도 힘들고, 비싼 비용을 내야했던 대학병원 특진을 2018년부터 완전히 없애고, 상급병실료도 2018년 하반기부터는 2인실까지 보험 적용을 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는 1인실의 경우에도 1인실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중증 호흡기 질환자, 산모 등)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또한 간병이 필요한 모든 환자의 간병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며, 보호자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호자 없는 병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간호사가 간호와 간병을 전담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병상을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7월 현재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병상은 전국 353개 의료기관에 2만3460병상에 불과하다.

이렇게 비급여를 해소해나가는 동시에 의료기관이 새로운 비급여진료를 개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를 현재 공공의료기관 42곳에서 2022년까지 민간의료기관 포함해 200곳 이상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신포괄수가제는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비를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 지불하는 진료비 정액제도로 의료기관별 비급여 관리에 효과적이다.

▲ 사진_청와대 기자단

◆ 연간 본인 부담 상한액을 낮춘다

문 대통령은 고액 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간 본인 부담 상한액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 부담 상한액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비급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서 실질적인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어르신과 어린이처럼 질병에 취약한 계층은 혜택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 중으로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현행 20%에서 5%로 낮추고, 중증치매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출 계획이다.

◆ 의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문재인 정부는 4대 중증질환에 한정되었던 의료비 지원제도를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하고, 소득하위 50% 환자는 최대 2천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원이 필요한데도 잘 모르거나 억울하게 탈락해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개별심사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즉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의 사회복지팀을 확충해서 도움이 필요한 중증환자를 먼저 찾고 퇴원 후에도 지역 복지 시설과 연계해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감소하고, 저소득층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에 대한 적용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_청와대 기자단>

◆ “획기적 대안, 그러나 재원조달 쉽지 않을 것” 우려 나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강 보험금 적립금을 20조원 쌓아 둘 필요가 없는데, 그동안 그리 해왔다”며 “지금이라도 비급여와 전쟁에 나선 게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 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정부가 지출 내역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국민 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고,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걸 내놓았다. 잘 집행하면 환영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가 높게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5년간 30조 6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의 건강보험 누적 흑자 21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감당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의 보험료 인상이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3.2%이다. 이 3% 정도의 보험료율을 인상을 통해 나머지 재원을 메울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대한의사협회 성명 발표 “진료왜곡 현상 심화 우려” 표명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고려없이 건강보험 보장률에만 중점을 둘 경우 누적된 저수가로 인한 진료 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에 앞서 ▷ 필수의료와 재난적 의료비를 중심으로 단계적 보장성 강화 ▷ 적절한 보상 기전 및 합리적인 급여 기준 마련 ▷확고한 의료전달체계 마련 ▷신의료기술 도입 위축으로 인한 의료발전 저해요소 차단 ▷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충분한 재정 확보 방안 마련 ▷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장관 직속 기구 신설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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