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스타트와 한국형 골드만삭스 양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

[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한국형 골드만삭스 양성을 위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이 본격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일 초대형IB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은 자본력이 충분한 증권사에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허용해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초대형IB가 모험자본 공급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용공여 등과 관련한 건전성 규제를 재정비했다. 단기금융업무 및 종합투자계좌 운용자산은 레버리지비율 산정 시 제외했고, 대출자산의 위험수준에 따라 건전성 부담이 결정되는 새로운 순자본비율(NCR) 지표를 적용했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초대형투자은행(IB)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단기금융업무’ 가능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이 초대형 투자은행에 목을 메고 있는 이유는 시행령 개정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만기 1년 이내 어음 발행이나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 등의 '단기금융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이다.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이 6조5,695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NH투자증권 4조5,459억, KB투자증권 4조1,836억, 삼성증권 4조1,226억, 한국투자증권 4조677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 증권사들 과거 제제이력에 ‘노심초사’

정부는 지난 5월 12일 초대형IB 지정절차와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이날부터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받는다. 인가 및 지정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7월쯤 국내에서도 초대형IB 업무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없으며,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운데 이마저도 해당 증권사들의 금융당국발 제재이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당국의 제재조치가 내려지거나 불가피한 이슈를 안게 되어 변수로 작용되면, 초대형 투자은행(IB)출범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5개 증권사 인가를 기정사실화하며 초대형IB로서의 업무를 본격 준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인가 심사를 하고 있는 현재도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근심거리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증권, 이재용 재판에 초대형 IB 좌초위기

삼성증권은 최근인 8월 10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를 통해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인가와 관련해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인해 심사가 보류 될 것임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 받았으며, 인가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해당 재판결과가 확정되면 재 공시 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 팀은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은 오는 25일 내려진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29.39%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증권 지분이 없지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인데다 이 부회장도 삼성생명의 지분 0.06%를 갖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삼성증권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로 판단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대주주 결격사유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다른 대형증권사들도 제제이력 및 문제 많아, 근심걱정

◇ 미래에셋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올해 초 거래시스템 전산 장애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옵션상품을 팔아 300억 원의 투자자 손실을 야기한 것도 악재다. 현재 불완전 판매 소송과 더불어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전 대우증권 시절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한국증권금융에 재예치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지난 5월 기관경고를 받았다.

또 지난해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투자 과정에서 공모형임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모형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최고 수준의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 당하면서 기관주의를 받았다.

이처럼 약점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전산장애와 옵션손실, 공시오류 등 악재가 터지며 자기자본은 압도적으로 키웠지만 정작 라이센스는 취득하지 못할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 KB투자증권=KB증권은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ELS을 운용하면서 779회에 걸쳐 리스크 한도를 초과한 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2017년 7월 17일 기관주의 제재를 받았다.

이미 KB증권의 경우 불법 자전거래로 과징금 3억 원, 1개월 영업정지를 받아 신청인 적격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당국의 제재조치를 받아 인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밖에,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

◇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그 외 NH투자증권은 일임형 CMA에 대한 증권금융 리베이트건 적발 건에서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고,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100% 출자한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가 2015년 파산했다.

결국 이들 5개 증권사들은 초대형IB 진출을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를 마쳐왔지만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금융당국이 심사를 엄격하게 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신규사업 인가 요건 중 대주주의 윤리성과 법률준수 의지를 필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향도 확인되면서 과거의 과오가 어떤 변수로 작용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에서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초대형투자은행(IB)’를 육성하고자 하지만, 자격에 해당하는 자본을 가진 대형증권사들이 결국, 윤리성 및 법률준수, 대주주 적격에서의 문제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어, 앞으로 새 정부의 적페청산 의지와 우리나라 금융산업 육성 과제 이 두 가지를 어떠한 방향으로 조화를 이뤄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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