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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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지난해 11월, 언론은 방송인 사유리가 자발적 비혼모가 됐음을 알렸다. 그에 따르는 인터뷰도 있었다. 사유리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았고, 일본에서 아들을 출산했다. 이때를 놓치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비혼 출산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검사는 한국에서 받았음에도 시험관 시술과 출산이 일본에서 이뤄진 이유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한 점을 들었다. 국내에서도 부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배아 생성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의학계 윤리 지침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사유리의 결정에 네티즌은 현행 규칙이나 규범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등 비판했다. 또, 사유리의 비혼 출산에 대한 지지 여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유리의 ‘슈돌’ 출연과 반대 여론


사유리가 KBS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지난 23일 전해졌다. 생후 140일인 아들 젠과 함께, 최초의 ‘엄마’ 슈퍼맨으로 나선다는 소식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비혼모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24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씨의 출연에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25일 시작된,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참여 인원이 3천 명을 넘겼다. 두 글의 요지는 비슷했다. 비정상인 비혼모 가정을 방송으로 보여주지 말라는 것이다.


KBS 시청자 청원 중


다음은 앞서 언급한 KBS 청원게시판의 글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KBS 청원게시판의 글 발췌(일부)
KBS 청원게시판의 글 발췌(일부)

첫 문단을 보면, 비혼은 선악이 구분되는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본인의 선택에 달린 사항이며, 기혼 여성도 대부분 장래 자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이를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나은’ 조건의 사람으로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다음 문단이다. 청원인은 ‘아버지의 부재 가운데 아이가 겪을 정신적 혼란과 고통’을 그 아이보다도 앞서 짐작하고 있다.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고통’은 필연적인가, 혹은 ‘두 부모 가정만을 정상 가정으로 보는 사회에 의한’, 불필요한 고통인가.


조금 못나 보이고 부족해 보일 수 있음에도


이런 주제에 관해 생각할 때마다, 과거 한 부모 가정의 아이를 가르치면서 당황했던 일이 떠오른다. 아이를 가르칠 때는 유명 출판사의 교재를 사용했다. 색감이 참 예쁘던 그 교재는 너무도 자연스레 ‘엄마와 아빠의 나이를 적어보세요’라고 했다. 당황스러웠던 나머지 서둘러 페이지를 넘겼지만, 아직도 의문스럽다. 그때, 아이가 세상에 나아가 받을 시선을 경고해야 했을까?
남편을 선택했든, 정자를 선택했든, 무슨 과정을 거쳐서든 태어난 생명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 그런 생명이 두 부모 아래에서 자라든, 한 부모 아래에서 자라든, 혹은 부모가 아닌 이의 손에 자라더라도, 소중하게 대우받아야 마땅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차갑고 편파적인 시선을 받지 않을 권리 역시 있음이 당연하다.
‘조금 못나 보이고 부족해 보일 수 있음에도 모든 생명은 소중하니까’, 그 생명을 아끼고, 지키려는 마음은 어떤 형태든 틀리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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