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1구역 조합 인터뷰: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안고 가야합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단순하다. 얼마나 오를까라는 ‘재테크’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장에서 몸 부비고, 엎치락뒤치락 뒤섞이는 그들에게 재건축·재개발이란 ‘분노의 경제학’과 같다.

평생 모은 재산이라고 해야 집 한 채가 전부인 그들에게 때로는 향기롭지만 때로는 역한 삶의 체취가 묻어있는 그곳, 알뜰하게 모은 모든 것 올인(All in)하고 펼치는 것이니 사업에 따른 진폭은 클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은 관청의 인·허가에 따라 사업의 속도를 좌우한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갈 때마다. 관청의 서릿발 같은 가시눈은 피할 수 없다.

관청의 역할은 민간의 사업을 돕는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관청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로 그들이 하는 사업에 때로는 딴전을 부리기도 한다.

그들은 이들과 싸워야 한다. 법적으로 인정된 사업과 절차인데도 관청의 그들은 모르쇠를 일관, 각종 문서를 요구하며 그들을 꼬나보기도 한다.

사당1재건축사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조합원분양신청이 한창인 이곳에 난데없는 행정심판청구가 들어왔다.

법률전문가의 철저한 자문을 통해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디뎌가는 그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그들의 조합사무실을 찾은 날도 조합장은 서울시청에 불려가 고문 아닌 고문을 받아야 했다. “왜 조합원에게 분담금의 내역을 밝히지 않았냐”는 것이 이유였다.

더 큰 자산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못한 것도 될 수 있어 그들의 재건축·재개발은 ‘분노의 경제학’이다.

이들의 현장에는 적개심으로 뭉쳐있다. 이로 인해 조합은 점령당하기도 하고, 초토화되기도 한다. 1%가 99%를 무너트리기도 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역한 냄새와 함께 만들어지기도 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일이란 다 같지만 다 다르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소란스럽지만 그 내막과 속은 또 다르다. 이 때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명제를 품에 안고 꿋꿋하게 가야하는 조합의 속내는 어떨까.

그들이 때로 독사같이 미우며, 시누이처럼 얄미울지라도 “미우나 고우나 조합원인걸요”라는 한마디를 던지는 조합장의 한마디는 풀 수없는 ‘분노의 경제학’의 해법이 아닌가한다.

사당1재건축조합도 조합과 조합원, 조합과 관청의 밀고 당겨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곳은 지금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고 있다.

14일 찾은 이날도 조합원 분양신청으로 좁은 조합사무실이 더 좁아 보였다. 이곳에서 고병순 조합장과 황홍순 총무이사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거침없이 튀어 나왔다.
고 조합장은 전북 익산 출신이다. 서울로 상경한지도 50여년이 흘렀다. 이곳 동작에 터를 잡은 것은 45년 전 일이다. 큰아들이 남성초교 2기 졸업생이니 그 아들도 이미 장성해 있으리라. 황 총무는 청주(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출신으로 35년 전 부친께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고 조합장과 황 총무가 서로 안지는 오래됐고 지금은 오누이처럼 서로 의지하며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조합장은 동작지역에서 28년여 동안 부동산중개업을 했다.

▲ 사당1주택재건축조합의 조합장 및 총무이사, 이사진, 뒤로는 사당1재건축조합의 사업구역이 보인다. 그래픽=이민정,<사진 속 인물=고병순 조합장, 황홍순 총무이사, 임용덕 이사, 심현보 이사>
-조합사무실이 꽤 비좁아 보인다./
이정도면 됐죠.(웃음) 처음에는 좀 더 넓은 사무실을 알아보려 했지만 보증금 몇 천 만원에 월세 300만원이니 하는 바람에 그만 접었다. 지금은 월세 60만원에 세내어 지내고 있다. 사무실 월세가 많으면 그 만큼 조합원에게 부담이 가니 좁더라도 이렇게 하는 편이 옳다고 봤다. 보관할 자료가 많은데 지하실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오늘 시청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황 총무와 약속하고 이날 오전 확인전화 때, 조합장이 시에 들어갔으니 오후에 확실한 일정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행정심판 문제로 다녀왔다. 일부 조합원이 시에 민원을 넣었고, 그 때문에 시 공무원의 요청으로 가게 됐다.

-행정심판?/
개략적인분담금과 종전자산평가 통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시 공무원이 법을 잘 모르고 말하는 것 같다. 개략적 분담금에 대한 것은 이미 (조합원에게) 알렸고, 종전자산평가에 대한 사항은 관련법에 관리처분계획 1개월 전에 알리게끔 돼 있어 법에 명시된 데로 따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시 공무원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실태 한번 파악 않고 민원만으로 이렇게 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본다.
(인터뷰를 했던 시점은 지난 14일이다. 그리고 고 조합장에 따르면 시는 문서로 답변 받기를 원했고 조합장은 20일까지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미 문서는 시에 보내졌으리라.)

