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커머스 안정적 정착 위한 관련 법·제도 필요
-중국, 라이브커머스 가이드라인 아래 200조 시장으로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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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온라인 공간에서 ‘인친’과 소통하고 물품을 구매하는 게 일상이 돼 버린 요즘. 비대면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신규 미디어가 라이브커머스(온라인 실시간 방송 기반 커머스)다.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CJ와 배달의민족도·쿠팡 뛰어든 라이브커머스는 온라인 생중계와 전자상거래의 합성어다. 흔히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줄여서 ‘라방’이라고 부른다. 직접 물건을 보고 사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자세히 소개한다. 홈쇼핑과 유사하지만 이는 방송이 아닌 전자상거래(e커머스)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라방은 급성장했다. 반면 라방에 대한 규제가 사각지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라방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며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판매자들은 TV 홈쇼핑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유통업체들이 서비스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라이스 커머스가 온라인 쇼핑의 대세가 되면서 향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고, 2023년에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세계그룹 뉴스룸에 기고한 칼럼에서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오는 2023년 9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라방의 과장 광고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라방은 겉모습만 보면 TV 홈쇼핑과 비슷하다. 인터넷 방송에 연예인이나 쇼호스트, 인플루언서가 등장해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하지만 라방은 케이블·위성 채널의 TV 홈쇼핑과 달리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도 아니다. 때문에 방송·통신 관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서 방송발전기금 납부 같은 부담도 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구매 취소나 환불을 요구했을 때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라방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여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의 통신판매업자인 TV 홈쇼핑은 소비자에 대한 취소·환불은 물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송을 예고하고 실시간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미디어 커머스의 허위·과장 광고가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또 이용자 보호 방안도 공백으로 남겨져있어 우려스럽다.


“플랫폼 운영자 관련 법규 교육…적절한 규제와 소비자 보호 필요”


실제 일부 라방에서는 과장 광고가 성행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한국소비자원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5개 업체에서 송출된 방송 120개 중 30건(25%)의 방송에서 부당한 표시 광고에 해당될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중 ‘식품표시광고’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가 14건(46.7%)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기능식품 광고 6건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사전 광고 심의를 받아야 함에도 심의를 받지 않고 방송을 진행했다. ‘화장품법’ 위반 소지의 광고 6건, ‘최저가’ 등 절대적 표현을 사용한 ‘표시광고법’ 위반 광고 6건, ‘의료기기기’ 위반 광고가 4건(13.3%)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운영자에게 판매자에 대한 광고 관련 법규 교육 실시 및 법규 미준수 판매자에 대한 신고 기능 도입 등을 권고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라이브 미디어 커머스(Live media commerce)의 쟁점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에 있는 라방의 적절한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새로운 미디어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용자의 피해 대응 및 권리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방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의 피해가 현재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여라 입법조사관은 “허위·과장 광고의 규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만이 아니라 전자상거래를 관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품목별 소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 간의 협력이 필요하므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제안한 라이브미디어 커머스 개선 방향은 ▲방송·통신 융합형 신규 미디어 서비스의 규제 틀 정립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상품 판매 방송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TV홈쇼핑 산업 규제와의 형평성 검토 ▲라이브 미디어 커머스의 허위·과장 광고나 거래 분쟁 등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 등을 꼽았다.


중국 200조 시장 신뢰로 구축…신규 미디어 정착토록 법·제도 마련해야


어느 샌가 우리일상으로 들어온 ‘라방’. 새로운 미디어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에 있는 라이브 미디어 커머스의 형평성 있는 규제를 위해 신규 미디어 관련 법률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여라 입법조사관은 “전통 미디어의 존폐위기 속에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라이브 미디어 커머스에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의 기술과 오락 및 게임 등이 접목되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지만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커머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간 신뢰 구축이 기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라이브커머스의 선두주자인 중국은 올해 시장 규모가 20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안정적으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키울 수 있었던 건 플랫폼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건 물론, 소비자와 판매자의 신뢰도가 두터운 덕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위조 상품 판매, 허위 광고, 거래데이터 조작 등의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돼 ‘라이브 커머스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과거에는 디지털 발전과 혁신이 기존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과 재원이 바뀌며 가치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있다. 이젠 용어도 낯설지 않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서비스를 넘어서 ‘차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를 향해 가고 있다.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유한하지만 온라인 세상은 반도체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확장이이 가능한 무한대의 세상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장·단점을 가진 미디어다.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이 미디어가 적절한 규제아래 단점을 보완해가며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 다음 새로운 미디어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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