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에 증시 불안, 韓 신용위험 14개월 만에 최고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경고성 발언을 했다.

그러자 북한은 다음 날인 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이 미국을 향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10일에는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괌 포위 사격’ 협박에 미국은 초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평소 신중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9일(현지시간) ‘종말과 파멸’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임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은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일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그만두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동맹국들의 군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튼튼한 방어력과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북한의 (군사) 행동은 우리에게 압도당할 것”이라고 했다.

▲ 북미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하고 있고, 북한은 이에 질세라 미국령인 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사진_진우현 기자>

◆ 일촉즉발의 북・미 대립 배경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미 국방부 내부 평가를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한 것과 시점상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보도가 나온 지 1시간여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아편 문제와 관련한 성명을 읽은 후 이어 기자들이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대해 언급할 것이 있냐’고 질문하자 “화염과 분노”라는 답변을 내놨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오전 5시 27분께 평안북도 구상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 700km가량 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미・일 정보당국은 30분가량 비행했으며 고도가 2,000km를 넘은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난 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내부에서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평가를 한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에 북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10일 조선중앙통신를 통해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 전략군은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 사격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군사적 행동조치는 조선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서의 미국의 행태를 제지시키는 데 효과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네마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며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km 해상수역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 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해 공화국 핵무력의 총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대기태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락겸 사령관은 “역사적인 이번 괌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며 “인민에게 필승의 신심을 북돋아 주고, 미제의 가긍한 처지를 똑바로 인식시키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러한 구체적인 계획 발표는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정밀하게 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려 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美, 선제타격 가능성 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괌 주변 30~40km 반경에서 전후좌우로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괌 가까이 미사일 4발을 떨어뜨릴 경우 전쟁 행위로 간주돼 미국의 선제타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 북한 미사일이 기술적 문제로 괌 본토에 잘못 떨어질 경우 전쟁 행위로 간주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과 일본은 요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낙하할 수역은 괌에 배치돼 있는 사드 포대의 사정권에 있기 때문이다. 괌에는 사드 한 포대, 발사대 3기(미사일 24발)가 배치돼 있다. 사드 미사일의 최고 요격 고도는 150km, 최장 사거리는 200km다. 북한이 마시일 4발을 동시에 쏜다고 해도 사드 체계로 미사일 4발을 요격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미 NBC방송은 9일(현지시간) “미 당국이 B-1B로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하는 작전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하면 괌에 배치된 장거리전력폭격기 B-1B 랜서(일명 ‘죽음의 백조’)가 수십 곳의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작전 계획이 마련됐다”면서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7일까지 B-1B 2대가 11차례에 걸쳐 비슷한 임무를 띠고 훈련 비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수개월간 계속된 B-1B ‘랜서’의 한반도 출격이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선제 타격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 북한 리스크에 증시 불안, 신용위험도 높아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속에서 한반도에 위기가 고도되자, 투자 심리도 위축돼 증시가 이틀째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2360선 밑으로 내려왔고, 원・달러 환율은 이틀 새 16.9원이나 껑충 뛰었다. 한국의 신용위험 지표는 14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9일(미국 현지시간) 62.7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57.32bp보다 약 5bp 오른 수치로, 지난해 6월 27일(64.33) 이후 약 14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북한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북한 리스크가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 확대되지는 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상당한 경각심을 가지고 금융시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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