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어택’ 캠페인, 쓰레기 대량생산 기업에 책임 물어
-환경단체 “등급 표시는 시작…재활용 가능한 용기로 바꿔야”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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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뷰티 업계가 친환경 경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성분이나 소재를 넘어 용기까지 친환경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그린 슈머(greensumer,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소비 주류로 부상한데다 최근 국내외에서 ESG 경영원칙을 강화하는데 발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3월 25일부터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등급이 표시된다. 재활용 포장재를 사용 편리성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단계로 구분해 표기하는 등급제가 시행된 것.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붙을 예정이다.

뷰티업계의 ‘예쁜 쓰레기’로 불리는 화장품 용기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려는 노력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남녀를 분문하고 화장품은 누구나 자주 사용한다.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는 소비재이기에 용기들도 취향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들 용기의 90%가 복합 플라스틱 소재나 다른 재질이 섞여있어서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혹시 이 전에 화장품을 사용한 뒤 용기를 물로 씻어서 재활용 수거함에 넣었다면 선별과정에서 거추장스러움을 더하는 존재였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에서야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이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이 알려졌다.

등급 표시가 시작되고 소비자들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 화장품 용기 교체와 재질 개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시하는 건 재활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가 도입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이 같은 결과는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서 올해 초 환경부는 화장품 업계가 용기 10%를 역 회수하는 조건으로 ‘등급 표시 예외’를 인정할 계획이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고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호소한 화장품 업계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하지만 환경부가 화장품 업계 의견을 수용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번 재활용 어려움 표시 예외 적용 논란을 계기로 시민들은 화장품 용기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정부와 업계가 ‘등급 표시 예외 적용’ 방침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화장품 어택’ 캠페인…시민들 자발적 참여


화장품 용기만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를 제외하려고 한 것을 두고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화장품만 표시 유예를 해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등은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 어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캠페인을 통해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 등급을 예외 없이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장품 공병수거를 하고 용기의 재질을 개선해 재활용률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캠페인 후 시민들은 국민 생각함에 각각 427건, 762건의 의견을 전달했고 온라인 서명에도 7500여명이 참여해 화장품 용기만 예외를 적용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3개월간 시민들은 표시 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 냈고 환경부는 규정을 다시 강화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용이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시하기로 했다”며 “친환경 소재·재질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생산되는 화장품 용기 70~90%에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가 붙을 예정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재활용도 안 되는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의 책임을 묻고 형평성 있는 정책 시행을 요구해 온 시민들의 이뤄낸 성과”라며 “다만 재활용 등급 표시는 재활용이 안되는 용기의 재질 개선을 위한 시작일 뿐, 재활용 문제 개선을 위한 남은 과제들은 이제 화장품 업계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장재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쉽게 설계하고 용기 회수를 통해 고품질의 재활용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조건부 면제 조항 삭제돼야”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제외하려고 한 것은 정확한 정보 제공 회피, 소비자의 알권리 침해 등에도 문제가 있다.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서 환경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성환경연대는 “환경부가 화장품 업계와의 자발적 협약으로 표시 예외 적용을 하려 했던 게 특혜 논란과 국민들의 반발로 이어졌다”며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정책의 조건부 면제 조항은 삭제하고 역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장품 용기 대부분이 재활용이 안 되면서도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빼려고 한 건 필자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건 올바른 분리수거와 재활용이다. 화장품 용기의 생산 유통과정은 기업과 정부의 몫이다. 당연히 화장품 용기의 개발부터 재활용이 용이하게 만들고 그게 안 되면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해둬야 정확한 정보전달이 된다.

화장품 용기 재활용 등급제가 시행됐지만 럭셔리 고가 화장품의 경우 화장품 용기가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문제 해결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의 관심은 물론 소비할 때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땀 흘려 번 돈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화려한 포장에 속지 말자. 겉보다 알맹이가 더 중요하다. 친환경 제품이면 더 좋겠지만, 포장재와 용기가 재활용이 가능한 것부터 소비하는 게 그 시작이다.

외출이 줄어 택배를 자주 시키다보니 남발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지속가능한 삶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가 소비를 할 때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더욱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결국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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