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동안 언론 보도는 편파적이었다. 안종범 업무수첩은 간접증거라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등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는 ‘관리의 삼성’ 영향력 때문이었다.

한 매체는 특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관리의 삼성’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며, ‘알아서 기는’ 언론사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문화일보>의 한 간부가 장 전 사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주십시오.” 라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매일경제>의 한 기자도 “존경하는 실차장님! 어제 감사했습니다. 면세점 관련해 ○○○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015년 면세점 신규 4곳이 발표되던 때였다.

장충기 전 차장이 박근혜 게이트 이후 사퇴하고 미래전략실은 사라졌지만, ‘관리의 삼성’은 여전히 작동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대한 언론보도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7월6일 하루 동안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대한 보도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판도라의 상자? 안종범 수첩 열어보니 빈 상자(데일리안)’ ‘이재용 재판, 히든카드 날아간 특검…재판부 “安 수첩, 직접증거로 부족”(더팩트)’ 등등 직접 증거로 부족하다는 논조를 내보냈다. 이외에도 아시아경제나, 중앙일보, YTN에서도 비슷한 논조였다.

삼성 홍보팀은 이재용 재판에 꼬박꼬박 방청을 하며 관련 보도자료를 뿌리며 기사 방향을 잡아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삼성 출입기자가 이재용 재판을 취재하는 언론사도 있다. 보통 법원 출입기자가 재판을 취재하지만, 이재용 재판은 예외로 판단한 것이다. <동아일보> 7월7일 ‘예고편만 요란했던 맹탕 안종범 수첩’이라는 기자 칼럼이 대표로 산업부 기자가 직접 특검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썼다.

이재용 재판을 취재하는 또 다른 기자는 “매번 삼성 홍보팀에서도 재판에 나오고, 누가 어떤 기사를 쓰는지 일일이 다 챙긴다. 재판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삼성이 사주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삼성 쪽 설명을 더 충실하게 듣고 인간적인 관계가 생기면 덜 비판적으로 쓰게 되는 면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재용 재판을 취재하는 한 산업부 기자는 삼성과의 관계, 그러니까 광고 때문에 특검과 삼성의 주장을 균형 맞춰서 써도, 발행되는 기사는 대놓고 삼성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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