▲ 사당1주택재건축구역 전경. 맨 오른쪽 길가에 현수막이 걸려진 곳이 조합사무실이다. 이곳 4평 남짓한 공간에서 조합장, 총무이사, 사무장, 간사 등이 업무를 보고 있으며,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고 있어 좁은 사무실이 더 비좁아 보인다.
-현장실시 한번 없었다는 건 무슨 말인가./
어느 민원 현장이든 담당 공무원의 게으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와서 보고 사실여부 확인 후 이런 (민원)신청도 받아줬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면 실수가 없을 것이다. 정말 민원을 해결하고 싶다면 이런데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장조사 한번 없이 “민원이 제기됐으니 언제까지 문서를 내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공무원 어느 누구도 (조합)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없다. 민원을 제기하면 현장답사 후 사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발로 뛰는 민원”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생색내기에 급급해 민원을 해결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한다면 모든 현장에 비용부담이 늘 수밖에 없으며 조합은 공무원이 쏘는 ‘빈총’에 맞아 죽는 꼴이다.(‘빈총’이라는 표현은 법에 맞지 않은 것을 시 공무원이 강요했다는 간접적 표현으로 보인다.) 또 담당 공무원이 법을 제대로 알고 행정에 임하는지도 의문스럽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간다는 심정으로 법을 일일이 검토하고 추진하는 이곳 재건축사업에 (공무원이)알았다면 행정심판을 다시 반려해야하지 않나. 재건축에 이러한 행정을 한다는 것은 서울시가 앞으로 이 사업을 접겠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가 재건축사업을 접겠다?/
법에 맞지 않다면 시의 이러한 처사가 당연하겠지만 법을 제대로 지키는 이곳을 이렇듯 두들기는데 누가 재건축을 하겠는가. 이렇다면 시 행정심판위원회든 어디든 쫓아가 단판이라도 지어야하지 않겠나?(황 총무는 머리를 깎고라도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강경한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서울시장이 참으로 불쌍하다.

▲ 사당1주택재건축조합 사무실내 설치된 수납공간내 각종 사업관련 서류들이 빼곡이 놓여있다.
-시장이 불쌍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산다는 시장님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시장 밑의 공무원들이 가지는 태도는 사업을 추진 못하게 잡아 놓고 보자는 심사여서 재건축사업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민원인의 민원을 가지고 사업추진 주체들을 못살게 구는 것 아닌가. 그러니 욕을 먹는 건 시장님이고 이런 시장님이 불쌍하다는 거다.

-다른 얘기를 해보자. 민원을 제기하는 조합원이 많은가./
사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어디가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때린다(비방하고 법적 분쟁제기) 한들 맞고 다 수용했기에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들이 사업에 참여했고 그들에 의해 올바른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데도 여전히 반대하시는 분이 있어 안타까움은 여전하다.
(황 총무는 한국 탁구를 들어 조합의 역할을 설명했다.)
한국 탁구가 유명한 것은 ‘완벽한 수비’에 있다. 조합에서도 각종 소송이 들어온 바 있으나 완벽한 수비수 역할을 했을 뿐 단 한 번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 덕에 그분들에 의해 정상적인 사업이 진행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업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 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울었다./

-지금도 있다는 말인가?/
조합에서 함께 일했던 분이 아직까지 자신의 재산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든 협상테이블에서 원활한 해결을 보려한다. 조합원 한 분의 재산문제로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분도 이점을 잘 이해하시리라 본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얘기하고 마무리하자./
앞으로 분양신청을 마무리하게 되면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공사비협상에 임하게 된다. 조합은 조합원에게 하나의 이익이라도 돌리기 위해 최대한 공사비문제를 안쪽(이익이 나는 쪽)으로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조합은 이미 시공사와의 가계약서 검토는 물론 본 계약 시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도 학습을 반복하고 있다. 쉽지 않을 협상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어 있을 관리처분까지 조합은 하나하나 짚어가며 하자가 없는, 그래서 멈추지 않는 사업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서두에 재건축·재개발사업을 ‘분노의 경제학’이라 칭한 것은 숱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분노하고 그런데도 참고 사업이라는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으로 지칭했다. 그런 면에서 “속으로 많이 울었다”는 말에 공감되는 면이 많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안으로는 한 동네사람들의 음해와 밖으로는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의 고압적 태도, 그리고 언론의 일그러진 면만을 확대하여 비추는 곱지 않은 시선을 모두 견디어야만 비로소 사업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들도 결국 집하나 새로 짓는 것뿐인데, 무엇을 얻겠다고 그리도 노력하는지 눈물이 날만 하다.)

기사후기
사당1구역재건축조합의 고병순 조합장과 황홍순 총무이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진행됐다. 그들과의 인터뷰는 80여분에 걸쳐 진행됐으며, 인터뷰 녹취록을 수차례 반복해 들으면서 그들의 심정 그리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해 간파하려 노력했다. 그들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합원에 부드러우며 공무원이나 건설사 등 협력업체에는 강한, 그래서 이익을 더 안으로 돌리려 노력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인가를 얻어냈으니 7부 능선을 지난 셈인가. 이제 남은 고비 또한 만만치 않은 게임이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줄 곳은 없다. 다만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을 사람은 있다. 한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다. 그들이 원활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비로소 조합원 각자가 갖는 이익 또한 많아질 것이다. 그들에게 “파이팅!”을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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